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내면에는 꽃이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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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당신의 내면에는 꽃이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내면에는 꽃이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_ 에바 알머슨”
full of flowers
óleo sobre tela
51 in x 76 in
2018
나는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전국에 자욱이 깔린 미세먼지처럼 어딘가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 갔다. 온전한 마음으로 전시를 잘 감상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전시 메인으로 사용된 커다란 그림, <활짝 핀 꽃>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림 오른쪽 아래에 한 문장 길이의 작가가 직접 남긴 인상 깊은 캡션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전시를 잘 보고 올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시작부터 내 마음을 울렸다. 컴퓨터를 통해 바라볼 때는 몰랐던 예상외의 커다란 그림이 주는 위압감과 질감이 눈을 감동시켰고 그녀가 달아준 캡션 한 문장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아주 짧은 문장이었지만, 오늘 내내 비실거렸던 내 마음에 단번에 강한 위로를 받았다. 자리를 이동해 다음 그림을 볼 때도 그녀는 계속해서 캡션을 통해 한 마디, 한 마디씩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를 계속 낮추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어느새 녹아 없어지고 나는 그림을 볼 때마다 그녀가 그림마다 직접 달아준 캡션에 집중하게 되었다.
캡션을 읽기 전엔 그녀의 그림을 보면서 ‘저 그림의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반면, 그녀가 남긴 글과 함께 읽고 나니 한 편의 동화를 읽듯이 깊은 메시지가 마음에 파고든다.
“그림의 세계는 무한한 자유의 공간입니다.
완벽히 나를 위한 공간이죠.
누군가에게 내가 무엇을 할지,
또 하지 않을지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소 책임감이 따르는데 저에게 그 책임감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에바 알머슨
painting
óleo sobre tela
24 in x 36 in
2018
전시를 보기 전 전시 명을 보고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들었다. 행복을 그린다니, 어떻게? 무엇을 그리길래? 그렇다면 보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나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동경 섞인 마음으로 말이다.행복을 그린다는 에바 알머슨의 그림에는 자신을 표현한 그녀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림 속에서의 그녀는 그림 한가운데에서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구도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듯이 말이다.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평범한 일상을 남기려는 듯이 보였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일도 아니고, 어떤 일이 일어나지도 않은 하루의 평범한 일상.
어쩌면 너무나 지루하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런 느낌도 없는 일상.
요즘 나의 일상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휴학을 앞두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나는 꿈이랍시고 사실은 너무 막연한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지,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어쩌면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태한 사람이 될까 봐, 나는 항상 마음을 급하게 먹으며 고민을 해결하고자 했다. 사실 생각한다해서 단번에 해결이 될리가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내가 이렇게 고민했던 이유는 미래가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나중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짐작조차 못 하겠으니 말이다.
이렇게 미래를 걱정하고 바라보며 잃는 것은 현재의 일상이었다. 스트레스나 받으며 앉아있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핸드폰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반복이 계속되면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풀어보려 했는데, 생각나는 게 없어 아무것도 그리질 못했다. 꿈이었던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의욕을 잃어가던 중이었다. 그저 한심하게만 느껴지는 일상이었다.
자연이 주는 바람의 상쾌함,
‘어서오세요’하고 사람들을 반기는 마음,
자고 일어났는데 이상하리만치 예감이 좋은 날,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
-에바 알머슨의 그림을 보며 끄적였던 것.
에바 알머슨의 그림은 나의 일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행복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 보았던 것은 분명히 일상 속에서 존재했음에도 내가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고민 탓에 뒷전으로 넘겨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에바 알머슨은 자신 주위의 행복을 인식하며 그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행복을 그림을 통해서 아주 따듯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그녀가 알려준 일상을 내 일상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일단 시종일관 고민 속에서 계산적으로 돌아가는 머리를 잠시 늦춘다. 그리고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었던 작은 행복들을 찾아본다. 알고 있었지만 바라보지 못한 내 안의 꽃을, 행복을 바라보는 것이다. 찾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평소와 똑같은 하루지만 내 삶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쯤 되니 그토록 질문을 유발했던 전시명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이 아주 이해가 간다.
"신기하게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언가 특별한 일 없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_에바 알머슨
Happy
óleo sobre tela
21 in x 28 in
2015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Home by Eva Armisén -일자 : 2018.12.07 ~ 2019.03.31시간11:00~19:00 (18:00 입장마감)*휴관일12월31일(월) 1월28일(월)2월25일(월) 3월25일(월)장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티켓가격성인 15,000원청소년 11,000원어린이 9,000원주최㈜디커뮤니케이션, CMAY관람연령전체관람가
[정나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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