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이 담아낸 그 때 : AP사진 展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1.1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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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뜨린다. 예전 내가 담았던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려 보내주기도 하고,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뉴욕에서의 일상을 보여주어 나를 데리고 가곤 한다. 모르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더라도 한 번씩 들여보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와는 다른 일상에 잠시 초대시켜주는 기분이랄까. 인화된 사진 속에 멈춰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사진전을 관람하다보면 조금 신기함을 느낀다. 화가가 그린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림에서는 화가에 대한 경이로움과 해석을 위한 의아함 등 창조성에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사진은 어쨌든 존재하는 실물을 담아낸 결과물이기에 자꾸만 실재성을 생각하게 된다.


예전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된 <린다 메카트니 展>을 관람했을 때는 더욱이나 그러했다. 메카트니 가족 혹은 비틀즈의 모습 등 따뜻한 그의 일상을 담았다 보니 모르는 시대, 인물들의 사진임에도 따뜻함과 공감을 꽤나 느꼈다. 메카트니의 아이들 목소리를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것은 공감 능력이 과도하게 넘치는 나의 개인적인 특징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러했다.




보도사진의 매력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들을 자주 접해서 그런건지, 보도사진에 대한 기대는 일절 없었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현실을 담은 사진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감성적이라고 좋아하는 사진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AP 사진전> 의 프리뷰를 작성하기 전에는 말이다. 아마 이번 사진전을 통해 나와 같이 생각의 전환을 얻게 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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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이라고 해서 무엇이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니었다. 딱딱하고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보도사진의 편견을 깨는 것이 AP가 사진전을 개최한 이유 중 하나라면 그 목적은 분명 성공한 듯 했다. 건조함은 무슨, 오히려 흥미로운 사진들로 가득했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땅에서 먼 곳의 사람들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이 담은 지역이 달라질 때마다 외형 뿐만이 아닌 문화, 생활 형태 등이 서로 다른 모습을 띄고 있고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는 여기, 대한민국과도 모두 달랐다. 심지어 지형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북한마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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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다. 숲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낭만적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두 아이의 뒷모습은 저곳의 문화가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한번에 일러주었다. 또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록 복장과 생김새는 차이가 있지만 놀이기구를 타는 감정만큼은 우리와 같겠구나 싶었다.

해당 나라에 대해 내가 함부로 단정짓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졌다. 세계 곳곳의 소식을 알려주는 보도사진이 이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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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는 관람객이 내는 잡음 외에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네가 들려준 소리’ 전시 구역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떠한 소리를 자연스레 생각했다. 어렸을 적 기억이지만 꽤나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의 현장이 담긴 사진에서는 사람들의 아우성과 구급차의 다급한 소리를 들었고, 기차에서 나오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며 웅장한 울음소리와 발걸음을 들었다.

그 현장에 내가 없었음에도 소리를 연상해내는 것은 공간을 무너뜨리는 사진의 영향이었다. 게다가 ‘네가 들려준 소리’ 라니. 단순히 소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면 조금은 아쉬웠을 정도로 낭만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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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함과 동시에 공포를 느낀 공간 또한 있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북한과 낯설게만 느껴지는 중동 지역의 모습은 통제가 존재한다는 약간의 공통점을 지니었다. 영화관에서 3D 안경을 쓰고 흥미롭게 영화를 보는 북한 사람들에게서 친근함을 느끼는 동시에 같은 간격으로 빽빽이 서있는 채 같은 각도로 발을 뻗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질감과 거리감을 가져다 주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쩌면 상위계층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어 '북한전'은 참 역설적인 공간이었다.
 
중동 지역도 그렇다. 언급했듯이 그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 또한 있었지만 하얀 천을 얼굴에 뒤집어 씌운 채 곧 사형 당하는 차림새를 한 사람은 순간의 공포감을 가져다 주었다. 문화의 차이를 인정함에도 익숙하지 않은 총기와 불행한 상황은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 모양을 똑닮은 등신대가 세워져 있어 현실감을 더해서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너를 정말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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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운영이 조금 허술하게 느껴졌다는 점과, 마지막 섹션이었던 '키워드로 보는 AP'에서 통일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채 빽빽이 나열된 사진들은 조금 아쉬웠다. 특히 걸려있는 사진들은 액자 유리에 다른 물체가 비추어져 가끔 전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가로 세로로 많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니 서로의 작품을 침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섹션의 이름처럼 키워드를 일러주고 분배해 배치해 놓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전시된 작품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싶지는 않다. 시간과 공간의 속도를 그대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보도사진의 매력을 그대로 전달해준 사진전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렇게 담는 사진 작가들은 어떤 생활을 할지에 대해 궁금해져 집에 와서 검색해볼 정도까지 나아갔다.


글로만 봐서는 온전히 알기 어렵겠지만 분명 쉽지 않을 테다. 멋있었다. 보도사진 자체에 편견이 있음을 알면서도 보도 사진전을 열기로 결정한 AP 통신사 또한 대담해 보였다. 그들이 이번 사진들로 이루고자 했던 목적에 나의 새로운 생각들이 조금은 기여 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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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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