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작은 곰, 작은 나 [도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나를 지키는 일
글 입력 2018.12.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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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좋게 말하면 동안이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하게 생겼다. 체구도 작은 여자인데다가 동글동글하게 생긴 탓에 소위 ‘도믿맨(도를 믿으세요-)’들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곤 한다. 사실 이게 웃으면서 말할 일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정도이다. 번화가에 3번 나간다 치면 그 중에 한 번은 꼭 잡힌다. ‘도믿맨’ 뿐만이 아니다. 설문조사 하시는 분들까지 합하면 정말 상상 초월이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번화가를 걸어가는 10분 동안 근 2분 간격으로 네 명한테 잡힌 일만 해도 벌써 두 번이다. <작은 곰> 문화초대의 신청 양식을 작성하고 있을 때도 내 바로 앞에서 전도하시는 분께서 ‘하늘에서 보내 온 러브레터’를 들이밀고 계셨다. 이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막말로, 정말 환장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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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곰》은 '어른들을 위한 잔혹 우화'라는 문구처럼 숲속 동물들을 만나며 인간 군상과 삶을 알아 가는 작은 곰의 잔혹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중략)... 작가는 작은 곰의 여정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루가 무섭게 잔혹해지는 세상에서 어른이 되어 가며 살아남는 방법은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우고 자신을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드러내면 약자가 되어 낙오되는 냉정한 세상이기에.


이 말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저 ‘도믿맨’들 이야기였다. 만만하게 생긴 나는 정글 같은 ‘도민맨’들의 세상에서 언제나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그래서 사실 나는 ‘동안이다’, ‘어려 보인다'는 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는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일지라도 바로 그 ‘어려 보이는’ 점 때문에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댄 나에게는 오히려 모욕감(!)을 준다. 그러니 차후에 ‘박민재’라는 인간을 만나시는 분들께서는 제발 그 말만은 삼가주시길.

아, 물론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지금이야 만만하다고 판단을 당한 이유가 ‘외모’ 하나뿐이니 그들이 나를 잡아올 때 외모와 정 반대되는 無 싸가지의 반응을 보여주면 상황이 정리된다. 하지만 만약 나의 ‘실력’으로 인해, ‘개인사’나 ‘성격’으로 인해, ‘수입’으로 인해 얕잡아 보인다면? 내가 쉽게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 상대가 나를 얕잡아 보는 빌미가 된다면? 음……. 생각만 해도 자괴감이 밀려온다.



작은 곰, 작은 나



“굳이 모든 것을 다 얘기할 필요는 없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 



옛날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는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했다. 난 항상 진솔하고 싶었다. 진솔함은 사람들이 나를 더욱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진솔함이 그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러한 이상적인 믿음은 머지않아 깨졌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영악했고 본인들의 멋대로 나를 판단하고 훈계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연약한 면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은 ‘나를 잡아 잡수소!’하고 접시 위에 세팅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겪어보거나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가 영악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니 점점 더 감추게 되었고, 점점 더 말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순간 엄마가 말했던 그 ‘최소한의 자존심’은 그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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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유년시절에게

작은 곰의 마지막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경외심과 안타까움, 짠한 동정심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작은 곰은 절대로 걷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세상살이는 힘들다. 받은 마음을 온전히 믿기도 힘들고 순전히 진심인 마음을 주기도 힘들다. 우정이라고 믿은 끈은 너무나 쉽게 끊어져버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얇은 것은 사랑과 연애의 끈이었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 말이 체감으로 와 닿는 날은 꽤 허무하다. 결국 이렇게 미세한데 그토록 득달같이 버둥거렸던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사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다들 그렇겠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어쨌든 삶은 주어졌다. 비틀대면서라도, 때로는 기어서라도 궁극에는 가게 될 운명의 길이다. 기왕 가게 된 거 조금이라도 더 많이 웃고, 더 둘러보고, 더 사랑하며 갈 수 있기를. 나는 그렇게 운명의 길을 걸어 나가고 싶다. 작은 곰은 어떨까. 작은 곰은 어떻게 그만의 길을 만들어나갈까. 분명 나와 닮았을 작은 곰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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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곰
- 나의 유년 시절에게 -


글/그림 : 이희우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한국문학

규격
130*195(mm)

쪽 수 : 96쪽

발행일
2018년 11월 19일

정가 : 12,000원

ISBN
979-11-965176-1-8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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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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