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코리안 뷰티 : 두 개의 자연 (2014 5. 17 ~ 9. 28)

글 입력 2014.07.24 20: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글을 시작하며, 우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코리안 뷰티: 두 개의 자연>전에 꼭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한국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많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이렇게 하나의 전시에서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주제나 전시 방식의 문제를 떠나서,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의 제 1, 2 전시장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국현의 모던함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하루빨리 방문해 보길!


그만큼 좋은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전시 전반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다소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겼다는 것은 곧 그만큼 활발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계기를 제공받았다는 것. 한국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한국현대미술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한국현대미술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갖게 하는 미적 요소가 도대체 무엇인지,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독자적인 특수성과 국제적인 보편성 그리고 창조적 미의식의 단면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는 전시서문과 같이 말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작가들의 예술활동에 끊임없는 영감의 근원이자 표현의 대상이 되었던 자연을 주제로 두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제 1전시장의 테마는 울림이다. ‘본질이자 근원적 형태로서 자연의 특성을 형상화한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감상객 또한 한국적인 맥락에서의 자연의 본질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함축과 은유, 비움의 여백, 여운과 울림등 한국화 작품들이 담고 있는 아름다운 요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1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흑과 백의 조화, 그리고 여백이 모든 시각을 사로 잡았다. 이러한요소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특징들일뿐더러 동양화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필자 본인도 평소에 매우 아름답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간결한 아름다움을 우아하게 담아내는 동양화는 그 액자마저도 매우 간결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명확히 드러내려다 보니 자칫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 중 다소 다채롭고 화려한 형태, 색채, 구도를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적인 순수함과 단정함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많았는데, 그러한 작품들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자연의 모습은 부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동양화의 큰 맥을 이어 고요한 정취를 담아 내어 숭고한 정감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정말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의 높은 천장과 깨끗하고 맑은 조명과 어우러져 이러한 작품들은 그 고고함을 풍기고 있었다.


4.jpg

송현숙, <2획>, 1997


 제목 없음-1.jpg

오수환, <적막1, 2, 3, 4>, 2003


dse_201405130357372541854.png

이우환, <조응>, 1994


아래층의 제2전시실은 조형적인 면에서나 주제 면에서나 훨씬 생동적이었고, 다채로운 색채를 가진 작품이 많았다. 조각작품들도 제1전시실에 비해 훨씬 비중이 컸다. “어울림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과 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이나, 자연을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의 소소한 인간상을 담고 있었다. 2 전시실의 작품들은 작은 동물 포유류 인간과 사회 순으로 이어져 있었다. 단순하고 1차원적인 구성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확실히 관객의 사고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1전시실의 작품들과 단지 조형적인 측면에서, 즉 간결함의 정도 차이에 의해 구분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평소 동물에 대한 애착이 큰지라, 한기석 작가와 정비파 작가의 작품을 비롯하여 동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온라인 상으로 해당 작가들의 작품의 이미지를 찾기 힘들어 첨부하지 못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한 한 가지 기분 좋은 사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한국화 및 한국작가들의 작품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마냥 모던함만을 담고 있는 건물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속에 전시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보니 서울관이 참 간결하면서도 안락하고 따스한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상설전을 기획해 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여성적인 숭고가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감정을 느끼게 했던 문인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2005091104b.jpg

문인환, <침묵의 땅>, 2003


[최다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