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위한 책, <아몬드> [도서]

감정은 쓸모 없는 소비가 아니다.
글 입력 2019.01.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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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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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 하는 순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손 끝부터 목소리까지 덜덜 떨리는 아찔한 순간, 웃으면 안돼는 상황에서 꾹 참던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는 순간,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은 상황에서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순간 등.... 나는 종종 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미웠다. 때때로 감정들은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그럴 때면 의도와 다르게 너무나도 솔직한 감정들에 감당하기 벅찼다.


기쁘다가 우울하다가 화가 나다가 또 부끄럽기도 하다가 괴롭기도 한 이런 감정들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감정들이 마냥 미웠던 것은 아니다. 기쁜 상황에서는 더욱 나를 기쁘게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감정이었으니까. 그러나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더욱 더 우울한 암흑 속에 나를 가두는 것 또한 ‘감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감정들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불쑥불쑥 나타나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는데, 특히 삶의 어려움이나 우울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나의 다양한 감정들 덕분에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공감에서 더 나아가 나 혼자만의 감정에 갇혀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예를 들면, 종종 친구나 동료들이 이런 저런 삶의 푸념들을 내게 늘어 놓을 때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울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그 사람이 된 듯한 강한 공감으로 인해 짧게는 며칠을, 길게는 몇달 동안 혼자 깊은 우울함에 빠져 지내는 것이다. 분명 내게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털어 놓은 당사자는 내게 위로와 조언을 받고 싶었을 텐데, 조언이나 위로는 커녕, 이미 당사자처럼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깊은 우울함에 빠져버려 되려 고민거리의 당사자가 나를 위로하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런 나와는 정 반대의 아이가 있다. 바로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라는 열여섯 살 소년이다.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기쁨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윤재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윤재는 가족을 잃게 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윤재의 곁에 어두운 상처를 가지고 있는 ‘곤이’가 나타나면서 이 둘은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는 소년들의 흥미로운 성장스토리다.



"할멈, 왜 사람들이 나보고 이상하대?"

어린 내가 물었다.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아몬드≫ 속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은 딱 내가 꿈꾸었던 모습이었다. 감정이 없는 사람,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 때문에 힘든 것도 슬픈 것도 없는 사람. 그러니까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도, 힘든 일이 닥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일어나지 않는 '감정 알파고' 같은 사람.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아이의 삶을 들어다 보고, 나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톡, 내 얼굴 위에 눈물방울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주인공이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무척이나 화가 나기도 했고,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을 대신해 슬퍼해 주기도 했고, 눈물을 흘려주기도 했다.


주인공이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리게 된 그 순간까지 모두 내 일처럼 흥분되었고 또 기쁘고 슬프고 감동스럽고 황홀하기까지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나의 각양각색의 감정들에, 마구마구 멋대로 튀어나오는 감정에 감사했다. 공감을 할 수 없다는 건, 그러니까 날고 뛰는 감정이 없다는 것은 지독하게 잔인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입버릇처럼 주위사람들에게 “더 이상 감정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순간, 더 이상 감정은 쓸모 없는 소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가끔 컨트롤이 되지 않는 감정들이 밉기도 하겠지만 그런 감정들 조차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들이 쓸모 없는 소비가 절.대 아님을.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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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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