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뉴이스트W가 보내는 시그널, 'HELP ME'

글 입력 2018.12.05 20: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시간이 꽤 흘렀지만, ‘프로듀스’를 빼고 이 그룹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보다 극적인 서사를 가졌던 그룹은 드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듀 시즌 2’에 참가하기 1년 전, 방송에서 ‘pick me’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이들이었다. 큰 포부를 안고 올랐던 데뷔무대, 빛나기만 할 줄 알았던 날들, 늘 같은 자리를 지켜주던 팬들. 기억에 자리했던 모든 빛나던 것들을 뒤로 한 채 선택한 또 다른 갈림길이었다. ‘서바이벌’ 형식 아래 오디션은 매 순간이 잔인했고, 결과적으로 4명 중 민현을 제외한 3명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안타까운 점은, 그전까지 부진했던 음원 성적 탓에 뉴이스트의 다음 앨범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들 안 그랬겠냐만은, 오디션에 참가한 멤버들은 간절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들은 다른 연습생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참가했고, JR(종현)은 ‘이 기회에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데뷔 6년차 아이돌 그룹이 다시 처음 섰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용기는 반드시 결과로 응답하기 마련이다. 민현의 데뷔와 나머지 멤버들의 탈락이 확정된 파이널 순위발표가 끝나자, ‘여보세요’, ‘Love paint’, ‘여왕의 기사’ 등 뉴이스트의 곡들이 음원 차트 순위권에 랭크되었다. 가려진 좋은 곡들이 다시 대중들의 귀에 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뉴이스트는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크기변환_ㄴㅇㅅㅌㅌ.jpg
 

 

좋아하는 노랫말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에 오롯이 쏟아 부은 열정과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아름답게 남아있다는 거다.


기회를 만든 건 대중이었지만, ‘뉴이스트W’로 예쁘게 결실을 맺은 것은 그들의 노력 덕분이다. 뉴이스트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여태의 결과물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한 명이라도 더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빚어낸 간절한 음악과 앨범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타이틀곡 역시 ‘때깔이 좋다’. 곡은 도움을 요청하는 모스신호로 시작되고 뒤이어 ‘HELP ME’를 읊조리는 멤버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들으면서 ‘벌써 좋다’고 생각했다. (한 줌의 팬심을 더했다.) 뉴이스트W는 이전 ‘WHERE YOU AT과 ‘Dejavu’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로의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그룹이 가진 세련미와 몽환적인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그리고 [WAKE,N]은 뉴이스트W로서 선보이는 마지막 앨범인 만큼 색이 더욱 짙어진 느낌이다. 미성과 가성, 저음과 고음. 멤버들의 음색과 파트도 조화롭고 다채롭다.


 

1311.jpg
 
 

특히 이번 앨범을 들으며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멤버들의 솔로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WHERE YOU AT’으로 활동했던 [W.HERE] 앨범도 같은 형식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이 더 취향에 잘 맞는다. 시기적으로도 앨범의 분위기와 지금 계절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W.HERE]을 들으면서는 이유 모를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의견이다.

 

약 4분의 짧은 시간 동안 네 사람이 하나의 무대를 구성해야 하는 타이틀곡 무대에는 미세한 제약과 배려가 존재할 터. 나 혼자 잘해서는 안되고, 다같이 맞춰서 가장 보기 좋은 무대를 만드는 게 모든 가수들의 목표일 테니까. 하지만 솔로곡은, 하나의 무대에서는 살피기 힘들었던 개인의 재량과 음색을 충분히 느낄 시간을 선사한다. 팬의 입장에서는 가수의 목소리를 오롯이 아로새길 수 있어 좋고, 가수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곡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좋다. ‘뉴블이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던 러브(뉴이스트 팬덤)들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백호는 타이틀곡과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모든 멤버가 작사에 참여했다.

 

곡을 하나씩 듣다 보면, 각자의 곡에 대해 시도했던 여러 가지 고민이 함께 느껴진다. 포지션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멤버들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 보컬 담당 멤버 아론·백호의 랩과, 랩 담당 멤버 JR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익숙했던 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올 때 개인의 매력은 극대화되는 법이다. 11월의 끝자락에 발매된 앨범은 가을의 정취를 많이 담고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나른한 일요일의 오전 같다고 해야 할까. 어느새 찾아온 겨울이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곡이 많은 만큼 여러분들도 한번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앨범이다.

 

**

 

뉴이스트의 뮤직비디오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 ‘여왕의 기사’때부터 시작된 서사는 ‘HELP ME’까지 이어지며,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태다.


 

▲ 뉴이스트 - 여왕의 기사 MV



(여기서부터는 주관적인 뮤직비디오 해석이다.) 멤버들이 여왕을 지키는 기사로 등장했던 ‘여왕의 기사’ 뮤직비디오 내용은 이렇다. 여왕이 다섯 명의 기사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중 저주의 원흉이 되는 기사 ‘리이노’도 포함된다. 리이노가 사라져야만 영원한 봄이 찾아오지만, 그를 사랑했던 여왕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사라져버리고, 멤버들은 겨울에 갇힌다. ‘LOVE PAINT’에서는 (백호를 제외한) 멤버들이 모두 환상에 빠지고, ‘WHERE YOU AT’에서는 꿈 속의 꿈에 갇혀버린다. (WHERE YOU AT의 테마는 ‘호접지몽’이었다. 호접지몽 :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잊어버림)


 

꼬마.jpg
▲ 저주로 인해 어린 아이로 변한 여왕이
기사를 멀리서 지켜보는 모습이다.

염소.jpg
 
쩨알 염소눈.jpg
 


다섯 멤버 중에서, 리이노는 JR이다. WHERE YOU AT에서 JR의 상징색이 혼란스러움과 악을 상징하는 보라색이었다면, ‘Dejavu’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저주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성경에서 악을 상징하는 염소가 등장하고, JR의 눈은 염소의 눈동자처럼 직사각형으로 변한다. LOVE PAINT에서 유일하게 환상임을 눈치챘던 백호가 CCTV가 가득한 방에 갇히는 것도, 아론이 의지했던 나침반이 부서지는 이유도 다 JR의 방해 때문이다.


 

 


‘HELP ME’에서 흥미로운 점은, 마침내 멤버들이 여왕이 보낸 신호를 인식했다는 거다. 아론은 자신이 본 신호를 해석하고, 여왕찾기를 점차 포기하는 듯 했던 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른다. 그들이 서있던 체스판이 불에 타고, ‘Dejavu’에서 멤버들을 가두는 방식 중 하나였던 물도 점차 고갈되는 모습이다. 이야기의 끝은 알 수 없다. 그저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지의 문이 열리며 음악이 멎을 뿐이다. [WAKE,N]이 뉴이스트W로서 발매하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뉴이스트’로 들려줄 결말이 궁금하다.

 

이야기를 던지는 것은 뉴이스트지만, 이를 해석하기란 오롯이 청자의 몫이다. 뉴이스트W 측에서 코멘터리를 하지 않는 이유도 해석의 범위를 다양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해석을 원한다면 자료가 많으니 유튜브로 참고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팬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해석의 차가 있다.)

 

***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면서도, 타이틀 곡에 있어서는 고유한 색채는 잃지 않았다는 점이 뉴이스트W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물론 HELP ME처럼 세련된 강렬함도 잘 어울리지만,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와 콜라보레이션이었던 곡 ‘I don’t care’같은 톡톡 튀는 이미지도 흡수력이 좋다.) 유닛으로 앨범 활동이 끝났다는 점은 아쉽지만, 대신 앞으로 들려줄 뉴이스트로서의 음악이 더 궁금해진다. 왠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예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