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영화] 스카이캐슬(뒷북)을 보고 생각나는 영화들

글 입력 2019.03.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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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뒷북치기가 전문인 필자는 이번에도 장안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뒤늦게 몰아봤다. 홀로 외로운 정주행을 끝낸 후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었다.

 

우리에게 교육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단순히 시험을 잘 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번듯한 직장을 가지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 사고들이 얽혀 우리의 영혼은 갈 곳을 잃고 육체만 자란다. 요즘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그저 불모지에 불현듯 등장한 사건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신은 못 크고 몸만 큰 어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탓 아닐까. 우리 사회에 진정한 교육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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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2015 한국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정가람

장르: 드라마 | 개봉: 2016.04.13

상영시간: 116분 | 15세 관람가

 

 

 4등이라는 건 참 애매한 등수다. 쉽게 포기하기엔 아깝고, 재능이라고 몰아붙이기에도 망설여지는 숫자, 4.


“난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4등>에 나오는 엄마 정애(이항나)는 이 대사 하나로 묘사된다. 아들이 코치에게 맞아서 시퍼런 멍이 드는 것보다 메달을 못 따는 게 더 무서운 엄마. 그리고 늘 아까운 차이로 4등을 해 메달을 못 따는 준호(유재상). 이들의 하루는 아침 일찍 준호의 수영장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들 준호의 하루가 엄마의 하루와 데칼코마니가 된 듯 똑같이 흘러간다. 준호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엄마 정애는 준호의 모든 것에 간섭하며 모든 이야기는 수영, 1등, 메달로 귀결된다. 주니어대회에서 1등을 했던 선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안 가던 교회를 나가면서까지 코치 정보를 물어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스카이캐슬 엄마들이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 엄마 정애는 꽤나 분노를 유발케 하는 캐릭터이지만, 그럼에도 그 정애라는 사람만을 욕할 수는 없었다. 아이의 성적에 대한 모든 것이 엄마의 능력으로 동일시 되어버린 사회에서 엄마 정애의 노력들을 그저 ‘억척스러운 엄마’라는 한 단어로 끝내버리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닐까. ‘스카이캐슬’의 곽미향(염정아)이 안타깝게 느껴졌던 이유와 동일하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폭력의 대물림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코치 광수(박해준)가 준호에게, 준호가 동생 기호에게, 폭력은 그렇게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4등>의 정지우 감독은 한 영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맞을 짓’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일명 ‘맞을 짓’을 한 학생들에 대한 체벌의 동영상을 보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맞을 짓’인지를 고민하던 감독이 내놓은 영화가 <4등>이다. 사실 필자부터도 말이 안 통하는 듯하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보면 ‘맞아야 정신 차리지‘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맞지 않아서 저런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게으른 어른의 비겁한 생각인지, 영화를 본 후 조금 멍해졌다.

 

메달을 따기 위한 수영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수영을 하던 준호의 그 우아한 몸짓이 떠오른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부유하던 그 몸짓. 분야는 달라지더라도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당장이라도 수학학원, 영어학원에서 숙제를 안 해 혼나고 있을 아이들이지만 그 와중에라도 자신의 꽃으로 피어나길, 그리고 절대 어떤 이유로 어디에서도 폭력을 당하지 않기를,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 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다른 영화와 함께 <4등>을 다룬 적이 있는데, 거기서 오고 가는 얘기들이 참 흥미롭다. ‘맞을 만한 아이’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체벌 이외의 방법을 모르는 우리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더 생각해보기-



*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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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1화를 보면서 유기적 관계인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영재의 의대 진학만이 중시되고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은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 의대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것만 지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행복해지는’ 건 없다. 원하는 그것만을 위해 다른 무언가를 참는 사이 모든 연결고리는 곪아 터지고 만다.


<나비효과>에서도 에반은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 하나를 바꾸면 현재의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완벽한 현재를 위해 계속 과거로 돌아가 변화를 주지만 눈에 거슬리는 어떤 것 하나만 없어진다 하여 그때부터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과거의 어떤 것들이 현재의 나를 만든다. 이는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것이 얽혀 하나의 결과를 만드는 것임을 지독하게 보여주는 영화. 스카이캐슬 주민들이 손잡고 단체관람 했으면.


 

**

<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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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마지막 회에 나왔던 학생들이 교실에서 시험지를 확 던지고 학교 밖으로 웃으면서 나오는 장면은 갑작스런 청춘 드라마 느낌이라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 의도만큼은 수긍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이 책상에 올라가 “캡틴, 오마이 캡틴”을 외치던 장면.


워낙 명대사들로 유명한 영화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 대사였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필자는 대학에서 문학을 배우며 종종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내 시험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냥 눈만 뜨고 숨만 쉰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때 생각했던 것 같다. 시 한 줄을 읽고 찌릿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꽤 괜찮게 살고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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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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