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엄마라는 이름, 이제 그만 내려놓겠습니다 [도서]

<엄마니까> 리뷰
글 입력 2019.01.18 21: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래. 아이를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든 가보자!”



한 사람으로서, 한 여자로서의 삶과 커리어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세 아이의 ‘엄마’로서 길을 떠났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고 소통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의 이방인의 삶.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엄마니까-표지(핑크 정사각형).jpg
 


캐나다, 그리고 빅토리아. 캐나다를 말하면 빨간 메이플 잎이 그려진 국기가 떠오르고, 빅토리아를 말하면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가 떠오른다. 서로 딱히 관련은 없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고, 청아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캐나다 섬에서의 유학 생활. 유학을 가본 적은 없지만 이름부터 왠지 모를 설렘을 준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가꾸어가는 삶!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에서 정원을 가꾸고, 빵을 굽고, 동네 공원에서 조깅을 하며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갈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 글쓴이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유학을 택했고, 그만큼 그녀의 삶은 오롯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티낼 수는 없다. 엄마는 강해야 했고,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게 챙겨주고 지지해주는 ‘철인’이 되어야 했으니까.



포토카피-엄마니까3.jpg

 


  

‘엄마’라는 단어


 


“걔도 살던 곳이

그리울 것 같아서⋯⋯.” p.73


 

아이가 이토록 그리워하는데, 엄마라고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니까’ 그리움을 삭인다. 유학의 가장 큰 목적,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다.

 

‘엄마’라는 단어는 그토록 강력한 걸까. 사실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서 공감하기는 힘들다.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과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서.



 

엄마의 ‘자리’ 지키기


 


사실, 더듬거리며 단답형으로 말하는 엄마는 아무래도 ‘폼’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로서니, 자식에게 ‘엄마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언어로부터 비롯된 갈등은 부모, 자식 관계의 서열을 무너뜨리고, 정체성가지 흔들어 놓는다. 결국, ‘보따리’를 싸고 엄마 혼자 돌아오는 일이 생겨난다. p.158


 

‘엄마’의 역할은 때로는 흔들린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며 엄마의 지식과 능력 수준을 뛰어넘을수록 더 그렇다. 특히 머나먼 타지에서,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의 적응 속도는 어른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럴수록 더욱더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노력을 한다. 아무리 아이들이 엄마를 뛰어넘어도, 아직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는 방법을 배울 때까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될 때까지 엄마의 역할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엄마 ‘사표’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중요한 세상으로 변했다. 많은 이들이, 내가 원하는 것, 나를 빛내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선다. 그들의 눈빛은 살아 있다. 삶의 즐거움과 경외가 깃들어있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이다. p.287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란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엄마를 ‘사표’ 내고 다시 나를 찾아갈 시간이라고 말한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놓았던 ‘나’를. 내가 원하는 것, 나를 빛낼 수 있는 무엇을 향해.

 

*
 

엄마라는 존재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를 더 중시했고, 매체에서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럼에도 최근 ‘맘충’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아예 육아하는 여성을 통째로 일컬어서 비아냥대기도 했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이수임이 노승혜에게 ‘엄마니까’ 아이들을 위해 맞설 수 있다고 독려한다. ‘엄마니까’, 이 한 마디로 정말 힘이 나는 걸까. 신기하고 대단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자신은 없다. 물론 엄마가 되어보면 생각이 바뀔지 몰라도.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중하다. 그래도 ‘나’를 놓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 둥지에서 보낸 후 다시 ‘나’를 찾는 과정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엄마니까’ 아이들을 키우고 성장시켜 보냈듯이, 이제 ‘나니까’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할 테니.



포토카피-엄마니까1.jpg

  


“이제 너의 둥지가

필요한 아기 새는 없단다.

너무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날아오르렴.”


 

[주혜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