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 스물셋 [기타]

또 한 번 찾아온 3이라는 숫자
글 입력 2018.12.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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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또 찾아온 연말,

다들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연말이 찾아왔다. 종강한 후 고향에 내려갈 버스표를 예매하며, 각종 시상식을 예고하는 TV를 보며, 캐롤송이 점령하는 음원 차트를 보며 실감하던 연말이 어느덧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른바 ‘사망년’이라 불리는 대학 3학년을 거친 올해. 휴학을 선포했지만 정작 뭘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실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달려오느라 많이 지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 쉬고 싶기도 하고, 친한 친구도 너는 좀 쉴 필요가 있어, 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못하는 병’이 있는 사람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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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진심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게 간절하다)

 

 


뭐했다고 벌써 스물셋


 

말이 길었는데, 아무튼 올해가 지나면 어느덧 내 나이 스물셋이다. 고3 시절 발매된 아이유의 ‘스물셋’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언제쯤 그 나이가 될까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되어 있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은 참 잔인하다.

 

스물셋. 참 애매한 나이인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이제 화석 취급을 받는데, 사회에서는 아직도 어린 아이다. 나와 같은 여성이라면 졸업이 다가오며 취직 걱정에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한숨이 나오지만, 아직 졸업을 하지는 않았기에 학생이라는 강력한 무기는 아직 쥐고 있는 나이.



  

또 한 번 찾아온 3이라는 숫자


 

나에게 또 한 번 ‘3’이라는 숫자가 찾아왔음을 실감한 건 스물셋이라는 나이를 곱씹을 때였다. 나에 대한 tmi를 말해보자면 난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편이다. 1은 부족하고, 2는 뭔가 서운한 느낌. 3은 그에 비해 안정감 있고, 단단하다. 삼세판 이라는 용어가 괜히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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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3은 썩 즐거운 기억이 없다(하긴, 한국식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초3은 어릴 적이라 별 기억이 없는 관계로 넘어간다 쳐도, 중3은 외고 입시 준비에, 고3은 당연히 대학 입시에 시달리며 가만히 있어도 한숨이 나왔고, 올해의 대3은 그 모든 피로가 축적되어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시험기간 때 처음으로 ‘더 이상 못하겠다!’며 공부를 때려 칠 만큼.

 

스물셋 이전의 열셋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거쳤던 나이 중 가장 돌아가기 싫은 해를 말하라면 난 주저 없이 열셋이라고 말한다. 최근 명리학을 공부한 친구가 사주를 봐주었는데, ‘넌 아마 열셋이 가장 힘들었을 거야, 맞지?’라고 묻는 말에 깜짝 놀랐다.



 

스물셋, 참 애매한 나이


 

해가 바뀌고, 2019년이 찾아오면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다. 3이라는 힘든 시기를 많이 거친 만큼 그만큼 단단해지고 성숙해졌겠지만 사실 조금은 겁이 난다. 올해의 3은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에 관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물셋은 참 애매한 나이다. 그래서일까, 나도 그렇지만 주변 친구들 또한 다들 휴학을 외친 후 학교를 떠나 다른 공부나 여행 등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학생이라는 무기이자 방패를 놓을 때가 된 만큼, 사회로 나아가기 전 예방접종을 하고 싶은 마음인 걸까. 지금 내가 딱 그러고 싶은 것처럼.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아이유 <스물셋> 中


 

그때는 흘려들었던 가사가 요즘 서서히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금이 좋지만 지쳐버린 지금을 때려 치고 싶기도 하고, 뜨거운 연애를 하고 싶지만 항상 통장잔고를 생각하는 난 다 필요 없고 돈이나 벌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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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진짜 스물셋이 되면 가사의 한 줄, 한 줄이 더 마음에 박힐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겠지. 시간이 흘러 스물셋을 추억할 때, 열셋처럼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나이’가 된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일 테니 말이다.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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