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P 사진전>, 그 애매모호함 [전시]

<AP 사진전>만의 매력, 잘 모르겠다.
글 입력 2019.01.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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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 같지 않은 보도사진



이번 AP 사진전의 보도 자료에서, 메인 테마 3가지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내가 들려준 소리들>은 ‘AP 사진전이 자칫 보도사진이라 가질 수 있는 편견을 멋지게 거절한다’고 했다. 보도사진이 가질 수 있는 편견이란, 사건 정보 전달 중심의 딱딱한 사진을 뜻할 것이다.


평소 사진전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내가 보도사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보기 전에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보도사진 같지 않은 보도사진’이었다.


전시를 보고 나서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뉴스 보도를 위한 사진을 넘어, 사진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무미건조한 정보 전달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들이었다. 전시 테마는 “빛이 남긴 감정”이다. 메인 테마 3가지는 각각 사진 속에 스며든 감정, 온도, 소리를 주제로 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구입해 들으며 전시를 감상했는데, 사진의 배경 설명을 스토리로 풀어가 더욱 사진에 몰입하는 것을 도와줬다. 따라서 보도사진을 어렵게 생각했던 나 같은 ‘사진전 입문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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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입장 전 들었던 ‘보도사진 같지 않은 보도사진’의 의문이 풀리고 나서, 전시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사진전을 감상하는 건 즐거웠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 이해를 돕지 못한 추상적인 텍스트



전시장에 입장하면 메인 테마 중 첫 번째인 <너의 하루로 흘러가>가 시작된다.



“시간을 견뎌주는 사진이 있다. 어떤 사진 속의 하루는 때로 가파르고 목마르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누군가 잠시 다녀간 듯한, 조용한 시간이 일어섰다가 사라지는 그런 하루도 있다. 모든 사진에는 맹인이 점자를 조용히 주무르듯 사진가가 빛으로 가축처럼 하루를 쓰다듬었던 흔적이 보인다. 보푸라기처럼, 좋은 사진엔 그런 하루를 찾아 떠돌았던 카메라의 눈꺼풀이 떨어져 있다. 어떤 하루는 오로지 빛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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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테마가 시작되는 구간에는 위의 예시처럼 그 테마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텍스트가 적혀있다. 메인테마 3가지부터 <키워드로 보는 AP와 함께한 순간>, <기자전>, 특별전 <북한전>까지. 모든 텍스트를 읽고 천천히 전시를 감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텍스트들은 이해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단지 감성을 돋우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로만 기능했다.


위의 <너의 하루로 흘러가>의 텍스트만 해도 그렇다. “가파르고 목마르다”, “맹인이 점자를 조용히 주무르듯”, “보푸라기처럼”, “그런 하루를 찾아 떠돌았던 카메라의 눈꺼풀”이라는 표현들은 그 자체로 멋진 수식어구지만, 이 같은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단어들로는 전시 내용을 짐작하기란 어려웠다.




테마 구분의 모호함



텍스트와 더불어 애초에 각 테마를 나눈 기준도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키워드로 보는 AP와 함께 한순간>의 텍스트이다.



“사진은 풍경의 속도를 잡아당긴다. 가령, 지금 사막에 눈이 내린다고 하자. 사진가는 사막에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셔터는 반복될 것이다. 방금 그는 사막에 내리고 있는 눈의 속도를 여러 컷 찍은 것이다. 어떤 사진에도 시간과 공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담겨있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풍경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빛이 내리고 있는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풍경은 빛 속에 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공간에 있는 그 빛들을 지금 여기에 있는 시간으로 떠온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영원히 썩지 않는다. 빛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미지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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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은 <기자전>의 텍스트이다.



“좋은 사진가는 풍경에 놓여있는 공기, 풍경 속에 풀려있는 하나의 시간에게까지 빛을 던진다. 하나의 공기와 시간이 어떻게 만나서 풍경이라는 공간을 빚어내는지, 지켜보는 게 사진가의 침묵이며 응시이다. 담고 싶은 풍경을 만났을 때 훌륭한 사진가는 흥분하지 않는다. 사진가는 무심한 바위 하나에서도 물이 마른 자리를 보며 신의 지문을 발견한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는 검시관처럼 빛으로 그 지문을 뜰 것이다. 그들이 미처 이곳까지 데려오지 못했던 사물들 <풍경>은 거기서 여전히 현실일 것이지만, 여기서는 사진에 담긴 영원한 침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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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시간’, ‘빛’이라는 키워드가 공통된다. 이미 앞서 <너의 하루로 흘러가>에서는 ‘시간’을, <내게 남긴 온도>에서는 ‘빛’을 테마로 크게 섹션을 나눠 보여줬는데, 이 두 텍스트만 봐서는 각 테마들이 결국 혼재되어있다는 생각이 들고, 사진을 놓고 봐도 테마별 구별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사진전 입문자’인 내 시선으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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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 다른 전시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AP 사진전만의 매력을 알기 어려웠다. 다른 통신사에서 사진전을 했을 때 명확히 구별되는 AP 사진전만의 특징이 뭘까. ‘기존의 딱딱한 보도사진에서 벗어난 감성적인 사진’이라는 수식어구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진전 자체에 대한 내 마음속 경계를 허물어준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다른 사진전들을 다니면서 그 장단점들을 본 전시와 함께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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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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