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바꾼 영화, 영화를 바꾼 세상> #필름파탈 [영화]

필름파탈 – 욕망하는 여자들의 치명적인 영화들
글 입력 2018.12.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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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영화학교’는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진지한 영화 감상과 영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영화 강좌 프로그램이다.


2018 아트하우스 모모 영화학교는 <세상을 바꾼 영화, 영화를 바꾼 세상>을 주제로 총 8개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손희정 평론가가 강의한 5강 ‘필름파탈’의 내용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필름파탈’은 '남성 오이디푸스 궤적'에 대해 비판해 온 로라 멀비와 테레사 드 로레티스, 그리고 바바라 크리드의 논의에 기대어 아버지의 법을 뒤집으려고 했던 여성 캐릭터들을 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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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페미니즘은 6~70년대에 “왜 남자들만 성장한다고 상상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 당시 영화는 가부장제 속 남성의 성장 이야기만 다루며 여성 캐릭터가 전무했다. 혹은 여성 캐릭터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처럼 여성을 내세우면서 사실은 남자의 모험과 도전을 다루는 대체서사에만 등장했다.


영화는 단순히 판타지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조건짓기 때문에 ‘여성이 자신의 시간을 산다’는 상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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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페미니즘의 고전이 된 비평서를 쓴 클레어 존스턴은 ‘남자들은 역사적 존재로 상상될 때 여자는 끊임없이 초역사적 존재로 상상된다. 남자는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으며 형상이 변화되어 왔고 언제나 역사의 중심이자 주체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은 어머니 혹은 창녀의 이분법적 구분에 갇혀왔다고 말한다. 이는 가부장제 속 편견의 핵심을 차지하며 지금까지도 반복된다. 이러한 뿌리 깊은 여성험오는 성장하는 남성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신화와 연관된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인간서사의 보편적 구조로 봤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욕망 덩어리로 욕구 충족을 향해 질주하는 아노미 상태로 태어난다. 이때 생존본능에 의해 어머니를 향한 성적 욕망을 발현하는데 이를 훈육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로 그의 법을 순응하게 되고 곧 페니스를 권력으로 인식한다. 동시에 어머니를 페니스가 결핍된 타자로 보며 어머니처럼 될까봐 두려워하는 거세 공포에 시달린다. 프로이트의 가설은 인간의 설정값을 남성으로 둔 문화적 해석일 뿐인데도 당시에는 보편적 서사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가부장제의 상징으로 아버지의 권위를 강조하고 어머니를 혐오하는 여성험오신화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여성괴물>의 저자 바바라 크리드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데 왜 여성의 존재는 지우고 아버지를 인간으로 각성시킨 주제로 보이도록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70년대 고전 내러티브 시네마는 철저히 남성 오이디푸스 궤적을 따른다고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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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5년 로라 멀비가 전설적인 에세이 <시각적 쾌락과 서사 영화(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1975)>를 발표한다. 그는 ‘시각적 쾌락은 누구의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성은 영화 속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 보여지는 대상으로 강조되며 영화는 여성이 볼거리로 만들어지는 방식을 형성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있다. 루베르 두아노의 <비뚤어진 시선>을 살펴보자.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이 어떠한가? 사진의 중심 대상은 여성처럼 보이지만, 곧 여성을 쳐다보는 남성의 시선에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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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시각의 주체, 여성은 대상으로서 남성이 여성의 내러티브까지 결정짓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은 거세공포를 환기시키는 여성을 페니스로 물신화하거나, 처벌하거나, 평가절하하거나, 안심할 수 있도록 볼거리로 전락시킨다. 영화는 연속 편집을 통해 카메라와 남성 캐릭터, 그리고 관객의 시선을 하나로 통일한 후 카메라의 존재를 지우는 방법을 통해 여성을 볼거리로 만든다. 로라 멀비는 이러한 여성험오적 고전적 내러티브 시네마의 대안으로 카메라의 시선이 스크린 내 실제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주장했다. 즉 관객의 시선이 변증법적 거리감을 가져야 하며 이는 아방가르드 영화 언어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그 예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 속 여성은 어떨까? 한국 영화의 특이점은 여성 캐릭터의 부재에 있다. IMF 직전부터 지금까지 한국형 필름 누와르는 팜므파탈의 자리를 옴므파탈이 차지하고 있다. <타짜>의 김혜수가 맡은 ‘정마담’이 거의 유일한 예외이다. 대표적인 옴므파탈의 예시로는 <불한당>의 임시완이 있다. 여성 대신 여성화된 아름다운 남성이 대신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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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주체적 시선은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까? 여자들은 왜 남성 캐릭터에도 잘 이입할까? 여성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앞으로 씨네페미니즘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필름파탈’ 강의는 위의 질문을 따라가며 진행되었다.


유료 강의기에 전문을 노출할 수는 없고,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12월 13일에 열리는 마지막 강의 ‘길 위의 여자들 새로운 길을 내다’를 수강할 것을 장려한다. 이 강의의 소개에 따르면 폐미니즘 영화의 계보를 읽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신청은 당일 현장에서 30분 전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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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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