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권혁우

글 입력 2019.03.1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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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그림은 언제와 같이 아무 말 없이 '첫인상'만을 그린다. 평소에 색과 면으로 칠하던 나는, 왠지 이 사람에겐 선이 어울리는 것 같아 펜을 집어들었다. 드로잉을 하고 알록달록한 머리색을 입혔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동그란 안경과 작은 눈이 포인트지만 거기에 몰리지 않게 다른 부위들도 크게 그렸다. 옷을 편하게 입고 와도 된다고 해놓고 상체까지 그리니까 왜 다 그리냐고 한소리 듣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셔츠 입고 왔을 거라고. 난 가볍게 무시하고 마음대로 그린 후 그림을 보여주었다.

"머리가 굉장히 알록달록하네. 이런 머리 해보고 싶긴 하다. 예전부터 이런 화려한 염색을 해보고 싶긴 했거든. 하지만 항상 어딘가 메여 있어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적이 없어서 못했어. 사회적 통념이란게 있잖아, 그래서 까짓거 하면 되지라고 해도, 막상 가면 쫄더라고.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무섭기도 하고. 지금도 갈색머리 할까 말까 맨날 고민하고 있어. 너무 밝게 나와버리면 좀 그렇잖아. 물론 톤 조절하면 되긴해도.. 너무 환하면 좀.."

듣고 보니 그랬다. 내가 본 그는 언제나 사회인이었으니까. 이렇게 화려한 염색을 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사회인이 되면 회사 분위기상 하기 어렵고, 학생과 백수 때 말고는 없는 걸까?

생각해보면 평생 염색을 안한 사람도 있고, 항상 해온 사람도 있고, 늘 튀지 않게 갈색 계열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모발이 약해서 탈색 한 번 한 이후로는 개털이 되서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다. 모발이 건강하면 할텐데. 물론 비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게 하는 요인이 커서 주저할 수도 있겠다. 마음만큼은 다양한 색깔을 지닌 그를 알고 있지만, 사회의 시선 속에 하지 못하는 망설임도 이해가 되서 조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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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이 참 매력적이야.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해.

"왜 사람들이 다 내 안경을 못벗게 하지? 다들 내 눈에는 이 동그란 안경이 어울린대. 그래서 내가 한 번 안경 벗으면 다 쓰라고 그래. 어색하니까 그렇지 뭐. 사람들은 항상 안경 낀 얼굴만 보다가 벗은 걸 보니까 어색하지. 그 사람들도 분명히 내가 안경 벗은 걸 먼저 보면 거기에 익숙해질 거야. 나도 가끔은 안경 벗고 편하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만..  시력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쓰는 거야. 그렇다고 눈에 렌즈가 들어가지도 않아. 눈이 작아서.... 난 안경에 그렇게 크게 의미를 안두는데, 주변사람들이 자꾸 안경만을 생각하는거 같아. 솔직히 남자에게 귀엽단 소리는 별로 칭찬이 아니거든. 그런데 사람들은 내게 인경끼고 웃는게 귀엽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버리니까 안낄 수가 없어. 어차피 렌즈도 못끼지만."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의 특징은 웃는 눈과 안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그의 '눈'을 그렸다. 눈만 그리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안경 속에 보이는 '눈'만을 그렸다. 그 외에는 시각적으로 필요가 없어서 그리지 않았다. 내가 보고싶은 건 트레이드 마크로 칭해지는 그 속에 숨겨진 실제 그의 눈이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렸다.

그는 그림을 보고 엄청 좋아해서 나도 뿌듯했다. 신기해하면서 자신의 눈이랑 닮았다고, 사실 자기는 속쌍커플을 가지고 있다고 엄청 기뻐했다. 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헤실거리며 웃는 눈은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려고 집중해서 보니 정말 평소 느낌하고는 달랐다. 웃는 상의 사람들의 무표정인 눈은 사실 그렇게 순둥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재미있는 만남, 재미있는 드로잉이었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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