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선택할 자유, 연극 <마른 대지>

글 입력 2018.1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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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선택의 자유, 연극 <마른 대지>



지난 8월, 부득이하게 공연이 취소되었던 연극 <마른 대지 Dry Land>가 다시 돌아왔다. 연극 <마른 대지>는 2017년 7월 12일 두산아트센터가 'DAC 희곡리서치'를 통해 번역, 소개한 작품으로 낙태 문제, 사춘기 청소년들의 우정, 성 정체성, 섭식 장애, 자살, 왕따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마른 대지>는 다가오는 30일까지 예술공간혜화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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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로 너에게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선택할 자유 말이야.”


에이미는 임신 10주이다. 하지만 에이미 곁에는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부모님, 임신 사실조차 모르는 남자친구, 신뢰할 수 없는 친구들뿐이다. 합법적으로 낙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에이미는 인터넷 서핑으로 알게 된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여 스스로 낙태를 하려고 한다. 그녀가 셀프 낙태 조력자로 고른 사람은 같은 수영부 선수인 에스터. 에스터는 친하지도 않은 자신에게 에이미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어리둥절 하지만, 이내 필사적으로 에이미를 돕기 시작한다. 삶의 중요한 순간, 두 사람은 곁에 있는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며, 숨 쉴 수 없는 무거운 물속을 헤엄쳐, 마침내 너르고 평평한 대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한국의 헌법은 인간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을 하나의 기본질서로 정해두었다. 이 행복 추구권에 따라 누구나 행동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 본인의 설계에 따라, 자신이 그려놓은 행복의 스케치를 따라 생활할 수 있다. 물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설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 본질적인 선택권만큼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여성에게만큼은 이 선택권이 참 야박하다. 임신 중단에 대한 선택권은 온데간데없다. 여성은, 원하는 때에 사랑하는 사람과 임신할 권리를 현재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임신 중단권은 커녕, 임신에서 여성의 삶과 삶에 대한 주도권은 쉽게 지워지고 사라진다. ‘핑크 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아래에 붙어있는 문구 중 하나다. 이 말은, 임산부 배려석이 당장 임신을 한 여성이 아닌 태아를 위한 자리임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여성은 이 말 안에서 임신의 도구가 되고 만다.


우리 모두는 기본권 중의 하나로 건강권을 가지지만, 역시 임신 중단에서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불법 임신 중단은 시술비가 비싸고 매우 불안정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성의 건강권을 담보로 임신 중단 금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책임에서 남성은 사라지거나 생략된다. 법이나 비용, 건강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임신 중단에 ‘문란한’, ‘미혼’, ‘피해자’와 같은 수식어를 씌운다. 여성은 여기에서도 선택할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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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게 쳐 봐”


연극 <마른 대지>는 이러한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 에이미와, 그와 연대하는 에스터의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다. 그들은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온몸으로 겪어낸다. 복잡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감상적인 접근 대신 가볍고 솔직한 주인공들의 대화를 담았다고 한다.


이 작품이 묘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회가 원하는 ‘소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등장인물을 피해자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삶의 다양한 갈림길에서 나아갈 길을 선택 하는 한 주체로 묘사한다. 미화하거나 동정하지 않되, 사실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마른 대지>가 내세우는 작품만의 매력이다.






루비 래 슈피겔 Ruby Rae Spiegel


루비 래 슈피겔은 미국의 극작가이다. 2014년, 뉴욕의 HERE Arts Center에서 <마른대지>를 상연하면서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뉴욕 타임즈는 <마른대지>를 “훌륭한 희곡”이라고 극찬하며, “슈피겔은 피할 수 없는 젊음의 혼란을 희곡으로 그려내는 귀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흔치 않은 압박 속에서 맺어 진 의외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다정하면서도 신랄하며 재미있으면서도 참혹하고, 삶의 한 시 절의 끝에 찾아오는 청소년들 사이의 우정이 한여름 폭풍처럼 강렬하며 덧없을 수 있음을 잘 이 해하고 있다”고 평했다. <Dry Land>는 Louis Sudler Prize 를 수상하고 Susan Smith Blackburn Prize 의 최종 후보로 올랐다.


연극 <Carrie & Francine>

단편영화 <Some of Us Had Been Threatening Our Friend Colby>

TV 드라마 <The OA>


2015 Louis Sudler Prize <Dry Land>

2014 Susan Smith Blackburn Prize finalist <Dry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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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대지 Dry Land>



2018. 12. 20(목) - 12. 30(일)


예술공간혜화


평일 8시 / 주말, 공휴일 4시 (월 쉼)


작 루비 래 슈피겔 Ruby Rae Spiegel


번역 함유선


연출 윤혜숙


출연 김정 황은후 조의진 강혜련 정대진


제작 래빗홀씨어터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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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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