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야기가 담긴 네모, 사진

AP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1.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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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THE ASSOCIATED PRESS PHOT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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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바히 2: 보호소에서 만난 소녀와 소년
The Children in a Shelter in Houston,
Where Tropical Storm Harvey Affected


사진은 세상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진의 미학은 모르지만 보도 사진이 전달하는 '순간'에 매력을 느껴 몇 번인가 보러 갔었다. 이번 AP 사진전은 다른 보도사진전과 달리 감성적인 면을 강조했다. 보도사진 전이면 으레 등장하는 전쟁, 난민, 폭력이 담긴 참상은 커다란 충격과 감정을 불러오지만 그만큼 마음이 무거워지고, 누군가에겐 어느 정도의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세상 저편의 비일상적인 순간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보도사진이 전쟁이나 정치적 상황에서 의미를 크게 발할 때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보도 사진은 우리의 현실,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보도 사진의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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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사진전은 '보도사진의 편견을 깨다'라는 직접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전시를 소개했다. 그리고 섹션마다 감성적인 타이틀과 설명이 있었다. 기획 의도가 확실하게 보이는 부분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기획 의도가 관람객의 해석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러한 소개문구가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감을 두고 관람했다. 하지만 둘러보고 나니 편견을 깬다는 시도가 어떤 의미인지 느껴졌다.

사진에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아 각 섹션의 구분이 유의미한가 싶었지만, 관람을 마치고 찍은 사진을 정리해보니 섹션마다 어울리는 대표 사진들이 있어 어느 정도나마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시간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진, 추위 혹은 더위가 느껴지는 사진, 사진이 아니라 영상의 일시 정지 같은 사진 등, 순간에서 이야기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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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아들을 안고 있는 남자
A Man with His Son at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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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수영
Swimming in an Outdoor Pool with Steaming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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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글링 형제의 서커스 코끼리
A Ringling Brothers Circus Elephant



"세계가 그 이야기를 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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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을 보면 작품이 위치한 장소까지 작품의 해석 범위에 들어올 때가 있다. AP 사진전의 <북한전>에서 그와 비슷하단 인상을 받았다. 제일 가깝고 제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에겐 낯선 모습들이 있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열을 맞춘 대형, 북한 군복을 연달아 떠오르는 매스 게임, 북한의 명절인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우리는 갈 수 있을까,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작가는 느꼈을까,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전시 중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고 의문이 많이 남는 섹션이었다. 닿을 수 없기 때문에 가깝지만 멀고 알지만 모른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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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은 감성적인 동시에 보도 사진전의 특징도 놓치지 않았다. <마스터피스전>을 통해 우리가 아는 보도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은 보는 장소 못지않게 상황도 중요한데, 보헤미안 랩소디 유행 후 보게 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사진은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전설적인 밴드가 영화를 통해 다시 소비되고 있는 요즘, AP 사진전에 갔더니 퀸이 있다더라 하고 툭 던질 이야깃거리가 된다.

영화 라비앙 로즈가 개봉 후 이 사진전이 열렸다면 위의 문장에서 퀸 대신 에디뜨 피아프가 들어갈 것이고, 폴 매카트니 내한 때라면 또 달랐을 것이다. 아마 기획 당시에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 이렇게 타이밍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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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에 세운 깃발
Iwo Jima Flag Raising


유색 배경이었던 앞선 섹션들과 달리 <기자전>은 새하얀 벽에 사진들이 놓여있었다. 색의 이미지를 제하려던 걸까, 깔끔하고 트여있는 공간에 놓이기 적합한 사진들이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비롯하여 반전운동, 난민 등의 이슈가 그곳에 있었다. 큰 크기로 인화되어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앞선 사진들과 달리 취향을 논하기보다 낯선 현장감이 느껴졌고 그 구역에선 왠지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좋은 사진들이 많았던 만큼, 그곳의 사진들을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사진 배치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접근이 쉬운 보도사진전,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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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이 바닥에 있다는 것과 시야각을 고려하지 않은 기자전의 사진 배치가 아쉬웠다. 모래가 쌓인 실내를 담은 사진을 최상단에 위치해두니 사진이 담은 메시지는커녕 사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놓인 캡션으로 작품명을 확인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가 사진을 본다. 그래도 사진을 눈에 확실하게 담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캡션을 바닥에 둔 걸 보고 사진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고 몸을 숙여 캡션을 보길 반복하자 불편하고 번거롭기만 했다. 누가 찍은 건지, 언제 찍은 건지 알기 위해서는 몸을 반쯤 접거나 캡션 앞에 쪼그려 앉아 작은 글씨를 열심히 쳐다봐야 했다. 규모가 작은 갤러리에 어울릴법한 배치였다.

초반에 일상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들이 있어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고, 후반부에 북한과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들,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보도 사진들을 배치함으로 보도사진전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켰다. 전시 구성이 뛰어나다거나 짜임새가 좋은 건 아니지만, 보도사진전을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임팩트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전시가 어땠느냐고 물으면 말을 고르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주관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런 전시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객관적으로는 장벽이 낮은 사진전이란 장점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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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 사진전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일시: 2018.12.26 (수) ~ 2019.03.05 (화)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티켓: 성인 13,000원 / 학생 9,000원 / 유아동 7,000원

주최: ㈜메이크로드,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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