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이피 사진만의 무엇은 무엇이었을까 [전시]

글 입력 2019.01.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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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사건은 감상의 두 번째 순위로 밀려난다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떤 사진을 보든 아름다웠다. 핵폭발이든, 시위든, 전쟁이든, 자연재해든. 전시된 사진 한 장 한 장은 대부분, 극적인 느낌이었다. 정제된 구도와 색,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공간,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적당히 떠오르는 낭만적인 감정, 감성, 그래서 모두 ‘예쁜’ 사진들. 세계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한 도구로서가 아닌 온전한 사진으로 존재하고자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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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풍경속도를 잡아당긴다.

가령, 지금 사막에 눈이 내린다고 하자.

사진가는 사막에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셔터는 반복될 것이다.

방금 그는 사막에 내리고 있는

눈의 속도를 여러 컷 찍은 것이다.

 

어떤 사진에도 시간공간

흘러가는 속도는 담겨 있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풍경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빛이 내리고 있는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풍경은 빛 속에 떠있는 것이다.

 

사진은 공간에 있는 그 빛들을

지금 여기에 있는 시간으로 떠온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영원히 썩지 않는다.

빛은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미지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AP>

 


그런데 전체적인 전시의 목적이라든지 주제가 명쾌한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키워드로 보는 AP> 설명란에 있는 사진과 풍경, 빛의 관계는 다소 사진의 일반적인 성질인 것처럼 말이다. 즉 어떤 사진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는데, 이 본문이 에이피 사진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감상하는 행위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에이피 사진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고, 관람자로 하여금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정도는 말해주었더라면,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일부 관람자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는 얼핏 힌트를 주는 데 그치기도 한다. 모든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다. 그러면 오히려 관객의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전시는, 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관객의 감상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적확한 전시 방향에 관한 힌트를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런 관점에서 에이피 사진전은 후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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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역에 놓인 전시 텍스트도 내겐 다소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과연 사진에 담긴 감정, 온도, 소리와 같은 비유가 ‘에이피AP 사진’ 전시에 꼭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사진에는 감정, 온도, 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든’ 사진을 보고 그만의 온도와 감정을 느낀다. 소리도 듣는다. 사진은 공감각적이다. 사진의 이러한 요소가 에이피 사진을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키key 였을까? '보도사진의 편견을 깨'기 위해 선택한 너무 당연한 노선은 아니었나?


본문의 친근한 느낌은 좋았지만, 다소 사진의 일반적인 성질을 얘기하는 데 그쳐버려 결국 세 가지 섹션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었는지 잘 느끼기 힘들었다. 에이피 사진에서만 가능한 건 무엇이었을지 개인의 감상에서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고, 이러한 이슈가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인상적인 방향으로 반영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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