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렇지만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 입력 2019.03.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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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책이 배달왔다.

출판저널은 처음 읽어본다.

(사진 너머로 보이는 신발들은 귀여운 룸메이트의 소유이다.)


*



언론 보도가 나가고 서울도서관 관장과 주무관 두 사람이 왔다. 책방 풀무질이 50년이 넘었으면 ‘미래유산’ 선정 자격이 되는데 안타깝다고. 그럼 내가 앞으로 17년을 더 책방을 하라는 이야긴가. 그럼 난 이곳에서 죽는다. 책방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출판사에 줄 돈을 주면서 책무덤이 되었다. 그러다간 이곳은 책관이 된다. 그러지 않으려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짐을 넘기려 했다. 참 못된 마음이다. (p48.)

 

프랑스는 책방을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10억 원을 빌려주고 10년 지나서 갚고 이자도 없다. 그러니 대학 앞이나 도시 곳곳에 작은 책방들이 많다. 문화가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49.)





1. 상반된 이야기들



조금 놀랐다. 출판업에 대한 상반된 이야기가 책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업, 혹은 책 문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공공기관 혹은 지역 내에서 각종 행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글과, 대학교 앞에서 25년간 자리를 지켰던 책방이 출판업의 현실에 부딪혀 결국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다는 글. 그리고 바로 그 전에, 출판업의 미래는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견해가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출판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이 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25년 동안 책방을 운영하셨던 은종복 대표의 허심탄회였다. 특히 글의 마지막 구절은ㅡ“문화가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을 저릿하게 했다. 필자도 무한 번 동의한다. 출판업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책을 보존해야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글로써 이 순간이 존재했음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땅히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만한 예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책방을 비롯한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고, 주변으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왜 굳이 힘들게 그런 일을 하냐고. 책은 사서 보면 되지, 네가 책 쓰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출판업 전체뿐만 아니라 책의 가치마저도 폄하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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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중앙도서관에서 열심히 읽었다.

이 정도 내용은 공개해도 괜찮지 않을까 (?)




2. ‘수축사회’와 독서



본 저의 124쪽에서는 ‘수축사회’라는 도서를 소개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최근의 우리 사회는 수축사회로 풀이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자본이 부족하고, 부는 양극화되고 있으며 각종 사회 문제들로 인해 개인들은 온갖 갈등에 시달리고, 더 많은 자본과 향락을 원하며 윤리적인 믿음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회에서 출판업을 외면하는 것은, 갈수록 책을 멀리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일단 먹고 살기가 각박하지 않아야, 그런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비로소 멈추어 설 여유가 있어야 책에 눈길이라도 줄 것이 아닌가. 책 전반의 주제인 ‘출판업, 더 나아가 책의 미래’를 두고 오가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며, 특히 본 파트를 읽으며 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그런데, 이게 과연 출판업계 자체의 문제일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출판업계가 잘못해서 그런 걸까. 살아내기가 버거운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들로 하여금 책을 놓게 한 건 아닐까.”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저자의 해결방안은 그닥 달갑지 않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차지할 수 없다.’ㅡ결국 변화가 아닌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어쨌건 각박한 사회를 ‘살아내는 것’에 힘을 온전히 쓰도록 요구함과 같다. 결국 살아내기만 하다가 인생의 종점에 도달해버릴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파이를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은 글을 읽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단지 글로부터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필자가 해석한 수축사회란 이러하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내기 그 자체에만 인생을 바쳐야 하는 개인들의 사회.


사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도 해답을 내놓기가 어려울 뿐더러, 그럴 수도 없다. 무책임한 태도로 보이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아픔들에 필자가 손을 댈 수는 없을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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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조만간 이 전시회에 관한 칼럼을 기고할 예정이다.




3. 출판의 방향성을 논하다


 

사담과 감상평이 섞인 호흡이 길게 이어졌다. 이제는 책 전반의 내용에 관한 필자의 평을 써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잡지식 출판물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어서,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후반부에 소개된 책들도 좋았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요근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책에서 추천해준 책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읽어보고자 한다. 특히 중간중간에 세계 각지의 조그마한 책방들을 소개해주는 코너도 좋았다. 자그마한 선물을 풀어보는 기분이었다. 이를테면 137쪽에서,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오래된 책방을 소개한 글 같이 말이다. 글을 읽어보니 유럽에는 이렇게 도시 각지에 숨어있는 고서점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올 겨울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 중인데, 반드시 책에서 소개된 곳들과 같은 오래된 책방에 가볼 것이다.

  

또한 출판의 방향성ㅡ21세기의 출판업은 어떤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코너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독서경영을 주도하는 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며, 그리고 디지털 컨텐츠를 비롯하여 출판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어디까지인지 탐색하는 글들을 읽으며 많은 고민을 했다. 비록 필자는 출판업 종사자가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이라는 매체를 이 세상에 남기기 위하여 무엇을 시도해야 할까ㅡ생각을 해보았다. 출간의 취지가 참 좋았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책을 남기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를 계속해서 고민했을 것이니 말이다.

   

생각 끝에 남은 결론은 이거다. 어쨌거나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책은 남아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글들을 꺼내올 것이며,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부를 할 때나,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글을 읽어야 할 수밖에 없다. 책이 없어진다면 이제껏 우리가 기록으로서 지녀 온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 펼쳐지는 이유는, 종이책의 수요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사실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라는 매체는 사라질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은, 어떻게 책을 좀 더 ‘따뜻하게’ 향유할 수 있을지. 그 순간이나마 세상의 각박함에서 한 발 떨어져 위로를 건네줄 방법은 무엇인지가 아닐까.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ㅡ출판업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값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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