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속 할 말 많은 여자들 (1편) [공연예술]

그들과의 인터뷰
글 입력 2019.01.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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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키다리 아저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까지.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여성 주연극이라는 사실이다.

각각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해 서사를 이끌어간다. 네 캐릭터들이 서로의 서사 안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비단 사랑뿐만이 아니다. 이제 백마 탄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님 이야기는 지루해질 법도 하다. 이 네 극 속에서 네 여성 캐릭터들이 하고 있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본 글은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틸다: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가끔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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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이하 ‘E’): 마틸다 웜우드 양, 정말 힘겹게 만났어요. 많이 바빴다면서요?

마틸다 웜우드(이하 ‘마’): 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고, 선생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머리가 쉴 새 없이 돌아갔거든요. 아, 지난주에는 새로운 책도 읽었어요! 「멋진 신세계」를 읽다가 오빠가 생각나서 잠깐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E: 소문대로 정말 똑똑한 학생이군요. 마틸다 양 덕분에 학교가 많이 변했다고 들었어요. 오랫동안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인데, 정말 대단해요. 비법이라도 있나요?

: 저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옳지 못한 일을 바로잡는 일, 똑바르지 못한 일을 똑바로 다잡는 일이요. 오랫동안 누구도 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하지 않았던 거예요. 두려웠을 수도 있고, 귀찮았을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서 맞서 싸워야 하는 법이니까요.


E: 어른도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마틸다 양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낸 거예요. 지금도 충분히 멋진데, 마틸다 양이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어떤 인물이 되고 싶어요?

: 사실 아직 고민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직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고 학교도 이제 막 들어왔으니까, 고민할 시간은 아주 많을 테라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어른이 되어도 옳지 못한 일을 바로잡는 일은 계속 하고 있을 거예요. 그게 저의 일이니까요.

*

인터뷰 내내 이 아이가 5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인터뷰가 끝난 직후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비상한 두뇌, 그리고 높은 도덕심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이 기적 같은 아이, 마틸다.





키다리 아저씨: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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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제루샤 애봇 양, 대학을 졸업했다면서요?

제루샤 애봇(이하 ‘제’): 네, 기자님. 훌륭하고 친절하시지만 대머리는 아니었던 키다리 아저씨 덕분이라고 말해야겠죠? 물론 4년 동안 과제와 시험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정신없었던 건 다름 아닌 저였지만요. 아무튼 얼마 전에 졸업식을 마쳤어요. 날씨도 좋았고 다들 들떠있었죠. 이제 학생이 아니라 사회인이니까요!


E: 그렇죠, 이제 사회인이네요. 안 그래도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를 묻고 싶었는데 마침 애봇 양이 말씀해주셨네요. 키다리 아저씨는 어떤 분이셨나요?

: 음, 저를 도와주신 천사 같은 분이셨어요. 후원자라는 말을 싫어하셔서 덧붙이진 못하겠지만요. 제가 그 지긋지긋한 고아원을 나올 수 있었던 것도 키다리 아저씨 덕분이었어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꿈을 가지게 된 것도요. 사랑을 알게 된 것도 그 분 덕분이었죠. 한 마디로 제 인생을 바꾸신 분이었어요.


E: 그리고 애봇 양의 노력도 있었고요?

: 부끄럽지만, 맞아요. (뜸을 들이다가) 사실 부끄럽지 않아요. 전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남들이 모두 아는 걸 나만 모를 때, 남들은 척척 해내는 걸 나는 하루 종일 해맬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었어요.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기 싫었죠. 무슨 뜻인지 아세요?


E: 네, 알 것 같아요. 그 과정을 거쳤으니 이만큼 성장한 거겠죠. 훌륭해요, 애봇 양.

: 감사해요.


E: 학교를 마친 뒤에 깨달은 점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해줄 수 있을까요?

: 음, 행복이요. 행복은 커다란 게 아니라는 사실. 그 동안 저는 행복이 뭔지 몰랐어요. 매일 매일이 똑같았으니까요. 빨래를 개고, 원생들에게 밥을 먹이고, 양말을 신기고, 머리를 묶어주고. 그러다가 저만의 공간이 생기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 행복이라는 것도 따라오더라고요. 행복은 그저 내 삶 어딘가에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와 행복이 내게도 옮아오는 듯했다. 제루샤는 인터뷰를 마친 후 하늘 위로 날아가는 작은 새를 보며, “너무 귀엽지 않아요?” 라며 감탄했다. 왜 키다리 아저씨가 제루샤의 편지에 목을 맸는지 마음 깊이 이해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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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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