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으로 듣는 게임, 차원의 도서관 에피소드 <하얀 마법사> [게임]

음악으로 듣는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9.02.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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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차원의 도서관

에피소드 1 <하얀 마법사>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


 

어릴 적 영화나 책을 보면서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되어 악당들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기를 꿈꾸곤 했다. 그리고 멋진 영웅처럼 역사책에 내 이름이 기록되는 그런 이야기. 영웅이 된다면 모두가 나를 기억해 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고,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안타깝게도 모든 영웅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다. 단 한 명이라도 그를 기억하는 자가 없다면 역사에 기록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현재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서도 역사가 기록되는 방식은 같다.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다만, 게임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설정이 있는데, 모든 역사가 기록되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메이플스토리의 ‘차원의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사가 기록된다.

 

차원의 도서관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독자가 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차원의 도서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책 속의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렇기에 유저가 느끼는 몰입감과 감동은 배가 된다. 또한, 음악을 통해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차원의 도서관을 대표하는 곡 ‘The Dimension Library’, 그리고 각각의 장면마다 달라지는 음악이 유저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The Dimension Library 차원의 도서관





차원의 도서관을 대표하는 곡 ‘The Dimension Library’. 처음에는 도서관이라는 테마에 맞지 않는 음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흔히 도서관이라면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침묵과 사색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차원의 도서관은 그렇지 않다. 다른 도서관과 다르게 역동적이고 활발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음악이 더해지면서 다른 차원에 와있는 것처럼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 곡은 아이리쉬 음악 풍의 곡으로, 전통악기 일리언 파이프에 아이리쉬 휘슬까지 생소한 악기들로 연주된다. 처음에 등장하는 일리언 파이프의 날카로운 소리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에 익숙해 지면 느낌이 달라지는데, 현실에서 판타지 세계로 이동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엔딩 곡이기에 차원의 도서관을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이 곡에서 감동을 느끼고, 이야기가 끝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

   


스포일러 주의 




EPISODE 1. 하얀 마법사



 하얀 마법사의 비밀, 그리고 하얀 마법사에 대적한 이름 없는 용병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차원의 도서관 시리즈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하얀 마법사>가 유저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The Aurora (오로라 대신전)

Serenity (세레니티)

The Stormy Forest (폭풍우 치는 숲)


      

이야기는 용병이 아리안트 대부호 핫사르에게 하얀 마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용병은 전쟁과 기아, 약탈과 재해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가 ‘하얀 마법사’라고 생각해, 그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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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법사.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마법사는 세상의 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갔지만, 세상의 끝은 그의 기대와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함을 느낀 그는 “궁극의 빛은 궁극의 어둠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춘다. 용병은 수소문 끝에 지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중 하나인 평온의 숲에서 빛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The Aurora 오로라 대신전


    



가장 어둡고 깊은 숲, 빛조차 방해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하얀 마법사. 그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오로라 대신전’에서 빛을 연구하고 있었다. 오로라 대신전에는 고요함과 적막감이 흐른다. 신전의 적막함과는 반대되는 음악 ‘The Aurora’. 이 음악은 신전의 성스러움보다는 왠지 묘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Serenity 세레니티


   


“제가 이곳에서 연구하는 것…

그것은 단순한 힘이 아닙니다.

    

인식의 지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지식.


우리를 더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세계에 신의 도시를

재현할 수 있는 근원의 지혜.

그것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오로라 대신전 옥상. 밤하늘을 도화지 삼아, 오로라가 그림을 수놓고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서 오로라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옥상에서는 오로라를 따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마치 오로라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부드럽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포근한 무언가에 쌓여있는 것처럼 따스한 느낌이 든다. 음악과 함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하얀 마법사를 바라보며 그에게 빠져든다.


 

 

The Stormy Forest 폭풍우 치는 숲


      


“궁극의 빛 같은 건 없었습니다.

제가 닿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빛이 있는 한 어둠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궁극의 어둠은 존재하죠.

이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용병이 오로라 대신전에 머물면서 하얀 마법사의 연구를 도와준 지 몇 달이 지나고, 하얀 마법사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용병은 어둠의 몬스터 오멘(omen)의 수가 늘어나는 게 빛 연구의 부작용이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하얀 마법사의 연구실로 찾아간다. 하지만, 이미 하얀 마법사는 타락해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궁극의 빛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말이다. 빛이 있는 한 그림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는 하얀 마법사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다.

   

하얀 마법사를 막을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 용병은 하얀 마법사를 막으려 그를 쫓는다. 그가 가지고 있던 순수한 빛마저 자기 몸으로부터 내던진다.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이제는 광기에 휩싸인 미친 마법사가 되어버렸다. 하얀 마법사의 타락을 나타내듯 고요하던 숲에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주위를 맴돌던 공기가 차게 식으면서 빗소리와 함께 암울한 일렉기타 소리가 들린다. 일렉기타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와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소리에서 기괴함이 느껴진다. 세상의 끝, 벽을 넘었지만, 아무것도 없었기에 느끼는 허망함과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결국 미쳐버린 하얀 마법사의 광기를 잘 표현한 곡이다. 

 


“나는 떠돌이 용병이다.


돌이켜보면,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생이었다.

해가 저물고 바람이

옷깃에 스미는 어느 날에,

내 주검도 어디엔가 낙엽처럼 뒹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날이 오늘일지도 모른다.”


 

기적은 없었다. 하얀 마법사 아니, 검은 마법사를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용병은 신에 가까운 힘을 얻은 검은 마법사에 대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기가 죽는 그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도. 그런데도 용병은 검은 마법사를 막아섰다. 세상에 환멸과 공허함을 느낀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악에 대적한 첫 번째 영웅이 되었다.

 

검은 마법사와의 싸움에서 전사한 용병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뒤이어 아린이 용병의 죽음에 슬퍼하는 장면과 과거 아린이 용병에게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지 않겠냐는 회상이 교차하면서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

    

<하얀 마법사> 이외에도 차원의 도서관에는 잊혀진 인물들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어느 이야기를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메이플스토리 ‘차원의 도서관’을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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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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