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이피 사진전 AP Photo Exhibition (부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1.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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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소년.jpg
 


에이피 사진전

AP Photo Exhibition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광화문으로 나섰다. 서울역 근처로 이사왔던 12월에만 해도 꽤 자주 갈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끄럽게도 이사 후 처음이었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내 사람과 함께 손잡고 향한 길이라 의미 있었다고 할까?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쉼과 틈을 가졌던 지난 주말, 나도 그 사람도 ‘오랜만에 좋은 전시 봤네.’ 라는 후기를 전하며 느긋한 오후를 보냈다.



편리한 세상에서 모든 걸 쉽게 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AP통신 사진들을 국내 한자리에서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걸까? AP 사진전이 한국을 찾았다. 부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를 달고 세종문화회관에 자리를 잡았다.


2019년 3월 3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사진전 AP통신의 다채로움을 만날 수 있다. 매일 2,000여개, 연간 100만개의 사진들이 톱뉴스에 실리는 AP통신의 사진들 중 200여점의 주요 작품들을 모았다. 보도사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200여점의 사진들은 보도사진이라는 개념 아래 갇히지 않고, 카메라가 바라본 시선을 넘어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정치, 이념과 윤리 나아가 인간의 감정까지 어우르는 작품 중의 작품들이다.


- Preview 중



사람과 사진이 가진 공통점을 찾는다면, 나는 ‘숨결’이라 말하고 싶다. 사진이 사람처럼 숨결을 지닌 생명체가 아니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국어사전에 나온 뜻을 찾아보면, 물리적인 의미를 뛰어 넘는다. 숨을 쉴 때의 상태, 그리고 사물현상의 어떤 기운이나 느낌을 생명체에 비유하여이르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누구나가 기억하는 유년의 시절이 있다. 잠재된 기억 속을 헤집다보면, 갓난아기들이 숨결이 시작되는 순간이 바로 나, 자신의 세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사진도 그러하지 않을까? 의미 없던 무형의 존재가 피사체가 되어 카메라 렌즈에서 포착되는 순간, 사진에도 숨결이 살아 숨쉰다. 위험한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에도 우리의 날숨과 들숨이 교차되어 그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 싶은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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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물감을 칠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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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 작은 마을의 점심
 

<에이피사진전> AP Photo Exhibition은 6개 테마로 나뉘어 그 숨결 속으로 파고들게 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사진들은 경이로운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마치 대륙 위에서 거대한 사진들이 꿈틀대어 유영하는 순간들을 자아낸다.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로 하루의 빛들이 우리들에게 남긴 기억의 조각들을, 숨죽여 말하고 싶어했던 목소리들을 꺼내든다. 조곤조곤 사근사근 혹은 화끈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그 사진 속에서는 고요하지만 여운이 남는 온기가 우리 곁에 맴돌게 한다.


AP통신의 명성을 알리는 데 한몫한 건 아마도 <마스터피스전>에서 만난 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눈 감고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현대사를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을 맨눈으로 담아내었다. 그 중, 한국전쟁 사진은 특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마주해야 할 정면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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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공연



<에이피사진전> AP Photo Exhibition 은 그저 사진을 보고 감상하면서 울고 웃으며, 희로애락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슬픈 역사 뿐만 아니라 역사에 남을 만한 영광의 순간까지도 포착하여 당시 찬란하고도 벅차 오르는 감격을 함께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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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교차로



<북한전-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은 프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마지막 테마였다. 최근 급진전되는 북한과의 미래를 염원하는 자리가 아닐까? 사실 이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반신반의했던 내 모습을 부정하긴 어려웠다. 내 나라 내 국민들도 살기 어려운 시절, 북한과의 긍정적인 관계가 과연 괜찮은 걸까?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 관계 안에서 남한과 북한, 그 둘은 영원히 하나가 될 수가 있는걸까?


잡다한 생각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내 눈과 마주친 건 평벙한 북한의 풍경과 사람들이었다. 가깝지만 먼, 애잔하고도 낯설지 않은 그들의 풍경. 그들도 결국 우리와 다를 것 없는 고민을 하고 살아가겠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을 기억하고 감사해 하겠지. 지금의 나처럼.


전시가 열리던 광화문은 시위로 떠들썩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경복궁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세상사가 그런 걸까? 대한민국의 위대한 세종대왕 동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우리들의 나날들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려고 하는 힘찬 발버둥이고 발걸음이겠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부제가 잘 어울린다 생각하면서 돌아서는 길. 부제 속 너는 우리가 기다리고 염원하는 미래가 아닐까? AP통신이 매일 매 순간 찾아내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던 그 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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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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