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 : FILO [도서]

글 입력 2019.02.18 23: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를 본 뒤 꼭 하는 일이 있다. 그 영화가 좋았든, 별로였든 해당 영화 리뷰를 찾아보는 것이다. 찾아보는 리뷰는 포털사이트의 한 줄 평, 또는 전문 매체의 깊이 있는 해석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그저 내가 느낀 감정이 일반적인 감상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리뷰를 읽었다. 영화를 더욱더 즐겁게 보기 시작한 뒤로는 놓친 의미에 대한 해석을 다시 짚어보고자 찾아본다.


과거에는 리뷰를 찾아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출판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SNS 페이지를 통해서도 타인의 감상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



6호내지 (3).jpg
 


하지만 너무도 많은 글을 속에 놓이다 보니,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영화 덕후가 되고 싶은 새내기로서, 정확한 해석을 알려주는 글이 필요했다.


그래서 현재 영화를 다루는 잡지 중 가장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씨네 21>을 읽기 시작했다. 정기구독한 지 일 년 정도 지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 영화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고 몰랐던 영화도 알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영화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대중적인 영화를 중심으로 서술이 되다 보니 독립영화나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혹은 이미 지나간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은 자주 올라오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더 다채로운 평이 들어있는 매체를 찾아보고 싶었고, 그즈음 'FILO'를 추천받았다.



filo_6호_표지(앞).jpg
 


이미 6호가 나온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기 부끄럽지만, 이번 문화 초대를 통해 FILO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FILO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수다를 담은 잡지다. 특히 이번 호는 2018년 베스트 영화를 다루는 특집호다. 2018년 개봉작뿐만 아니라 고전까지 포함하여 2018년에 본 영화 중 10편을 선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모두 총 123명의 감독과 134편의 영화가 선정되었다. 또한 따로 실시된 독자투표를 통해 선정된 10편의 리스트도 함께 실려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답게, FILO의 필진들은 서로 앞 다퉈 좋았던 영화에 대해 즐겁게 말한다. 대다수의 필진들이 '순위를 선정하는 것'에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친한 친구에게 좋은 영화를 추천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별점으로 작품을 쉽게 순위 매기는 입장으로서, 모든 작품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또한 여러 나라 평론가들의 글이 담겼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글의 원어도 옆에 포함돼있어 더욱 특별했다.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하는 것도 아닌 데다, 일본어는 한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에 원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문장, 감명 깊은 글 한 줄을 원어로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훌륭한 번역이라도, 글쓴이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는데 바로바로 와 닿는 문장을 원어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이처럼 책으로 국가를 초월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일부러 찾아 읽지 않은 이상, 이들의 평을 찾고 해석하며 영화의 지평을 넓히기가 힘든데 FILO는 다양한 사람들의 감상을 실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6호내지 (5).jpg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의 진입장벽이 너무도 높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영화에 관심이 생겨 이곳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새내기에게는 무작정 수다에 끼어들기 어려웠다. 영화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해석하는 것이 이 잡지만의 특색이지만, 이제 막 영화를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배려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취향을 바꿀 필요는 없다. 영화를 사랑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FILO를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기 때문에 FILO의 높은 진입장벽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는 많은 사람의 감상이 모이고 공유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체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FILO는 분명 그 시작점에 서 있다. FILO를 통해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싶다. FILO를 보고 영화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



[조수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