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서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독서광 지망생(?)의 눈으로 바라본 책문화생태계
글 입력 2018.12.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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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에서는 ‘독서광은 아니고 아직까지 독서를 소소한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는 책문화생태계’를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책방 주인을 꿈꾸면서도 매번 비슷한 장르의 책들만 찾아보던 사람이, 결국에는 자발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찾아 읽게 된 이유를 추론해보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이렇게 주제를 한정시켜 리뷰를 작성하겠지만, 실제로 책은 책문화생태계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뤄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내용들을 모두 다 다루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보다 압축적으로 핵심 내용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대한 글의 폭을 좁혀 작성해본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서론에 혹시라도 책의 구성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리뷰 글 하단부에 목차를 작성해두었다.



책문화생태계라는 단어의 등장


프리뷰를 작성하며 ‘책문화생태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을 해봤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책문화생태계’를 단순히 문화라고만, 산업이라고만 딱 잘라 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책에서 책문화생태계는 좌담에 참여한 패널마다 설명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인 결은 흡사했다.

책과 관련한 모든 분야의 네트워크, 그 네트워크를 이루는 각각의 점과 점, 그것이 이해당사자로서 사람들이든 책과 같은 물건이든, 물리적인 공간이든 온라인상의 공간이든, 책이 나오기 전후의 만족과 불만족 같은 태도와 감정 같은 것이든, 각각의 점들은 서로 연결되어 유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저술-출판-유통-독자 그룹, 그리고 독서 문화와 관련된 일련의 모든 과정들, 우직하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을 총망라하여 표현하기 위해서 ‘책문화생태계’는 가장 적합한 단어일 것이다.

책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총체적인 문화와 거대한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의 등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명료한 목적지를 설정해줬다고 생각한다. 이 단어가 점점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마냥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편안하게 녹아들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이 답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찾게 할 수 있을까? 20대 독자로서 책과 관련한 문화를 가볍게 돌아봤을 때, 문제 해결의 명확한 열쇠는 결국 사람이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화나 산업 측면에서, 더 좁게는 북 큐레이션의 측면에서도 사람이 관건이라는 생각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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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서 말했듯이, 눈여겨보던 동네 서점 A와 B가 사라지고 난 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원하는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창구를 찾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주로 광화문에 위치한 대형 서점을 찾았고, 온라인에서 도서를 살 때에는 그 대형 서점을 그대로 웹상에 옮겨둔 온라인 사이트를 찾게 됐다.

그렇다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눈에 보이는 대로 책들을 그대로 사는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사는가? 그건 또 아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직접 내가 사고 싶은 책을 검색해서 사거나, 서점에 가서는 그 책을 찾아서 산다. 사고 싶은 책들을 충동적으로 잡아서 산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충동적으로 샀던 책들도 모두 언젠가 어디선가 우연히 보고, “꼭 사야지!” 마음먹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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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디선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는 건 모두 북 큐레이션을 통해서였다. 보고 싶은 책을 미리 정해두고 한꺼번에 사는 편이라 나에게 북 큐레이션이 중요하다. 책을 추천받기 위해서 SNS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책과 관련된 팟캐스트를 듣는다. 둘 중에서도 SNS의 북스타그램 해쉬태그를 주로 이용해 읽을 책을 찾는데, 북스타그램 계정주들은 각자의 일상을 살면서 독서를 취미로 삼은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북스타그램만을 위해 계정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독 나와 책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와 비슷하게 그를 바라본 사람들이 많았던 건지 해당 계정주들은 팔로워 수는 천 명 대였고, 곧 1만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면 SNS 내 의류, 코스메틱 등 분야와 마찬가지로 도서 분야에서도 트렌드를 이끄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이끄는 사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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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으로서 비슷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 그런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계정주가 올린 책 속 한 구절과 감상에 꽂혀서 그 책을 사게 됐는데, 나의 ‘인생 책’이 되는 경험도 있었다. 한껏 지쳐버린 날에 SNS 피드를 의미 없이 둘러보다가 그 사람이 올려준 구절을 보고 바로 다음 날 그 책을 구매해버린 경험도 있었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나에게 친밀한 큐레이터가 사라진 셈인데, 그런 일들이 몇 차례 반복되고 나는 그 분을 나만의 북 큐레이터로 삼았다. 물론 내 마음속으로만, 그분은 전혀 모르시겠지만…….

북스타그래머들을 통해 보는 책들은 마음에 든다 싶으면 바로 구매해서 보고, 또 작은 동네 서점에서 단골손님에게 책방 주인이 권하는 책들은 흔쾌히 사서 보지만, 이상하게도 대형 서점 온라인 사이트에서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책들은 쉽게 선택하지 않게 된다. 전자 두 개의 경우가 사람 대 사람이라는 느낌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기술(혹은 기업) 대 사람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정서적인 친밀감이나 (그의 게시글이 이윤을 추구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신뢰가 관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책문화생태계의 발전과 존속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논할 것이냐, 산업적으로 논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책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만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기는 분명 힘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자의 눈으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사람 대 사람의 측면에서 책이 다가올 때 더더욱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문화적 측면이 보다 부각된 책문화생태계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며 최첨단 세상(?)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범람하는 요즘이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사람을 찾게 된다. 오히려 그런 단어들이 범람하고 있으니 청개구리 심보로 더더욱 사람을 찾게 되는 것 같다.

*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는 예상외로 마냥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책은 아니었다. 좌담을 그대로 옮겨 놓아 책을 읽으며 각 패널들의 말을 듣고 있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실제 좌담회 자리에서 대화에 참관하고 있는 것만 같아 좋았다.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의 이야기가 되고, 대화가 더더욱 풍성해지며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각각 주체들의 생각이 여물게 되는 모습을 보며 대화(엄밀히 말하자면 좌담회)의 순기능을 엿볼 수 있었다.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읽고 책문화생태계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고 해도 현업에 몸을 담고 있는 저술-출판-유통 그룹, 그리고 오랫동안 책을 즐겨온 독서광들에 비해 내 경험은 편협하고 조악하고, 심지어 얄팍하고 허접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책문화생태계에서는 전문가와 애호가들 보다 나와 같은 라이트한 독자층들이 다수일 거라고 생각한다.

라이트 독자층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일부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일부를 대변하여 감히 말해보자면, 한 번 책을 찾으면 멈출 수 없다. 삶에 치여서 독서에 여유가 없어 느슨하게 풀리는 때는 있지만, 책을 놓지는 않게 된다. 관성적으로 책을 찾게 된다. 이는 나 자신을 포함해 책문화생태계를 이루는 각각의 모든 점들에게 긍정적인 전망처럼 여겨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책을 자발적으로 찾게 된 데에는 사람이 있었다. 산업 측면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 ‘사람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답이라고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굉장히 좁은 범위(독자층-마케팅 측면)로 한정지어서 답을 내렸다. 하지만 사람이 답이고, 사람이 관건이라는 말은 책문화생태계 내의 이런저런 영역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말은 출판마케팅이나 유통에서의 마케팅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따라서 나도 그 덕을 보기를 바라는 약간의 이기적인 마음도 섞여있다는 점,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개인적인 의견이 주를 이뤄 리뷰가 거의 일기장처럼 되어버렸지만, 책문화생태계 안에서 오래오래 안락을 누리고 싶은 독서광 지망생의 소소한 의견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나의 기록이 책문화생태계에 또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무엇보다 책문화생태계가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어, 이전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책문화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 책문화교양 시리즈 제1권 -


기획
출판저널
책문화생태계연구소

펴낸곳
카모마일북스

분야
인문

규격
140mm * 210mm

쪽 수
320쪽

발행일
2018년 11월 11일

정가
25,000원

ISBN
978-89-98204-54-9(04020)





목차


책을 내며 : 책문화생태계 패러다임의 도래

1장 : 책문화생태계를 둘러싸고
-책문화생태계가 당면한 과제들
-책문화생태계의 정의와 책문화 선순환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
-출판유통의 문제와 해결 방안
-출판과 독서의 상호작용을 위한 방안

2장 : 책문화생태계 시점에서
-출판산업 특징
-송인서적 부도의 충격
-통일된 도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필요성
-정가제가 아닌 도서정가제, 공론화 없이 3년 재연장
-출판계 블랙리스트 세종도서 문제, 도서관 도서구입 예산 확충
-출판계 종사자도 모르는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책문화생태계 변화 특징과 전망

3장 : 서점의 현재와 미래
-서점을 둘러싼 다양한 생각
-우리에게 서점은 어떤 곳인가
-서점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출판인이 보는 서점, 서점인이 보는 서점, 독자가 보는 서점
-함께 만들어가는 서점의 미래

4장 : 도서관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국내 도서관 역사, 도서관 수, 사서인력 현황
-공공도서관 사서배치의 쟁점과 사서의 중요성
-도서관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훌륭한 사서 없는 훌륭한 도서관은 없다
-도서관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5장 : 지역출판의 가능성을 찾아서
-지역출판의 시대가 왔다!
-지역출판이란 무엇인가
-지역출판사들의 사명
-지역에서 생산-유통-소비가 선순환하는 생태계 필요
-‘지역출판 쿼터제’ 필요

6장 : 직장환경과 출판의 미래
-미투운동은 왜 일어났는가
-출판분야 직장환경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페미니즘 도서의 사회적 의미
-미투 이후, 좋은 직장 환경을 위한 방안들

부록 : <출판저널>의 출판문화사적 의의와 과제
에필로그 : 책문화생태계 모색을 위한 좌담은 계속 된다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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