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5화: (1)'주목공포증'에 대하여

솔직히 말해서 전 이종석이 이해가 가거든요?
글 입력 2018.12.1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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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1)'주목공포증'에 대하여






55초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년 전 이맘 때.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종석의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수상소감이 어찌나 짧았던지 사회자가 당황을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뛰어나와 더 길게 말해달라며 회유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종석의 태도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싸가지 없고 거만하다는 대중의 비판이 거세지자 소속사는 그에게 ‘주목 공포증’이 있다는, 다소 가당치도 않게 들릴 수 있는 변명을 내놓았다.

“주목공포증? 그런 것도 있어?”  당시에는 그냥 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나에게도 역시 주목공포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회 공포증

사회 공포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사회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창피를 당하거나 난처해지는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진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대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그리고 이성에게 만남을 신청할 때 심한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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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종석은 꽤 예전부터 본인의 주목 공포증을 언급해왔지만 '주목 공포증'이란 단어는 이 때부터야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주목 공포증은 '이종석의 병'으로 유명하다. 주목 공포증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이종석이 뜬다.)

주목 공포증은 사회 공포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병이다. 이게 ‘병’이라고 표현하니 심각해보이긴 하는데, 사실 이 증세는 다들 아주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겁에 질려 떨어 보신 적 없으신지. 있는 게 당연한 거고, 없다면 당신은 정말 캡숑짱이다. 떨림의 가장 큰 원인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무의식, 혹은 의식적인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고, 타인 앞에서 약점을 보이길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의 당연한 본능이다. 허니 불특정 다수의 앞에서 긴장하고 떠는 것은 전 인류 보편적인, 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나의 경우는 다음의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 아는 사람들 앞에서도 떤다. 둘째, 소수의 앞에서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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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대여섯 명이 모여 있는 자리라고 해보자. 이는 분명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소수’인 셈이다. 물론 리액션을 하거나 말을 덧붙이는 등 짧은 주목을 받을 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소위 말하는 ‘썰’을 풀어야 할 때 발생한다. 대여섯 명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내가 무언가 길게 이야기를 하거나 나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경우에는 머지않아 말이 꼬이고 심장의 움직임이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머리가 하얘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 채 얼렁뚱땅 말을 끝내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 3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는 주로 듣는 편에 속한다.

친구들 앞에서도 이런데 발표할 때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짧은 발표일지라도 내 차례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심장이 요동을 치고 손에 땀이 차고 겨드랑이가 흥건해진다(?). 만약 차례를 서서 기다린다 치면 초조한 마음에 몸을 가만히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흔들거린다. 발표를 하다가 교수님한테 질문이라도 받게 되면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미소 짓다가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입가에 경련이 인다. 설명회 같은 것에 간다 치면 Q&A 시간 때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그 순간이 두려워 질문이 있어도 질문을 하지 못한 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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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는 이종석의 수상소감 태도가 이해가 간다. 나 역시 1년이나 몸 담았던 모 단체의 수료식 때 소감을 발표하라고 하는 자리에서 대충 저렇게 행동했었다.

나: 블라블라블라, 끝!
사람들: 엥? 그게 끝이야?
나: (얼른 자리로 돌아가며) 응, 끝이야, 끝!

사실 그 날,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그냥 머리가 새하얘졌었다.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얼른 자리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1년 동안 지지고 볶은 감사한 사람들 앞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고 얼른 자리로 돌아왔다.

그럼 이종석 특유의 저 건들거리는 태도와 짝다리는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아마 본인이 떨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발표할 때 종종 저렇다. 짝다리 짚고. 건들거리고. 어떻게든 여유로운 척 해보려고 한쪽 입 꼬리만 슬쩍 올리기도 한다. 건방지게도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감춰야 할 만큼 초조한 것을.

* 난 이종석의 팬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를 ‘쉴드’치기 위해 하는 말들이 아니다. 그저 이해가 될 뿐이다.

주목 공포증에 대해서는 너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이를 두 번, 혹은 세 번에 걸쳐 풀어내기로 했다. 이상 여기까지는 나의 고백과 함께 증상에 대한 설명이었다. 다음 주에는 내 주목 공포증 인생에 닥쳤던 최대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무대 위에서(그것도 연극 무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밝힌 무대 위에서), 그것도 80명 앞에서, 무려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재앙과도 같았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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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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