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에게 정말 내일은 없을까.

영화<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오늘, 당신의 청춘은 무사한가요?
글 입력 2019.02.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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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의 줄거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크기변환]movie_image.jpg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주연 유아인, 김병석

감독 노동석



-

 


문득 궁금해졌다. 형은 왜 살까?



"왜 사니?"


“혹시라도 네가 출세할까봐 산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세차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던 날 형에게 물었다.

형이 아는 가장 먼 미래는 언제냐고.


    

형은 짧게 대답했다.  




 “내일.”


   

-

 

기수와 종대는 형 동생 사이다. 친형제는 아니지만 그보다 가깝다. 둘은 부모도 다르고 함께 살지도 않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공유한다.

 

종대는 왜 그토록 총을 사고 싶어 했을까? 어린 시절부터 종대의 관심사는 늘 총이었다. 총을 가지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정말 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총을 사려고 했을까. 어쩌면 종대는 이루고 싶은 목표도 지향점도 없는 삶에서 철없는 아이의 고집처럼 총이라는 물질적 목표에 집착하게 된 것 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훌륭한 소년이 될 거에요?”라는 대사는 총 3번 나온다. 기수가 조카인 요한에게 묻는 것을 시작으로 감독은 자꾸만 보는 이로 하여금 이 대사를 읊조리게 한다. 기수가 요한에게 건넸던 질문은 자기 자신을 향한 물음같이 들린다. 훌륭한 소년이 되고 싶었지만, 누구도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봐주지 않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요한에게 동시에 어린 날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아니었을까.

 


기수.jpg

 


영화의 주인공은 종대(유아인)로 설정되어 있지만 나는 보는 내내 기수(김병석)에게로 가는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두 소년 모두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종대는 진짜 총을 사고 싶었고 기수는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고 싶었다. 대조되는 꿈만큼 둘의 사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감독은 영화 시작부터 종대와 기수가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는 존재인지 부각시켰지만 그런 연출이 무색하게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기수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기수의 표정에서 행복이나 만족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기수는 그런대로 살아간다. 형수가 집을 나가고 친형이 데려온 조카를 어쩔 수 없이 돌봐야 했을 때도 기수는 그런대로 살아간다.


영화 초반 종대의 내레이션에서 기수는 형이 아는 가장 먼 미래가 언제냐는 종대의 질문에 내일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겠다는 기수의 꿈은 말뿐인 공상일까.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는 것은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수도 알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꿈은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것이겠지만, 기수에게 내일은 현실이고 꿈은 꿈이다. 이런 기수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드럼학원 형은 기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현실이 꿈을 이기는 경우는 없어.” 기수에게 감독이 해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순간, 기수도 한없이 약해빠진 소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수, 종대, 요한.jpg

 


영화 속에서 모험형과 현실형 인물 둘만 놓고 보면 흔히 모험형 인물이 주인공이 되고 현실형 인물에게는 주인공이 모험심으로 벌여 놓은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종대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고 그 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떻게든 현실을 잘 살아보려 하는 기수가 있다. 나는 기수의 청춘도 응원하고 싶다. 친형이 두고 간 조카와 피도 섞이지 않는 동생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하루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는 기수에게 내일이 없어도 너의 오늘은 소중하니까 고개를 들고 잠시라도 하늘을 바라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 속에서 나와 우리의 청춘을 돌아봐도 어디에나 종대는 있고 어디에나 기수는 있었다. 비록 그들이 처한 현실이 우리와는 다르더라도 우리는 종대와 기수라는 청춘의 대표 앞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지막.jpg

 


감독이 어두운 현실을 다르게 살아가는 친형제와 다름없는 두 사람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기수로부터 시작해 종대에게서 마무리 된다. 기수의 물음에서 종대의 대답으로. 그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요한이가 소화한다. “훌륭한 소년이 될 거에요?” 기수의 목소리엔 서글픔이 서려있고 종대의 목소리엔 활기가 배어있었지만 두 소년의 답은 같다. 그들 앞에 놓인 미래가 내일뿐이라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때로는 서글프게 그럼에도 활기차게 오늘을 살아갈 두 소년을 응원하고 싶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은 얼핏보면 내일이 없는 어두운 현실을 사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다시보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미친듯이 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 오늘은 처음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말고 너의 가장 젊은 날을 살아라.

         


[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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