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일상의 특별함을 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글 입력 2019.01.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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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일상의 특별함을 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누군가의 창작물은 때때로 그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에바 알머슨은 분명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관통하는 계절에서 각각의 의미를 발견하고, 하찮고 사소한 곳에서 위대한 발견을 꿈꾸는, 사랑스러운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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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에바 알머슨 展'에 다녀왔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세계 최대 규모 전시. 타이틀에 걸맞게 엄청난 양의 그림들이 즐비했다. 1층의 피카소, 2층의 존 레넌을 지나 3층 에바 알머슨! 도착하자마자 강렬한 동화적 기운이 범상치 않은 포스로 나를 반겼다. 새로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입구의 캐릭터 조각은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이런 전시회에 온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최근 다닌 전시회의 대부분은 일단 어두운 조명으로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겐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자고로 엄숙하고 철학적이며 진중해야 한다는. 그래야 뭔가를 얻어 갈 수 있고,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알록달록한 판타지 동화 같은 분위기라니.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낯섦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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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에바 알머슨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작품 아래에는 에바 알머슨이 그림을 그리며 떠올린 생각과 담으려고 노력한 의도가 적혀있었는데, 그 글들은 그 자체를 책으로 퍼내도 될 만큼 아름답고 지혜로웠다. 단순한 생각을 비틀고,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낸다. 나는 차례대로 그림을 감상하며 마치 포춘쿠키를 열어보듯, 혹은 오늘의 잠언을 펼치듯, 그 글들을 읽어나갔다. 가방 속 무거운 노트북 때문에 빨리 둘러보고 싶었지만, 처음의 결심을 잊게끔 에바 알머슨은 자꾸만 나를 붙들었다. 나는 몇 번이고 글과 그림을 번갈아 읽고 감상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게 만드는

강렬하고 흥분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사랑에 빠져있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사랑은 통제할 수 없고

너무 강렬해서 영원하길 바랍니다.


- 에바 알머슨



위 글은 작품 『너를 찾아서』 아래에 적힌 글이다. 알록달록 환한 불빛 속을 눈을 감은 채 헤매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행복한 듯 웃고 있다. 앞을 볼 수 없는데도, 자신을 둘러싼 그 사랑스러운 불빛들을 볼 수 없는데도 웃고 있다. 이 이해되지 않는 상태가 사랑일까? 나를 둘러싼 모든 아름다움을 잊은 채 그에게 다가가는 일, 그 한 사람만을 찾는 일, 그를 떠올리면 나는 눈을 뜨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불완전함에서 완전한 행복을 찾게 되는 일. 'Love is blind'. 『너를 찾아서』는 바로 그 지점을 묘사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너를 찾아서』를 바라봤다. 내 기억 속 'love is blind'의 상태는 괴로움이다. 처절하고 힘겨워서 차라리 사랑하지 말 걸, 하고 후회하게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에바 알머슨이 바라본 'love is blind'는 미소다. 밝고 눈부시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되는 그 순간마저 나 자신이라는 것. 헤맨다는 것은 길을 잃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방황이 곧 실패는 아니라고 말이다. 그녀의 그림 속 방황하며 미소 짓는 소녀는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에바 알머슨이 가진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기억과 일상을 더듬어 특별함을 발견하게 한다. 나는 곧 그녀가 그려내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처음엔 왜 모든 그림들이 웃고 있을까, 의문을 품었지만 해답은 곧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에바 알머슨이 늘 웃고 있기 때문이었다. 웃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소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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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알머슨 (그녀의 웃음은 마치 아이 같다)


당신의 내면에 꽃이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만약 내게 아이가 있다면, 꼭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세계, 같은 곳을 다르게 보는 눈은 오히려 어른보다 아이들과 가깝다. 마치 눈높이 선생님처럼 에바 알머슨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전시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해설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상상력을 부추기를 질문들이 그림 아래에 화살표를 따라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걸 앞에 두고 도란도란 토의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재미였다. 아이들은 화살표를 따라가며 저마다 즐겁게 떠들고 뛰놀았다. 와글와글 아이들과 알록달록한 그림들, 그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무한히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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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 展은 그림 하나를 두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시회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매번 새로운 전시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전시회의 완성은 곧 감상을 공유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에바 알머슨이 발라주는 알록달록한 물감을 온몸에 묻힌 채 그 행복을 나누는 일. 최근 들어 행복한 일이 없던 사람도 모두 환영이다. 그 행복은 에바 알머슨이 직접 발견해줄 테니까.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展'

일상의 보물을 발견하고 싶은 모두에게 강력 추천한다.





전시회 정보

전시명: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기간: 2018년 12월 7일 (금)~ 3월 31일 (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구성: 총 150여 점
(유화, 판화, 드로잉, 대형 오브제, 작가소장품)
주최: ㈜디커뮤니케이션, CMAY
주관: ㈜디커뮤니케이션, 아트크러쉬
후원: 주한 스페인대사관
관람 요금: 성인 15,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 9,000원

* 특별할인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상이군경) 7,500원
* 36개월 미만 유아 무료
* 20인 이상 단체 정가의 2,000원 할인 (사전 예매 시 적용)
* 특별할인 대상자 및 36개월 미만 유아 증빙자료 지참 필수
* 중복할인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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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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