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올해야 말로 꼭 읽고 싶은 책 10권 [도서]

글 입력 2019.01.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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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신년을 맞이하며 어제와 다른 나를 다짐한다. 실천방안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항목은 운동, 영어, 독서가 아닐까? 나는 이 중 독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쓸데없는 고민이 늘어남에 따라 예전에 비해 독서량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내 ‘읽은 도서’와 ‘읽고 싶은 도서 리스트’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특히 후자는 수백 권(..) 수준이라 정말로 읽을 도서와 희망 도서가 혼재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다. 이렇게 쌓아만 놓으면 계속 묻힐 것 같아 돼지의 해를 맞이하여 ‘올해엔 꼭 읽고 싶은 10권’을 뽑아보았다. 기준은 내 마음을 얼마나 끄느냐로 두었으며 최근 관심사부터 과거 관심사까지 고루 섞여있다.

즐거운 학문, 니체
대한국민현대사, 고경태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신현경 외 7인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러셀 로버츠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로버트 풀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리처드 파인만
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2019 도서리스트 10



01
<즐거운 학문>, 니체

“정오의 니체를 만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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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서재공개기 바로가기)에서 살짝 밝혔듯이 나는 니체를 좋아한다. 시작은 고3 수능이 끝난 이후 갓 20살 된 겨울이었다. 그 이전의 내가 좋아했던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였을 것이다. 개념이 좋은 것보다도 당시 나의 세상에서 ‘철학=그리스 고대(소, 플, 아), 도덕=기독교’가 기둥이었다. 생각은 많은데 가치관은 경직되어 있으니 이상에 일치하지 않는 현실과, 나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괴로웠다.

니체를 만나고 나서야 내가 또라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나의 20대 초반은 의식하든 안하든 온통 니체였고 그는 짐을 덜어준 뒤, 이자를 더해서 올려주었다. 하지 말라는 것을 고대로 하면서 땅을 판 대가는 깊은 몰락이었다. 지금은 좋은 공동체를 찾아서 4개월간의 <즐거운 학문> 스터디를 수행 중이다.


02
<대한국민현대사>, 고경태

“평범한 국민이 아버지의 신문스크랩으로 쓴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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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공부할 때 가장 쉽고 재밌었던 부분은 사실 고대사였다. 부여부터 통일신라까지가 역사보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라 부담 없었다. 조선이 들어서고 근대개화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슬슬 열이 뻗히고 현대사가 시작되면 혼란에 빠진다. 현대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념 전쟁,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그래서 어느 측이 발표했느냐, 누가 구성한 책이냐를 유념하고 계속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이 책도 저자가 한겨레 기자이기 때문에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료는 당시를 직접 살아갔던 아버지가 손수 모은 신문 스크랩이다. 저자를 믿지 못해도 당시의 신문은 믿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해, 그 시대가 무엇을 말했는지 오늘날의 언어로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03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신현경 외 7인

“미투 이후의 대한민국 페미니즘은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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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출판사 별 부스를 돌아다니며 괜찮은 책들을 둘러보던 때에 깔끔한 표지 위에 적힌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페미니즘 논쟁은 시작되었고 예전과 달리 묻히거나 멈출 수 없는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논의가 200년간 다른 방식으로 나와도 끊이지 않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생각하고 나눠야 하는 것은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난 이후 나는 개념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순진했던 시절엔 오빠들 말에 네네하는 것이 다투지 않는 길이라고 여겼던 흑역사(..)가 있다. 그때에 페미니즘은 어딘가 멀고 낯선 언니들의 것이었다. 그녀들이 한 마디 할 때마다 따라붙는 날 선 반박과 조롱이 있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지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이다. 차이에 대한 멸시가 아닌, 인정으로 바뀌어가는 사회를 꿈꿔본다.


04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러셀 로버츠

“자본주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쉬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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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도덕감정론>을 읽기 위한 준비로 넣었다. 우리는 감정 없는 이성, 사람 없는 효율, 합리를 위한 합리를 비판하지만 현실은 이성, 효율, 합리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쉽게 자본주의 탓을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 때의 위안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그럼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은, 막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아보고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시작은 아담스미스의 <도덕감정론>으로, 스펙트럼은 넓게 마르크스의 <자본론>,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으로 잡았다. 물론 나는 이 책들에 접근할 수 있는 문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04의 시도처럼 쉬운 책들부터 읽어나가려 한다. 연대기 순보다 내가 흥미 있는 시기, 학자로 겅중겅중 왔다갔다 넘어갈 예정이다.


05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총, 균, 쇠> 이후 ‘인간’의 역사와 미래를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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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총, 균, 쇠>를 읽었다. ‘서양 문명이 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귀납적으로 원인을 추적한다. 일차원적으로 ‘서양에는 총, 균, 쇠가 있었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런 기술이 있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말한다. 맨 위로 올라가보면 해외여행 생각할 때 외에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 세계지도가 나온다. 동서축, 당신의 대륙이 가로로 긴지 혹은 세로로 긴지는 하위의 많은 중요조건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총, 균, 쇠>를 읽기 전에는 문명발전의 꼭대기 조건이 잉여식량(혹은 인구증가)이었지만 지금은 작물화/가축화, 길들임에 적합한 야생종의 유무, 종과 정보의 전파 용이성 등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사피엔스>에도 이와 같은 깨달음을 기대한다.


06
<1만 시간의 재발견>, 안데르스 에릭슨/로버트 풀

“노력의 배신, 노력할거면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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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은 자기 계발서에 있지만 나는 심리학에 가깝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고 매번 하는 실수는 몇 년이 가도 그대로이듯, 시간의 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기술적인 것은 양적인 노력을 퍼부으면 평균 이상은 그럭저럭 올릴 수 있지만 그 너머는 다른 질의 노력을 요구한다.

책의 핵심내용을 요약한 동영상이 있어서 한 번 올려본다.




07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리처드 파인만

“사기 치지 않고 정말 어렵지 않다는 물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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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과학, 물리학 관련 책을 추천받으면 쉬운 책이라 하며 종종 파인만이 거론되었다. 개인적으로도 한때 학문의 길을 생각하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그의 즐거운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를 본받고 있다. 관련 일화들도 과학자치고 같이 유쾌한 것들이 많아서 이런 것만 찾아봐도 재밌다.

올해에는 이전의 독서 경향에서 조금 벗어나 과학에 관련된 책의 비중을 늘려보려 한다. 첫 타자는 리처드 파인만으로! 책 소개글을 보니 원자의 운동, 물리학의 기초, 물리학과 다른 과학의 관계, 에너지, 중력, 양자역학 등을 다룬다고 한다. 다른 교양서에서도 읽었던 내용이지만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 말할지 기대된다.


08
<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서 어떤 익명의 독서중독자가 추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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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던 작가고 들어보지 못한 -일상에서는 자주 들었지만- 책이다. 웹툰 댓글에서 추천받아 개인 리스트에 넣어두었고 이번에 2019 리스트 10을 짜면서 알게 되었다. 표지와 제목폰트는 촌스럽지만 표현이 너무 웃겼다. 만약 아래의 문단이 재밌다면 당신도 책벌레!


텍스트에서 느끼는 쾌락을 텍스트의 문법적(현상텍스트적) 기능으로 환원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육체의 쾌락을 신체적인 욕구로 환원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에로틱한 부분은 옷의 틈새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텍스트의 즐거움의 고유성이기도 한) 성 도착증의 경우에는 '성감대'(말이 났으니 말인데, 이것은 지독히도 신경을 자극하는 용어다)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책을 처음 봐서 그런지 모르는 학자가 언급되는 문단도 재밌었다. 저자가 독일인이라 가능한 유머인 것 같았다. 독일의 경직성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 특유의 진중한 유머, 유머러스한 진중함은 즐겁다.


09
<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통계를 가지고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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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 넘은 책이지만 데이터와 통계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지금이야말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대중문화의 요소들로 통계하면 떠오르는 머리 아픈 이미지를 떨쳐내고 개념부터 오해까지 단숨에 풀어낸다.

나는 직관적인 경험과 결정을 주로 하고 그것을 믿는 편이지만 지금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낯선 수치와 그래프 때문에, 어쩌면 익숙한 옛 방식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고집으로 하지 않았다. 새해와 함께, 이 책으로 새로운 사고방식에 천천히 다가가야겠다.


10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흔히 보이고 적게 말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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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우리는 제목의 단어 그대로의 현상을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멀게는 정치에서, 가깝게는 당장 나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 공동체에서 말이다. 누구든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조직 외부의 저항 이전에 내부에서의 무형적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혹시 모를 불이익과 조직의 이익에 대한 이기심이 그를 비도덕적으로 만든다.

저자는 이 현상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공분하기보다 개인 사이의 관계와 사회에서의 관계를 구분하며 냉정하게 말한다. ‘집단 간의 관계는 윤리적이기 보다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정치적 관계’이기 때문에 단순한 도덕적, 윤리적 접근은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집단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

*

옛날엔 남 눈치 보느라 밝히지 못했던 내 취향을 지난번 서재 글에 이어 리스트의 형식으로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비슷한 취향인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만약 마이너한 취향이거나 깊게 파는 타입이라면, 당신 역시 혼자가 아닙니다.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조금만 돌아봐도 현실에선 쉽게 보이지 않는 동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고어려운책싫어’ 파 여러분도 괜찮아요. 책읽기는 재밌어야 하고 남이 강요한다고 당신에게 좋은 책은 아니니까요. 더불어 요즘 유행하는 일러스트 에세이가 리스트 10에 없는 이유는 이미 읽은 게 많아서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 2019 독서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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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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