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너] 여름의 시작과 겨울의 끝에, 영원히 워너원

글 입력 2018.12.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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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관련없는 슬픔이겠지만


 


The feeling of this moment

널 위한 노랠 부를게

My feeling is flying in the sky

너와 만든 기적

The feeling of this moment

순간의 감정 속에 몸을 맡겨

빛이 모여드는 이곳에

 

- <Beautiful (Part2)>, 워너원



어둔 밤이었다. 이어폰에서 워너원 뷰티풀 파트 투가 막 재생되고 있었다. 도입부 아카펠라가 황홀했다. 바람은 차갑고, 커피는 뜨겁고, 음악 소리는 엄청 컸고 옆엔 아무도 없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부분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사랑한다는 말이 감동적인건지, 노래가 슬픈 건지, 워너원이 해체를 앞두고 있어서 슬픈 건지, 그냥 내가 지금 슬픈 건지 알 수 없었다.


영혼이고 사실이고 진실이고 아무튼 무엇의 의미가 무엇이건, 남는 건 감정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부터 생각했다는 사실이 문득 새로웠다. 자주 그랬던 것 같다. 앞에 가만히 빛나는 등불을 보고 있자니, 아마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슬플 것 같아, 라는 절망적인 직감이 들었다. 슬픔의 종류 중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부르는 슬픔 말고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게 슬픔뿐인 그런, 끔찍한.




#043. 기이한 감정


 

우울증에 걸린 것만 같다. 내가 유난을 떠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팬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알았다. 어디나 비슷한 반응.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 자체로도 위로가 된다.



가벼운 우울증.jpg
(출처: 네이트판)

 


덕질을 하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100퍼센트 투표로 선정되는 인기상을 선물했을 때는 쾌감 혹은 우월감을, 음악 방송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할 때나 음원상, 앨범상 등을 수상할 때는 기쁨을,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의 분노, 조바심, 억울함을, 새로운 앨범이나 무대를 기다릴 땐 기대감을, 그리고 요즘은 우울이란 우물에 푹 젖을 때가 있는가 하면,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중.



 

#044. 기이한 논리


 

2018년 11월 19일 오후 6시. 워너원의 마지막 앨범이자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다. 워너원 음원 총공(‘총 공격’의 준말)팀의 트위터 공지를 확인하고, 스밍(스트리밍)리스트를 세팅했다. 검지는 빠르게 움직였다. ‘하트’를 누르고 전체반복을 설정했다. 이제는 익숙했다. 2주 전 앨범을 발매한 엑소, 첫 솔로 앨범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블랙핑크 제니의 음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조금 긴장되었다.



*

1. 해야 할 일


음악을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게 아니었어? 아니었다. 이미 아이돌 세계에서는 공고히 자리 잡은 어떤 법칙이지만, 아무튼 처음 알았을 때는 가히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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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워너원 음원총공팀 트위터 계정)

 

워너원 음원 총공팀이 결성되었을 때, 스탭들은 각 음원 사이트에, 어떤 방식으로 음원 성적이 집계되고 차트에 반영 되는지 문의했다는 내용을 커뮤니티에 알리곤 했다. 예를 들면 한 시간에 같은 곡은 한 번만 반영 된다, 한 곡 반복 스트리밍은 반영되지 않는다,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스밍리스트’가 발표되면 워너블은 일제히 같은 플레이리스트로 스트리밍을 한다.

 

흡사 전쟁이다. 그러니 리허설도 있어야지. 앨범이 발매되기 일주일 전엔 보통 ‘화력 체크’가 진행된다. 워너원 데뷔 전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2> 곡들로 처음 화력 체크에 참여했었다. 차트 밖에 있는 노래들이 별안간 ‘차트 인’ 하면, 화력 체크에 성공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순위가 오른다? 그렇다면 더 좋다. 그때의 화력체크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그 화력 그대로, 데뷔곡 ‘에너제틱’은 멜론에서 20여일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로 4번의 앨범이 더 발매되었고, 스트리밍 리스트를 세팅하는 실력(?)은 익숙해졌지만, 일체감과 성취감에서 오는 기쁨은 할 때마다 컸다.

 

 

2. 명심할 일

 

사진1.jpg
(출처: 디시인사이드 워너원 갤러리 _ 말투가 다소 과격하다. 이는 웹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의 특징 중 하나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는 종종 이 커뮤니티를 ‘한다, 안 한다’를 주제로 논의가 제기된다는 면에서 특수한 공간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글은 워너원 첫 앨범이 발매되기 전 누군가 올린 글이며, 내게 아이돌 가수 및 팬덤 세계의 논리를 간단명료하게 이해시켰다.


워너원 팀 결성 초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가수의 특성 때문인지 워너블 대부분은 아이돌 덕질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전반적인 내부 진단(?)이 있었다. 그래서 팬들끼리 우왕좌왕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 불현 듯 ‘돌잘알(아이돌을 잘 아는 사람)’이 커뮤니티에 나타나 아이돌 덕질을 지도해주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아기가 언어를 처음 배우듯, 그들이 전수해주는 말을 배웠다. 이 글도 그러한 ‘지도’중 하나였다.


2번, ‘노래가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팬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판단한다. 중요한 건 그 판단을 팬들은 기꺼이 유보하거나, 공론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수의 이미지와 음원 성적이지, 전문성을 뽐내는 거창한 분석이 아니다. 맹목적인 찬양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이 팬덤 분열을 막는 최선이다.

 

이번에 발매된 ‘봄바람’을 처음 듣고 걱정하는 말(“노래에 임팩트가 부족한 것 같아…”)을 같이 덕질하는 언니에게는 했으나, 인터넷에 관련된 글을 작성하진 않았던 나의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 사례일 것이다.



**


어떤 팬덤에서는 허용이 되는 것이 다른 팬덤에서는 금기시되고, 어떤 것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도 되지만 어떤 팬 행위는 지하에서만 이루어진다. 어떤 팬은 ‘디씨인사이드’ 활동을 하지만, 어떤 팬들은 팬 카페에서만 활동한다. … 여기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팬덤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 있고, 그들은 경험과 과정, 결과를 통해 그 룰을 만들어 갈 뿐이다.


- 장민지 미디어 연구자,

릿터Littor 2018 4,5월호 p.42



 

3. 지속 할 일

 

스트리밍은 24시간 멈출 수 없다. 음원 사이트를 통해 집계된 음원 성적은 수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앨범 발매 후 한 달은 보조배터리까지 들고 다니며 스트리밍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앨범은 일년에 3~4번 발매되고 그 간격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러니 ‘어떤 팬’의 기준에서 ‘진정한 팬’은 1년 내내 스트리밍을 한다.


‘진정한 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공식 팬클럽을 든 팬도 있고, 공식 팬클럽이 아니지만 팬인 사람도 있다. 자신을 누구의 팬이라고 말하면서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앨범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반면, 앨범 판매량 수치를 계속 확인하며 ‘의미 있는’ 수치가 되도록 앨범을 추가로 더 사는 팬도 있고, 음원 차트가 떨어질 때 유료 아이디를 더 생성해서 추가 스트리밍을 하는 팬도 있다. 이들은 전자의 사람들을 ‘진짜 팬’이 아니라고 비판(혹은 비난)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스트리밍도 안하고 앨범도 사지 않는 언니에게 “언니는 워너원 수상을 기뻐할 자격이 없다”고 얘기한 적 있다.


물론 팬덤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이돌 노래 차트 석권은 보기 싫은 힘겨루기일 뿐이다. ‘더 좋을 수 있는’ 다른 음악들이 노출될 기회를 잃어버리고 다양한 노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 실로 아이돌 팬은 이 세계의 무법자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우리’는 단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을 뿐이다. 그냥 주고 싶은 것도 아니고, 꼭, 너무나 주고 싶다. 목적은 그것 뿐이다. 아마 다른 ‘무엇’‘들’을 방해할 생각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팬덤을 팬덤의 논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등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

 

오후 7시. 다행히 봄바람은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수록곡들도 차트에 들었다. 그제야 안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슬퍼졌다. 워너원의 팬으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들도 이제 다 마지막이니까.

 



#045. 기이한 공간


 

앨범 발매 다음날인 11월 20일, 광화문으로 향했다. 앨범 발매 첫 주는 팬 사인회 응모 기간이라 특히 복잡하다. 무작위로 나오는 멤버의 포토카드와 슬리브를 같은 멤버로 맞추기 위해 교환의 장이 열린다. 교보문고 출구 앞에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스태프 몇 명이 이미 배치되어 있었다. “누구 구해요! 누구 구해요!” 간절한 팬들의 외침 사이로, 가이드라인 안쪽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섞였다.

 

한 시간 동안 교환을 시도했지만 그날 내가 원하는 멤버가 너무 희귀했다. 같은 자리를 몇 번 순회하다 지친 와중에,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중국인 팬을 발견했다. 이때다 싶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캐리어를 열었다. 한 눈에 봐도 수십 장일 앨범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들은 앨범을 하나하나 차례로 개봉했다. 그들이 원하는 특정 멤버는 따로 있었고, 다행히 나는 그 멤버 포토카드를 갖고 있었다. 내가 구하는 멤버 카드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있을 거야, 저 수십 장에 하나는 나오겠지. 다행히, 기다림은 배신하지 않았다. 아픈 무릎을 두드리며 일어나서 보니 나처럼 캐리어 속 앨범에 희망을 건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안정된 마음으로 주위를 죽 둘러보았다.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하는 카드를 구하기 위해, 혹은 멤버 열 한명의 풀세트를 다 맞추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수 십장 사는 사람들이 모여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그 기이한 공간이 그리울 것 같았다.



    

#046. 기이한 시간


 

아마 묘하게 겹치거나 어긋나며 흘렀을 것이다. 워너원과 나의 시간은.


직장 스트레스가 최고조일 때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워너원 멤버 중 한 명에 '입덕'했다. 다행히 내 '픽'은 데뷔했고, 그렇게 워너블이 되었다. 첫 번째 직장을 관뒀을 때는 마침 워너원이 데뷔하는 시기여서 덕질을 '배우고' 넘치는 '떡밥'을 소화하며 '짤'을 쪘다. 덕질은 어쩐지 '밤을 새며 하게 되는 것'이어서, 아침 6시에 잠들기 일쑤였다. 그래도 너무나 행복했다. "아,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며 아침에 침대에 눕는 나를 보더니 엄마가 "너 생각보다 잘 논다"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정확히 한 달의 생활이 그러했다.


조금 외롭고 추웠던 대학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고, 그 시절을 워너원 <beautiful>과 함께 견뎠다. 그래서 올해도 가을 바람이 불자 불현듯 그 노래가 생각났다. 내년에도 그럴 것 같다. 특히 이 시기에 방영된 <WANNAONE GO : ZERO BASE>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당시 내 삶의 치료제, 위로의 전부였다 고백할 수 있다.


타이틀곡 <부메랑> 컴백 시기와 겹친 스타라이브 방송 사고가 났을 땐 백수였다. 하루 종일 기사에 댓글을 쓰고 악플러를 신고했다. 도무지 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워너원 멤버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해명을 하지 않는 소속사에 더 화가 났고 그때 팬들 사이에서는 '워너원에게는 워너블 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대기업을 더 믿을 수 없게 되었으며, 진실에 관심 없는 날 선 글자와 문자가 행하는 폭력과 위력을 실감했다.


<켜줘> 활동은 기억에 없다. 스트리밍도 거의 하지 못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 적응하며 워너원과 상관 없는 영역의 삶의 비중이 더 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직장을 관두고 여러가지로 기뻤던 이유 중 하나에, '예전처럼 더 마음껏 덕질을 할 수 있다!'도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한 건 완전히 분리된 시간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불가능했다.



 

#047. 관련이, 없을 수가



그러게. 나의 슬픔이 온전히, 백퍼센트 워너원만을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 또는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이한 논리를 배우고, 기이한 공간을 체험하고, 기이한 감정을 공유하며 쌓인 기이한 시간의 색깔이, 이토록 짙었구나.




#048. 여름의 시작과 겨울의 끝에



활동 초기, 워너원 공식 계정에서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 및 자료가 세븐틴의 공식 색(로즈쿼츠 & 세레니티)과 겹쳐 논란이 있었다. 당시 소속사는 임시 색이라 공지 했고, 워너블은 자발적으로 공식 색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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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클릭)
 


워너원의 계약 기간은 1년 반. 활동 기간은 2017년 8월 7일에 데뷔해 2018년 올해 말까지인데, 이 시기는 워너블에게 ‘여름의 시작과 겨울의 끝’이란 의미로 재해석되었다. 여름을 상징하는 아쿠아와 겨울을 상징하는 그레이를 합쳐 워너블 손에서 태어난 워너원의 공식 색은 ‘아쿠아 그레이’가 되었다. 색이 겹치는 가수도 없었고 의미도, 색도 완전하게 아름다웠다. 그래서 마지막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팬들은 환호했다. 아쿠아-그레이 색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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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워너원 공식 팬 카페)



지금 생각하니 워너블은 처음부터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느 팬덤이 공식 색 의미에 가수의 마지막이란 의미를 담을 수 있었을까.


 


#049. 영원히 워너원


 


“태양에 안겨버린 달처럼 너무 예쁘게

어떤 빛보다 더 반짝여 영원히“ -WANNAONE

 

(pause)

 

“영원히! 워너원!” -WANNABLE


- <약속해요>, 워너원


 

가장 좋아하는 응원법이다. 12월 12일 수요일, 일본 MAMA 무대에서 워너원은 이 노래를 불렀다. 늘 그랬듯 ‘그 부분’에 노래가 잠시 멈추고, 현장에 있는 워너블의 응원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큰 공연장에 울리는 응원은 평소보다 더 힘찼다.


영원이라니.


공연이 끝나고 티비를 껐다. 그리고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 오래, 울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머리로 알아도 이렇게 가슴으로 처절하게 깨닫고 나면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울어도 변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어서.


어떤 팬이 그랬다, 그래도 워너블은 워너원이 그리우면 그립다고 호소할 수 있지만, 워너원은 워너원이나 워너블의 이름조차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앞으로 새로운 그룹에 속하거나 솔로로 데뷔해서 새로운 팬덤을 갖게 될 그들이 만약 워너원이나 워너블의 이름을 부르면, 의도치 않은 상처를 다른 이에게 줄 수밖에 없으므로. 다가오는 현실은 이렇게나 뼈아픈 것인데도 왜.




#050. 아는 것과 실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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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워너원 공식 팬 카페)



12월 18일, 공지가 떴다. 아주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마음 한 구석이 무너졌다. 아는 것과 실감하는 것은 이렇게 천지차이였다.


워너원이 영원하지 않은 건 어쩌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명제 아래에선 당연한 일이었고,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으로 진단하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단지 '이제서야' 제대로 실감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하고. 아,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 실감하는 과정까지 겪어내야 하는 게 삶인 건가, 하고.


삶은 이만큼 또 혹독한 얼굴을 하기도 하는구나. 그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엔 우리는 너무 연약해서 영원이라는 가면을 만들어 낸 건가 생각했다.




#051. 이토록 끈질기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영원'이라는 의미에 상태의 지속 뿐 아니라 '그러했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면. 이건 그럴듯하게 들린다. 워너원과 워너블이 함께 보낸 시간은 이미 흘러간 영원한 과거로 남아도 그것 또한 '영원'이지 않을까, 하고.




#052. 과거의 영원으로



나는 워너원을 보내야 하고, 그럴 것이다. 이 글은, 어쩌면 해결되지 않는 내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서 쓴 것이기도 하다. 워너원 뿐만이 아니다. 나의 시간을 기준으로 영원히 과거로만 남아야 하는 어떤 것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해체를 앞둔 워너원은 자꾸만 내 안에서 어떤 사건을 비유하는 또 다른 대상이 되고 있었다. 헤어짐, 사라짐의 비유가 워너원이 되고 있는 지금에, 그에 반하는 것 같은 개념인 '영원'을 나는 내 식으로 소화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 글이 써졌다.


다행히 글을 쓰며 알았다. 지나간 시간도 영원한 것이구나. 그래서 나는 그 응원이 그렇게 슬펐구나. 과거의 영원은 슬프고, 아프고, 아름답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런 감정과 개념을 생각하는 일은 결코 헛된 게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걸 알려준 건 워너원이다.




#053. 속지는 않겠다.


 


“우리 다시 만나, 봄바람이 지나가면”

 

- <봄바람>, 워너원

 


아 뭘 다시 만나… 내년 봄바람 불어오면 끝이라는 게 정말로 실감날 것 같은데. 속지는 않을 거야.


줄곧 워너원과 워너블의 관계를 숫자 ‘1’을 사용한 연산 시리즈로 풀어낸 워너원의 서사는 이번 앨범에서 ‘하나로써 함께하던 너와 내가 서로를 그리워하게 되어버린 운명(DESTINY), 하지만 그 운명에 맞서 싸우며 다시 만나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지(POWER)’로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이 운명에 의지로 맞서 싸우라는 서사는 나에게는 조금 억지 같다. 어쩔 수 없다.


대신, 워너원과 관련된 감정에 관해 이만큼 끈질기게 생각해본 것도 어떤 의지라면 의지겠지. 나에겐 운명에 맞서 싸울 의지는 없어도, 나를 슬프게 만드는 무엇에 관해 오래 생각해 볼 의지는 있나 보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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