[Review]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19.05.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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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라 푹 쉬기만 하면 되는 이 날에 롯데콘서트홀을 찾았다. 마스트미디어에서 주최한 바딤 콜로덴코와 알레나 바에바의 듀오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했던 바딤 콜로덴코와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알레나 바에바의 조합이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연주를 보여줄지.





Programs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3-2
프렐류즈 Op.23 No.1-5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 "봄"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 Op.34





이번 공연의 1부는 콜로덴코의 독주였다. 그 첫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오히려 연주자 입장에서는 선곡하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정도의 작품, 바로 베토벤 월광 소나타였다. 이 유명한 작품을 콜로덴코는 아주, 아주 여리게 시작했다. 아마 10층 좌석에서 앉아 들었다면 소리가 너무 퍼져 들렸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피아니시모로 섬세하고도 잔잔하게 1악장을 연주했다. 그의 페달링은 깊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여린 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해 주었다. 선명하게 빛나는 달빛이 연상되기보다는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이 연상되는 1악장이었다.


그 후에 이어지는 2악장은 1악장과 2악장을 부드럽게 연결해주었고 뒤이어 대망의 월광 3악장이 시작되었다. 1악장의 연주가 매우 부드러워서 3악장에서는 콜로덴코가 어떻게 에너지를 폭발시킬지 기대가 컸다. 그런데 콜로덴코의 아르페지오는 격정적인 다이나믹보다는 명징한 소리가 더 크게 와닿는 연주였다. 6여년 전 윤디 리에게서 들었던 월광 3악장은 아주 격정적이었지만 미스가 너무 많았는데, 콜로덴코는 휘몰아치는 감정은 다소 절제되어 있었으나 말 그대로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월광이었다.


이어진 곡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종'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바로 그 곡이었다.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한 곡이라 어떻게 연주될 지 예상해보면서 갔는데, 그의 연주는 내 예상과 달랐다. 여리게 시작하면서도 강렬한 이 곡은 월광과 마찬가지로 콜로덴코의 손끝에서 아주 섬세하게 피어났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이 작품을, 콜로덴코는 강렬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살려서 연주했기에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의 느낌이 형상화된 연주였다.


콜로덴코는 이어서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작품번호 23번 중 1~5번을 연주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전주곡에서 각 곡마다 다른 조성으로 다른 느낌들을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1번은 슬픔, 2번은 환희, 3번은 자유, 4번은 서정, 5번은 기개가 고스란히 그려진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이 중에서 콜로덴코의 연주는 특히나 2번, 4번 그리고 5번에서 좋았다. 환희의 감정과 서정성이 아주 유려하게 그려지면서 콜로덴코가 가진, 다소 소심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그 강점이 아주 극대화되었다. 5번의 경우는, 1부에서 강렬함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대목들에 대한 아쉬움을 단번에 해소해주는 연주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연상되는 이 작품을 들으면서, 문득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1부를 마친 콜로덴코는 객석의 뜨거운 박수에 화답하며 라 캄파넬라를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너무나도 명징한 사운드 그리고 섬세한 손끝이 빛을 발하는 라 캄파넬라였다.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장 하오천의 라 캄파넬라 연주보다도 더 명료하게 들리는 연주였다. 페달링은 최소화되면서도 정직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그 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이번에 자리가 콘서트홀의 앞쪽에 위치한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홀의 측면, 높은 층 좌석들 위주로 듣다가 완전 앞쪽의 R석을 앉은 건 처음이었는데 그랬기에 콜로덴코의 소리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VK B&W image no logo credit Ellen Appel, Mike Moreland - The Cliburn - Copy.jpeg
 

이어진 2부는 드디어 알레나 바에바가 콜로덴코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대였다. 2부의 작품들 역시 굉장히 유명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곡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었다. 시작은 매우 부드러웠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알레나 바에바의 사운드가 과감했다. 그는 춤추듯이 연주했는데 그 모션 자체야 개인적인 표현이라지만 감정과잉이라 느껴졌다. 그렇게 불안불안하게 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1악장에서, 전혀 미스가 날 거라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미스가 나버렸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고조시켜 나가는 대목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연결되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미스로 완전히 표출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듣는 입장으로서 다소 당황스러웠는데 연주자도 그랬던 것 같다. 이후에는 마지막까지 다소 절제된 표현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아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신체적 표현이 절제된 피아니스트의,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조합이었으나 다소 조마조마하게 감상한 작품이었다.


2부의 두번째 곡은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였다. 알레나 바에바로서는 베토벤 소나타에서의 아쉬움을 불식시키는 연주였다고 할 수 있겠다. 단조로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데에서는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러나 기교와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대목에서는 아주 과감하게 연주하는 알레나 바에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강렬한 대목에서 바에바가 전달하는 그 에너지는 정제되지 않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비록 생상스에서도 음이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베토벤에서만큼 몰입을 깨는 것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야성미가 느껴지는 생상스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왈츠 스케르초였다. 이 곡은 생상스 선곡과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었다. 알레나 바에바와 바딤 콜로덴코는 왈츠의 리듬감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카덴차에서는, 바에바가 투박하다 할 정도의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교한 연주를 보여주는 콜로덴코와 정제되지 않은 강인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바에바의 대비가 극대화되는 작품이었다.



Credit Vladimir Shirikov.jpg
 


두 달 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과 피아니스트 박진형의 무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듀오 조합이었다. 그 때에는 두 사람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귀국하자마자 준비 시간도 거의 없이 무대에 올랐으리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는데, 이번 콜로덴코와 바에바의 무대에서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를 보았다. 그들의 실력이 모자라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하게 맞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무대였다.


그래도 정교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와, 부드러우면서도 이면에 어둡고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의 무대는 흥미로웠다. 이번 무대에서의 작품들보다 본인들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선곡한다면 더욱 매료되는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연주자들이라 생각한다.


이후에 그들을 다시 보게 될 때에는 또 다른, 그들과 잘 맞는 레퍼토리로 다시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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