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쾌한 처방전,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도서]

작동해라, 진심 모드!
글 입력 2018.12.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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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본 문화라 그런 걸까, 마음이 병 들어가는 사람을 위한 심리 에세이가 유독 많은 것 같다. 요즘은 한국도 점점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심리치유 에세이가 유행한다. 앞서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의 프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한창 이런 부류의 심리 책을 즐겨 읽을 때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뻔한 지침들을 보고 실망하고 비웃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난 이제는, 정말 마음이 병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을 펼친 어떤 사람에겐 그 뻔한 지침조차 현실적인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의 솔루션이 뻔하다고 느껴져도 그러려니 하자, 마음먹고 첫 장을 폈다.

 


오늘도중심은나에게둔다_표지.jpg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의 지침들은 뻔하지 않고 독특하다. 일단 심리용어를 어렵지 않게 설명해준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심리용어 중 '뇌 네트워크'라는 이론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뇌 네트워크’란, 순간 드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념은 사실 주위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라는 이론이다. 이것이 흥미로운 점은 예전에 읽었던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사념 에너지’ 이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념 에너지’가 말하는 것은 ‘뇌 네트워크’ 이론과 굉장히 닮아있다. 이 사념 에너지는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라디오 주파수같이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고 걱정하는 모든 것들은 사념 에너지가 되어 어디에서든 사람을 따라다닌다. 이것처럼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뇌 네트워크도 무의식과 의식을 바탕으로 주변으로 퍼진다. 두 개의 이론이 말하는 공통적인 것은 무언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의식하면 그 생각 자체가 인간을 지배하고 주변 사람까지 속박한다는 것이다.


뇌 네트워크의 예시로 나온 이야기는, 어느 날 저자가 지하철에 비친 자신의 외모를 보고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장을 읽는 데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사실 웬만한 나르시시즘이 아닌 이상 외모 스트레스를 안 받아 본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코만 더 세우면 좀 더 나을 것 같고 이마만 좀 더 볼록해도 예뻐질 것 같다. 거울 앞에 서서 견적을 내보기도 여러 차례, 결국 삶에 대한 불만과 우울감만 느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옆 사람의 '뇌 네트워크'에 전염된 것이라고 한다. 혹은 지하철에 탄 수많은 사람의 감정이 옮아왔거나. 이러한 뇌 네트워크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므로 그런 생각을 하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념은, 당신이 가진

모든 스트레스와 걱정은

당신의 탓이 아니에요.

당신의 주변인으로부터 옮아온 생각이니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의 탓이 아니에요."



내 탓이 아니라니,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마법의 문장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착한데 일 못하는 사람보다 싹수없어도 일 잘하는 사람'이 낫다는 말. 이 말에 동감하는 건 둘째치고 한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보통 싹수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정말로 눈에 뵈는 것 없이 예의 없는 부류보다, 평가자의 심기를 거슬러서 찍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심기란 가령 상대방이 건넨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거나 항상 본인의 일을 우선으로 챙기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런 사람은 주변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해 아니꼬운 시선을 받지만, 정신력이 강해서 웬만한 비난엔 꿈쩍도 하지 않아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자신에게 배당된 업무를 깔끔히 해내는 것이지.


반대로, 너무 착하지만 일을 못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남의 입장부터 생각하기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어물쩍 받아주어 초과업무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주어진 시간 내에 자신의 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의 입장에서만 배려한 착한 사람은 일은 일대로 받고, 시간은 시간대로 부족하고, 업무 효율성은 있는 대로 떨어진 꼴이 되었다. 중심을 남에게 두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저자는 이럴 때 ‘진심 모드’를 켜라고 한다. 직접적인 거절이 두렵다면 온전한 진심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지금 하는 업무가 더 급해서 그런데, 다른 분께 맡기시면 안 되나요?” 이 말을 들은 사람이 모든 걸 비꼬아 듣는 부류라면 당신은 싹수없는 직원이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착한데 일 못하는 직원'이란 타이틀은 뗄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줄곧 ‘진심 모드’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라고 추천한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갈등이 생길 찰나, '자기 방벽!'하고 되뇌면 마법처럼 벽 하나가 들어서 모진 감정을 차단해준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번역한 '자기 방벽'이란 단어는 어딘가 어색하니 좀 더 친근한 '쉴드!' 정도로 되뇌면 좋을 것 같다. 일상 속에 대입하여 상상해보니 역할 게임 같기도 하고 상황극 같기도 하다. 이와 같은 처방전은 유치하지만 꽤 매력적이다. 인간관계에서 혼자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을 재치 있고 심각하지 않게 풀어낸다. 단순히 “진심으로 대화해보세요.”가 아니라 “진심 모드를 켜보세요!”라서 부담이 덜하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스위치만 켜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내뱉었다. 친구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아 고마우면서도 귀찮게 했다는 죄책감이 따라올 때, "그럴 수도 있지!". 20살에 멋모르고 한 행동들, 일명 흑역사가 문득 떠올라서 이불을 차다가, "그럴 수도 있지!". 놀랍게도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허공에 내뱉은 한 문장이 지구를 몇 바퀴 돌아 다시 내 귓가로 돌아오며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어쩐지 내게만 떨떠름해 보이는 동기가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인 학교에서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은 없었으나, 그 동기는 유독 나를 제외한 주변 친구들에겐 유들유들했다. '아, 저 사람은 분명 나를 싫어해.'라는 생각이 들자 함께 그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았지만 속으론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때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를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동기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은 별생각이 없는, 원래 표정이 뚱한 것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건 나의 피해 의식, 자의식 과잉, 관계망상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속으로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쉴드!'하고 외쳐 그와 나 사이에 벽을 세웠어야 했다.




투명한 약



동경하는 이를 따라 하라는 진단은 굉장히 신선했다. 막연히 생각해도 누군가를 따라 한다는 ‘모방’은 그다지 바람직한 행위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버릇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를 모방하는 걸 그만 두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자신만의 길을 가라든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든지 기타 등등. 그러나 동경하는 이를 따라 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라는 저자의 처방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멋있다고 생각한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언제나 자극의 연속이기 때문에 기왕지사 철저히 흉내 낸다면 본격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저자처럼 존댓말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입니다.”하는 책의 문체가 나긋나긋하게 읽혀 더욱 편하게 느끼게 했다. 그러나 책의 모든 내용이 와닿지는 않았는데, 그건 바로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였다. 그 사회 배경 때문에 한국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갈등을 느끼는 지점이라든지, ‘자기 방벽’과 같은 단어들의 선택이 생소하고 이질적이었다. 또한 환자들의 결말이 죄다 해피엔딩인 것은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도 이보다 더 명쾌한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처방에 성공한 사례뿐만 아니라 처방대로 했지만 실패했다거나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처음, <오늘도 중심을 나에게 둔다>라는 제목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새삼스럽게도 모든 중심은 본인에게 두어야 한다는 걸 제목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수많은 심리학적 근거와 이론을 가져다 붙여도 ‘중심’이란 단어 하나만큼 완벽히 나의 심리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책 속에 저자가 권한 수많은 지침들 중 단연코 명쾌한 진단은 이 제목 자체이다. 중심을 남에게 두어 힘이 드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오늘도 중심을 나에게 둔다”를 외치자는, 아주 명쾌한 처방전이다. 저자가 처방한 이 약은 투명해서 보이진 않아도 꾸준히 복용한다면 효과가 좋다고 하니, 오늘부터 따라 해보자!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_상세페이지700.jpg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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