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넷플릭스, 미디어의 ‘판’을 흔들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1.3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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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TV 프로그램을 TV보다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것은 비단 나의 개인적인 경험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스낵 컬쳐’의 트렌드는 기존 TV 플랫폼과 방송사들의 유통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방송사들에게 프로그램들을 더 이상 TV 매체에 국한해 송출할 수 없는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양한 기기의 발달로 하나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종류는 급속도로 늘었고,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을 향유하는 방식이 현대인들에게 선호되다 보니 수많은 콘텐츠 플랫폼 중에서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국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는 작은 스타트업부터 통신사, 그리고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업자들이 계속해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최근 거대한 자본과 강력한 입지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전문 기업 넷플릭스(Netflix)다.


사실 넷플릭스는 1997년 첫 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지금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을 통해 DVD를 주문 받은 후 집으로 배송해주는 식의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곧 전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 연결망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 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눈여겨본 넷플릭스는 2009년, 기존의 사업 노선을 DVD 대여 서비스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폭 변화시키게 된다. 별도의 광고 없이 가입자의 월 이용료에 의해서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하나의 계정을 통해 컴퓨터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전자 기기에서 동영상 감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시장 우위를 차지하고자 했던 전략은 오래지 않아 이 기업을 가파른 성장세로 이끌었고, 곧 2012년에 이르러서는 전 미국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이용할 정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윽고 4년 후인 2016년, 각국에 진출해 더욱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는 드디어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고, 이는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겨 지기 시작했다. 사실 첫 진출 당시 넷플릭스의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내 토종 서비스들보다 한국 작품의 수가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정확도도 국내 기업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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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7년,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인식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한 영화가 등장하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바로 넷플릭스에 의해 제작되어 넷플릭스에서 독점으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제작 투자와 봉준호 감독이라는 화제성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고, 그동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대중들에게도 <옥자>는 넷플릭스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국 시장 공략에 자신감이 붙은 넷플릭스는 더욱 적극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일컫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한국 작품 수를 전폭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타 방송사의 작품에도 아낌없는 제작 지원과 적극적인 판권 구매를 통해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혀 왔던 ‘절대적인 콘텐츠 수의 부족’ 문제를 보완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가진 엄청난 자본과 탄탄한 입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윽고 2019년 현재, 넷플릭스는 드디어 국내 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입지를 서서히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얼마 전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국내 제작사들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넷플릭스와 협업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는 미디어 흐름의 새로운 형국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화제성과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이들 작품이 인터넷을 넘어 TV 매체로 진출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통상적인 미디어 흐름이 TV 매체에서 방영되는 것을 기본으로 제작된 후 흥행과 화제성 등에 힘입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형태를 띄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뉴미디어 콘텐츠가 오히려 기존의 TV 매체로 확산되는 이른바 ‘미디어믹스’의 흐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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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러한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도 넷플릭스에 대적할 만한 자본과 경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잠식하고 독자적으로 뒤흔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이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상파 3사와 몇 곳의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은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을 최근 형성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고, 정부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거대 외국계 자본 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고자 하는 정책을 추진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가 이미 100만 명을 돌파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 거대 기업을 향한 늦깎이 규제와 견제가 과연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또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콘텐츠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을 무조건 막기만 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비록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동안 생각되지 못했던 새로운 미디어의 흐름을 만들어 낸 성과도 분명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국내 서비스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들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 예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의 견제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넷플릭스의 다음 플랜은 과연 무엇일까? 이미 국내 미디어 흐름의 새 ‘판’을 성공적으로 짜고 있는 이 거대 공룡 플랫폼의 영향력이 2019년 또 어떤 문화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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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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