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엄마'에 담긴 모든 의미 [도서]

<엄마니까>를 읽고
글 입력 2019.01.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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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는 세 아이의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 그 곳에서 겪은 모든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에세이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아이들을 위해 결정한 유학 스토리는 다사다난했다.


지금까지 ‘엄마’를 주제로 삼은 이야기를 읽어왔을 때, 나는 감동, 미안함, 왠지 모를 슬픔 등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이 책도 마찬가지겠지?’ 라는 섣부른 판단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엄마의 시선으로 쓰인 문장들을 읽으며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무엇 이길래, 이토록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일까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짐작했다.




p.22

때로는 아름다워서 슬퍼질 때가 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나는 마음이 시렸다. 나는 이 낯선 나라에 ‘놀러 온’게 아니라 ‘살러 온’ 것이었다.



엄마인 작가는 몸이 약한 딸의 상황, 한국 교육의 모습 등을 보며 캐나다 빅토리아로 유학을 결심했다. 마침 한국에는 조기 유학 바람이 불고 있었고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빅토리아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초록빛이 가득한 숲길과 청량한 바다는 아이들과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던 중 문득, 이곳을 온 목적을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


경제적 지원을 위해 남편은 한국에 있고, 작가와 아이들만 이곳에 떠나왔다. 엄마라는 책임감과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한 입증은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엄마의 상황을 누가 헤아려줬을까. 아마 ‘엄마니까’라는 이유로 주변의 모두가 이 무게감을 당연시 여기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빅토리아에서 외롭게 고군분투 했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p.138

큰딸의 음대 입학은 유학의 중요한 ‘이유’였다. 어렵게 떠나온 유학인지라 아이들의 명문 대학 진학이 내 선택에 대한 ‘성적표’라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가 유학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식의 명문대 입학도 있었다. 좋은 피아노를 가지고 왔고, 뛰어난 선생님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딸의 피아노 연습으로 소음 신고가 들어왔다. 이웃들의 신고가 계속되었고 하루에 두 번 경찰관이 다녀가기도 했다. 그러나 낮 시간 만큼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습을 해나갔다. 한 여자 경찰관의 이해로 소동은 잠잠해질 수 있었다.


유학이라는 선택이 옳았음을 고국에게, 남편에게, 내 자신에게 입증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명문 대학 진학’이라는 가시적 요소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엄마라는 위치의 자부심, 성공적으로 자식을 키우고 싶은 엄마로서의 욕망을 떠올렸다.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지면 당연하게 생기는 욕심일까? 아직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지레짐작만 할 수 밖에 없었다.




p.158

낯선 나라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건, 날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행여 날아갈까 쓰러질까, 스스로 바람벽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없어졌다. 모래주머니처럼 차고 견뎠던 ‘신념’이 무너진다.



아들의 친구 린든은 그를 줄곧 괴롭히곤 했다. 시비를 걸고 무안을 주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작가의 메일에 린든 어머니의 사과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일까를 고민하던 중, 발신함에 린든 어머니께 보낸 메일이 있었던 것이다.


교육의 기회가 많은 아이들은 엄마보다 언어 능력이 좋았다. 그래서 아들이 엄마의 메일에 접속해 직접 엄마인 척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것을 보고 작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언어의 힘이 중요한 타지에서, 언어로 인해 엄마의 지위가 무너져 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연스레 언어 실력의 차이가 나면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부탁할 때, 학교 상담을 할 때에도 아이들을 앞세웠다. 언어로부터 부모 자식 간 서열이 무너지며 작가는 엄마의 역할이 깨어지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더 이상 자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 믿고 의지해오던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박탈감이 들었을 것이다. ‘엄마’라는 역할에 굉장한 힘과 책임감이 실어져 있음을 느꼈다.




p.221

‘엄마’라는 직업은 자격증도 없고 수습 기간도 없다. 너무 힘겨워 도망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그녀가 있어 지금 내가 있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어릴 적 스웨터를 굉장히 잘 짜셨다. 이를 부업삼아 생계를 유지하고, 남은 털로 자식들의 옷을 만들기도 하셨다. 빅토리아에 오셨을 때, 큰 딸 연주회에 입히라며 분홍색 숄을 떠오셨다. 연골이 닳도록 떠오신 스웨터는 가슴을 울리게 한다.


한국에서 일을 했던 작가는, 자신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 이곳 빅토리아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한다.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며, 이렇게 키워 오셨을 작가의 어머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작가는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건강을 감수하며 스웨터를 짜셨다. 작가는 자식들을 위해 한국에서 쌓아온 자신의 커리어를 놓고 이곳으로 떠나왔다. 엄마는 희생이 필연적일까. 대물림 되는 엄마의 희생을 바라보며, 나는 정의내릴 수 없는 어떤 모호하고 먹먹한 감정이 든다. 사회가 원하는 ‘엄마’는 과연 무엇이기에, 엄마가 된 자들이 느끼는 ‘엄마’의 역할은 무엇이기에 이토록 모든 것을 쏟을까. 엄마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대단하다. 한편으론 언젠가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나의 미래 즉 여성으로서의 미래가 두렵기도 하다.




p.286

나를 들여다보니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인 줄 알고 퍼주기만 하다가 기울어진 마음 밭, 거북등처럼 갈라진 마음에 물을 주고 싶다. 내 마음이 촉촉했을 때를 기억해 내려 애쓴다. 엄마가 아닌, 오직 ‘나’만 생각해도 괜찮았던 시간들, 내가 하고 싶었던일, 내가 꾸었던 꿈,,



작가는 긴긴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딱따구리를 보았다. 나무 기둥을 쉴 새 없이 쪼아 이곳에 알을 낳고 터전을 마련한다. 그 후엔 새끼들에게 먹이도 주고 이곳을 노리는 무리도 내쫓아야 한다.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것만 같은 아이들의 손을 놓아주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떠난 그 빈자리의 헛헛함을 견디는 인내의 시간도 겪어야 한다. 이제야 작가는 자신을 돌아본다.


개인적인 것들을 전부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 매진했던 생활이 끝났다. 이제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라고 다들 말한다. 과연 이 과정이 말처럼 쉬울까. 최대 목표를 달성한 후 찾아오는 허전함을 누가 이해해줄까. 이 것 또한 ‘엄마’의 숙명일까? 책에서 작가가 딱따구리 다큐멘터리를 보며 읊조린 말이 있다. “딱따구리의 삶도 참 고단하다. 그래도 지금이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새끼들은 곧 엄마 곁을 떠나게 될 테니까.” 엄마가 느끼는 허퉁하고 애달픈 감정이 절실히 와 닿은 대목이었다.


*


책을 읽고도 ‘엄마’의 역할은 그 어떤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었다. “엄마는 희생이다, 사랑이다”와 같이 감히 쉽게 정의내릴 수 없다고 느꼈다. 내가 책을 통해 느낀 ‘엄마’에 대한 이해는, 아마도 엄마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을 이해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엄마는 이 작은 부분이라도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하겠지. 나는 엄마가 주는 사랑에 다 보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리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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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
- 마침내 엄마 사표, 이제 '나'로 살기로 했다. -


지은이 : 박영숙

출판사 : 디스커버리미디어

분야
에세이

규격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9년 1월 10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88829-07-1 (0380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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