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도, 새벽이 지나면 아침이 오니까 [음악]

싱어송라이터 사뮈(Samui)
글 입력 2019.01.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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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고 몽롱한 분위기에 녹아든 허스키한 목소리. 얼마 전, 사뮈의 <춘몽>이라는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다.

어느덧 날이 풀리고, 봄은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지만 어쩐지 마냥 행복할 수가 없는, 그 애매모호하고 오묘한 감정.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쓸쓸함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 이후 사뮈의 다른 노래를 듣게 되었다.

삶에 대한 불안과 절망에 대해 노래하는 치열한 가사,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어두운 감정과 생각들. 그 모양은 우리 각자가 마음에 지닌 절망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찰나에 느낀 감정들을 다시 일깨워 노래한다는 사뮈. 그가 더욱 궁금해졌다.

기타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사뮈(Samui). 그의 이름을 보니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떠올랐다. 실제로 그가 이 이름을 지었을 때는 카뮈의 <이방인>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고 한다. 그의 본명은 여민환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기타를 배웠으며 고등학교 때 시작한 밴드에서는 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노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군 복무기간 동안 곡을 쓰고, 간간이 데모 녹음도 하면서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다. 그렇게 2016년 12월, 사뮈의 첫 데뷔 앨범 <새벽 지나면 아침>은 발매되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던 2015년에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어요. 원래는 ‘다브다’라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었는데, 그때부터 내 노래를 좋아해 주고 내가 노래하길 바랐던 친구였어요. 나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던 나를 가장 열렬히 응원해주던 친구였죠. 그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니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명확하게 들었어요."


- 2018.12 사뮈 인터뷰 中





진심을 눌러 담은 서툴지만 솔직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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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이것저것 재보기만 하다가 죽을 때가 돼서야 느끼겠지 좀 더 재밌게 살 수 있었을 텐데" _<인생은 짧어> 中


“나약한 나의 열망은 그래도 눈동자만은 빛났거든요" _<찌그러진 동그라미> 中


“부정하고 싶어요 나의 까만 이 마음 언젠가 이 마음만 남아버린대도 나는 모른 체하고 말 거에요" _<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지> 中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그것은 밝고 행복하기도, 어둡고 절망적이기도, 때로는 쓸쓸하고 슬프다. 한없이 즐겁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한다. 뒤섞인 감정과 마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제멋대로 헤메인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때로는 두 개의 감정이 자꾸만 충돌한다. 무엇이 내 진짜 마음이고 진심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떠오르는 많은 생각에 그저 괴롭다. 그런 우리에게 사뮈는 그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밤 하늘 밝게 떠오른 달이 어두운 뒷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원래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기나긴 밤, 그리고 새벽을 지나 맞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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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 - 밤이 오겠지 MV 中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배겨난, 사소하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감정에 대해 담담하게 외치는 그의 고백. 당장 우리 앞에 놓인 내일을 마냥 긍정할 순 없어도,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고 싶다. 보다 의연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절망 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아직 모든 게 어렵고 서툰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며 위로를 건넬 수 있게 된다.


새벽이 지나면, 아침은 온다. 과거의 날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돌이킬 수 없지만, 기나긴 밤을 보내고 나면 내일의 해는 떠오른다. 온통 엉망으로 뒤덮여 자괴감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어도, 괜찮다. 절망이 있으면 희망도 있으니까.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고, 불행이 있으면 행복도 오는 법이니까. 그 사실을 담담히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괜찮아 질지도 모른다.


연필로 서툴게 그려낸 동그라미가 조금은 찌그러졌어도 괜찮다. 누구나 처음부터 온전할 수는 없는 거니까. 넘어지고 실수를 반복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거니까 말이다.


*


다가오는 1월 27일, 홍대의 복합 문화 공간 <공상 온도>에서 사뮈의 단독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도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사뮈의 음악에 매료되었다면, 그가 노래하는 진심어린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락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 보사노바 등 다른 장르와도 협업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사뮈.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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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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