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을지로 핫-플레이스 <아크앤북> 방문기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2.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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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점.


카페.


이 세 장소의 존재 의의는 서로 다르다. 카페나 도서관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된다.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하고, 책도 읽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기도 하니까.


반면 서점은 목적이 분명하다. 책을 파는 곳.


그런데 최근의 대형서점은 책만 팔지 않는다. 요즘 대형서점은 커피를 팔고 문구 제품을 팔고 또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열심히 팔며 그리고 책을 판다.


얼마 전 엄마의 제안으로 을지로의 핫플레이스 ‘디스트릭트C’에 다녀왔다. ‘디스트릭트C’는 여의도, 명동의 디스트릭트 시리즈를 잇는 세 번째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한다. 복합문화공간이란 쉽게 말해 한 장소에서 F&B와 함께 이것저것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일컫는다. 이곳에는 서점 <아크앤북>과 라이프스타일숍,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곳을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건 검색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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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마가 여기에 가자고 제안했을 때, 겉으로 티내지 않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곳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엄청나게 분노하며 SNS에 소위 ‘까는 글’을 올렸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크앤북>에 화가 났던 건, 이곳이 책을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갖고 다니며 식사하기를 권장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 때 더러워진, 더러워질 수 밖에 없는 책을 구매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훼손된 책은 출판사에 돌려보내면 그만이니까 서점 입장에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의 갑을 관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입장에서, 이건 어마어마한 갑질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만 불매하고 싶지 않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렸고, 이후 한동안 잊고 지냈다. 이번 기회에 실제로 사람들이 이 장소를 어떻게 소비하는 지 직접 보고 싶어졌고, 방문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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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오전에 들린 <디스트릭트C>의 첫 인상은 ‘쾌적함’이었다. 넓고,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 수가 적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핫플레이스에는 당연히 포토존이 있고, 역시나 이곳에서도 금방 포토존을 찾을 수 있었다. 최대한 방문하는 사람들과 유사한 패턴으로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가장 먼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책을 구경하러 가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숍에 먼저 들렀다. 최근에 워낙 이런 유형의 가게가 많아서 이곳도 뻔하게 ‘큐레이팅‘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를 끄는 물건이 많아서 오랫동안 구경했다.


오히려 이후에 구경한 서점 <아크앤북>의 큐레이팅은 매우 무난한 편이었다.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굳이 찾아준다면, 희귀한 해외 장르서적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정도. 최근 SF에 관심이 많아 부러 SF 코너를 찾아갔는데, 딱 2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점에 방문하면 반드시 책을 사서 나오자‘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국내 SF 단편집을 한 권 골랐다. 엄마도 책을 한 권 골랐고, 대강 서점을 다 둘러본 우리는 서점(아크앤북) 내에 전시된 생활용품을 구경했다. 라이프스타일숍-서점-서점 내 코너를 들릴 때마다 무언가를 구매한 우리는 한 카페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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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 천천히 둘러보니, 이 공간이 얼마나 안락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카페에 들어가지 않아도 앉아 있을 공간이 넘쳐났다. <아크앤북> 내부에도 다른 대형서점이 그러하듯 앉아 있을 공간이 풍족했다. 이 공간 전체가 누구나 앉아서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칫하면 와 정말 좋은 곳이네, 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받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서점에서 책을 읽고 가는

분위기를 조장하는가?



이들은 책을 팔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고 읽고만 가도 괜찮아 보인다. 서점 입장에서는 굳이 책을 팔지 않아도 여유롭다. 사람들은 커피를 사마시고, 생활용품을 사고, 하다못해 문구 코너에서 펜 한 자루라도 사서 나오니까. 우리는 책 2권을 포함하여 커피와 다과, 생활용품, 라이프스타일 숍 제품을 구매했다. 의무감으로 책을 구매한 나나 미리 살 책을 정해놓고 간 엄마와 달리, 사람들은 얼마든지 이곳을 책 구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서점’을 빙자한 복합문화공간이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 책을 판매할 열정과 의지가 없는 곳을 이대로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해도 되는 걸까?


복합문화공간을 검색해보면, 서점과 관련된 여러 뉴스가 뜬다.


‘책이 아니라 경험을 팝니다’

‘책은 거들 뿐..서점, 콘셉트 문화 공간으로의 무한변신’

‘서점의 변신은 무죄, 핫스팟 여행지부터 복합문화공간까지’


책을 파는 ‘서점’, 그러니까 복합문화공간은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트렌디한 공간에 사람들은 모여들고, 그만큼 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면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은? 이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제 기능을 잃은 서점은 출판업계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아크앤북'뿐만 아니라 많은 서점이 비슷한 노선을 밟고 있다. 최근 일본의 서점 <분키츠>는 1만 5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분키츠’에는 책과 오롯이 일대 일로 대면하기 위한 ‘관람실’, 여럿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 차와 다과를 곁들이며 독서할 수 있는 카페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약 90개의 좌석이 배치된 카페 공간에서는 갓 갈아낸 원두로 내린 커피와 잎차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전원 달린 책상은 물론 신발을 벗고 책을 읽는 좌석도 갖췄다.



참고기사 ; 일본에서 입장료 1만 5천원 받는 서점이 등장한 이유


기사에 나와있듯이, 출판업계의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서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출판업계 전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갸우뚱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입장으로서, 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결과 서점-특히 독립 서점이나 소규모 서점-에 방문하면 반드시 책을 사서 나오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분키츠>의 입장료 지불과 유사해보이지만, 책 구매는 그 책을 만든 사람에게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수익이 돌아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아무리 서점에서 대놓고 ‘책 읽고 가십쇼, 대신 다른 걸 사십쇼’ 하고 판을 깔아놓아도 조금 읽어보고 궁금한 책은 사서 나오자.



<책 사서 읽기 운동>,

함께하지 않겠는가.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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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쿠쿠코리
    • 공감가는 글입니다! 앞으로는 서점에 자주 들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구매해야 겠어요!
    •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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