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마에스트로의 새로운 도전

글 입력 2014.07.2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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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마에스트로의 새로운 도전


글 -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국내의 대표적 지휘자 임헌정이 사반세기 동안 조련했던 부천 필을 떠나 코리안 심포니의 수장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에스트로가 대한민국의 대표적 국공립 오케스트라인 코리안 심포니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는 앞으로의 3년 동안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지 내심 궁금했던 터였다. 그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의 편린을 지난 7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임헌정 지휘자.jpg

    이 날 저녁 임헌정은 말러 교향곡 9번 D장조 단 한 곡만으로 코리안 심포니와의 궁합을 과시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예전 임헌정의 수족이라 할 부천 필과의 긴밀했던 호흡에 비해 코리안 심포니와의 호흡은 아직 덜 익은 태가 완연했다. 악단이 뿜어대는 소노리티의 질감에서부터 무언가 푸석푸석하고 농밀하지 못한 관료적(?) 사운드는 예전 임헌정이 부천 필과 들려줬던 자발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말러라든가, 작년 8월말 같은 장소에서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이끌고 들려줬던 드라마틱한 동곡 연주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었다. 2,3악장을 좀 더 다이내믹하게 끌고 가도 좋았을 텐데, 굴곡이 완만한 심심한 고비들이 애석했다. 1악장의 예감어린 전주 이후 상승하는 포효의 한가운데에서도 코리안 심포니의 열의는 눈부신 백열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마지막 4악장 아다지오에서 기대되는 끈질긴 스트링파트의 강력한 드라이브도 헐거운 이완감으로 다가왔다. 한마디로 예전 부천 필 시대의 임헌정이 보여준 눈부신 악흥의 순간들에는 미치지 못한 평이한 무대였다.



    그간 임헌정이 지휘한 수많은 부천 필 무대 외에도 서울시향, 원주시향, 춘천시향을 객원지휘한 무대들 또한 수시로 보아왔다. 그 모든 무대들에서 임헌정은 높은 레벨에 도달해 있는 무결점의 작품해석을 과시하며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작년 9월로 환갑을 넘긴 임헌정이 추구하는 음악의 지향점이 이전과는 달리 원숙의 경지로 치닫고 있다 하더라도, 미적지근한 완만한 무대들이 원숙의 명연으로 포장되는 해프닝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들은 임헌정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진짜배기 원숙의 무대를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펼쳐질 임헌정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무대들이 그 같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비장함으로 채워지기를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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