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MPLE, BOLD, LOUD! [도서]

디자이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매거진 CA
글 입력 2019.04.0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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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받아보는 DESIGN MAGAZINE CA #243은 SIMPLE! BOLD! LOUD! 를 제목으로 하고 나왔다.




심의 준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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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반브룩에서 진행하고 있는 <센서드!> 전시에서 '검열'을 주제로 한 전시에 관한 기사다. 검열을 의미하는 파란색의 상자와 띠를 사용해서 중요한 부분을 가렸다. 이 띠를 통해 관람객을 방해하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매우 단순한 연관을 활용했다. 검열을 의미하는 파란색 띠로, 글자나 그림, 사진의 중요 부위를 가린다는 것. 누가 봐도 한눈에 이해하기 쉽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영역과 알아서는 안 되는 영역 그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다. 연예인의 몰래카메라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가 누구인지 파헤치려고 하는 '몹쓸 호기심'이라고 하던가. 저 파란색 박스를 보면서 쓸데없는 호기심을 가진 네티즌을 비난하는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가려서 더 큰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자들, 가해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2차 가해를 하는 범죄자들.


'궁금해할 수도 있지.'


아니, 그것은 당신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로고, 누구나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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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브랜드 로고 메이커 '아보카도'는 브랜드 메이커로 15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 2명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에 걸맞은 로고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그들의 목표는 디자인 브랜드의 민주화라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15년 이상이나 근무했다는 부분이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십몇 년씩이나 자신의 시간을 쓴다면 그것은 어떻게 시작을 하는 걸까? 그리고 만약 어떤 계기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면 그 일을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것은 그 정도로 자신의 삶에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걸까. 한 회사에서 시체처럼 돈만 받아가면서 수동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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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각해볼 만한 곳은 '빛과 어둠의 마법'이란 챕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트 도킨스 씨의 인터뷰였다. 그가 하는 일은 퍼포먼스를 위한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디다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거나, 자동차 스턴스 쇼에 대규모 영상작업을 보이기도 하고 런던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장식하는 등의 일을 한다.


그는 어쩌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싶기는 해요."



아주 그럴듯한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도, 어느 정도 자신의 직업에서 성과를 보이는 사람도, 모든 사람이 완전히 자기의 계획대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희박한 확률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일을 시작하게 되고, 어떤 우연에 의해서 그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그건 단지 우연만이 아니라 당신의 무수한 선택이 결국 그 길을 걷게 한 것이다. 직접적인 선택은 아닐 수도 있지만, 선택지가 하나로 나오는 길로 이어지도록 당신이 선택한 길이로 만들어낸 길이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그들이 짜놓은 틀에서 서류 합격과 인·적성과 면접의 길을 거쳐서 통과하는 것도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내'가 없었다면 누구나 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만이 할 수 있었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것은 당연히 확신이 없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거든.


그 무엇이 뭐든 너 자신이 되는 것을 잊지 말기를.




나만의 공간을 꾸리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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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박신우 씨가 성수동에서 세 번째 작업실을 열었다. 그는 작업실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방법으로 채우고 싶다고 한다.


"남는 공간을 최대한 비효율적으로 사용해보는 사치를 누리는 중이다. 러그를 중앙에 사선으로 깔아도 보고, 화분을 띄엄띄엄 배치해 보기도 하고…. 아침마다 작업실 창문을 열고 쓸고 닦으면서 공간을 가꾸는 즐거움을 알아 가고 있다."

"혼돈 속에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고 변명하는데, 책상 주변에 자꾸 물건이 쌓이게 된다. 책이며 메모지, 커피잔 등등. 책상을 보면 내가 근 일주일은 무얼 하며 지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내가 그런 상태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읽을 때 잡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편안하고 좋았다. 공간을 가꾼다는 말 자체도 마냥 좋게 느껴지는 건 내가 건축을 전공해서 너무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일까.

보통 건축을 한다고 하면, 여기저기 새로운 건물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테리어와 가구에도 관심이 많고 그런 줄 착각하는데 그것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다. 친구 중에는 원룸 자취방이 매번 갈 때마다 배치가 달라질 정도로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분명 가구를 들일 수도 없을 만큼 좁은, 아주 평범한 원룸인데 가구 하나로 방이 두 개로 갈라지기도 하고, 독서실처럼 꾸미기도 하고 침실을 아늑하게 만들어두기도 한다.

그 친구와 비교하면, 아니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나는 집을 꾸미는 것에 정말 큰 관심이 없다. 2년간 고시원에 살면서도 큰 불평이 없었을 정도면 말 다 했다 싶지 않을까. 나는 그냥 스쿼트를 할 수 있는 크기면 만족했고, 집에서는 그냥 누워서 잠만 잘 수 있으면 충분했다. 지금 집은 다락방이 있고 아래층에 주방, 거실, 화장실이 있는 평범한 원룸인데 1년을 살면서도 방의 배치를 바꾼 적이 없다. 방학 동안 동생이 올라와서 답답한 방을 바꿔주고 갔다.

집이 있다는 건, 그리고 혼자 산다는 거 자기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만들어갈지 결정할 수 있다는 거라고, 독립영화 <버블패밀리>에서 주인공이 그러더라.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타는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집을 어떻게 대하는지,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꾸미는지를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또 나 자신에게 이렇게 삭막하다는 것을 느낀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쉽게 버리고
쓰레기가 내 공간에 굴러다녀도 아무렇지도 않고.
음식을 만진 손으로 노트북을 해도 별로 상관없고.
밖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와, 양말도 벗지 않고 굴러다니고.
집을 꾸미고 싶지만, 가구를 사고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예쁜 것을 사서 꾸미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귀찮은 게 단지 나의 성격이라고 치부해도 괜찮은 걸까- 하고.

먹을 것만 사고, 냉장고만 채우고 먹어치우고 하는 게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 하지만 나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나 쏟아서 온 집안에 썩는 냄새를 진동시키는 일이나 곰팡이밖에 피우질 못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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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를 다루는 비판적 디자인(Critical Design)에 대한 인터뷰, 독립출판 서적들, 자기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기사, 그리고 올해의 유행 폰트 등에 대한 흥미로운 글들이 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문제를 인식했다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시작해야만 하는 일들 천지니까."


-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목소리로, 서교원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의 문제에서 벗어나, 생존만을 위한 단순한 본능에서 벗어나서, 내가 살아가기 위한 목적은 무엇일까.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한 인간의 영혼에 과업을 준다. 이번 생에 그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면, 환생해서라도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이번 생이 끝나면 그 영혼은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다시 아기로 환생하면 천사가 손가락으로 찍어준 인중과 함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 과업의 목표는 인간 세계의 전체적인 번영을 위해서다. 화가가 되어 후대에 감동을 줄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업을 부여받은 한 영혼이 있었는데, 그는 평생 유치원 때 그림 한번 그렸던 것 정도로 그림과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생을 다시 살게 되지만, 자신의 과업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정말 <천사들의 제국>에서처럼 내 영혼이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 있을까? 만약 내가 이번 생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처럼 엄청난 아이디어와 입담으로 세상을 바꾼 이는 과연 그것이 자신의 영혼의 과업이었을까. 만약 그런 세상이라면 그의 영혼은 더는 환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미친 작업을 꿈꾸며, 이건하 디자이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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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작업을 해 봐라."

남들이 다 하는, 그래서 어디 가서 먹고 살 정도의 적당한 직업 말고, '미친 작업'이요. 말 그대로 상식을 벗어난, 미친 작업을 계속해 보고 싶습니다.


디자인 CA를 즐겨 보게 되는 이유는 영화 시사회를 보러 가는 것과 같다. 결과만 보지 않고 과정을 보는 것이다. 내 멋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작품을 해석하고 말고 넘어서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은 아주 사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이상하게 영화나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전혀 찾아보지 않는데, 디자인에 관해서는 찾아보게 된다. 밖으로 드러나는 것과 속에서 간직되는 것의 차이일까.

*

처음에는 디자인 매거진 CA의 투박한 레이아웃과 폰트를 비판했었는데 읽다 보니 점점 적응된다. 그리고 디자인이란 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는 거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고, 디자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마치 스포츠의류계의 아디다스와 나이키같이 브랜드 자체가 당연한 것이 되는 것처럼 디자인 매거진 CA의 "SIMPLE, BOLD, LOUD함"이 나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디자인 매거진 CA는 아마 문화초대를 더는 받지 않게 된다면 정기구독을 하게 될 것 같은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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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3
- 2019년 3~4월호 -


발행 : CABOOKS

분야
미술/디자인
그래픽

규격
220 * 300mm
무선제본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9년 02월 27일

정가 : 16,000원

ISBN
977-23-84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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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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