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100dayproject, 나 자신에게 건네는 100일의 약속 -3주차 [문화전반]

Day 15 ~ Day 21
글 입력 2018.12.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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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100DayProject
#100daysofpracticing

100일에서 5분의 1을 지나쳤다. 지난 21일을 돌이켜보니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초반에 느꼈던 불안감이나 귀찮음이 옅어지고 마음에도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경고하는 고비는 넘어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얼마 더 지나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왠지 모든 게 순항중이라는 기분이 든다.



Day 15 : 바이올린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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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나에게 바이올린이 악기 이상의 의미가 된 것 같다. 돌아오는 2019년 3월 29일, 레이첸과 KBS 방송교향악단의 협연이 있을 예정이고, 오늘이 그 티켓오픈일이었다. 어제 저녁, 지난 레이첸의 공연에서 알게 된 분이 DM을 주셨다. 안부 인사와 함께 친절한 티켓 오픈 소식을 전하러. 그런 소소한 것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 주위 친구들은 클래식에 관심이 없어도 소현이가 레이첸을 좋아하는 건 다들 안다.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이 어느순간 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바이올린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에 대해 잘 모르고 그리니 어딘지 모르게 불균형하다. 어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주일동안 바이올린을 잘 관찰하고 그려보기로 했다.



Day 16 : 바이올린 재도전2/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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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라인드로잉을 배운 후로, 연필을 쥐기가 부담스러울 때면 워밍업으로 라인드로잉을 하게 되었다. 선 연습도 되고, 부담없이 선을 긋다 보면 그림이 완성되니 자신감을 북돋아주기도 한다.

라인드로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그려봤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세계 2차대전 이후 시기에 명성을 떨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좋아하면 닮아간다고들 하기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영상도 조금 찾아본 적 있다. 연주 스타일이나 음색이 닮았을까 해서. 아직까지는 내 귀가 그런 걸 구분할 정도로 섬세하지는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그냥 보는 것과 들여다보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된다. 대략적인 모양만 보면서도 바이올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부분 부분을 뜯어보니 바이올린이 이렇게 생겼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전체를 더 잘 그리기 위해, 부분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Day 17 : 바이올린 재도전3/ 부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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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1년 동안 뭘 한 건지도 모르겠는채로 12월이 되었다. 12월 달력이 펼쳐진 것을 보면 시간이 왜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갔나 싶은데, 또 막상 뒤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사다난했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레이첸의 지난 11월 공연 때, 질의응답 시간에 누군가 연습량과 연습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그에 대해서 레이첸은 연습하는 걸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효율적인 연습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특정한 음에서 버벅거리고 있다면, 곡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해당 음에서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 음과 바로 전음, 그 음과 바로 다음음을 연습하는 식으로 하고, 그 뒤에 곡 전체를 연습하면 좋다고 했다.

그림에서도 이 '효율적인 연습'이 유효할 것 같았다. 특정 부분들을 연습해서 나중에 전체와 조합해보는 것. 그 시작으로 오늘은 바이올린의 머리 부분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가장 위쪽의 동글동글 말려있는 부분의 이름은 '스크롤', 그 아래에 조율을 위한 나무 못(페그)들이 있는 곳을 페그박스라고 부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막연히 머릿속에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예쁘게 생긴 것 같다. 특히 스크롤은 기능적인 면보다는 심미적인 면이 강조된 것 같았는데, 악기를 단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Day 18 : 바이올린 재도전4/ 다비드 오이스트라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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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오늘도 왠지 그냥 연필을 쥐기 부담스러워 라인드로잉으로 시작했다. 대상은 저번과 같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이번에는 정면이 담긴 음반 커버 사진을 보고 그렸다. 측면을 그렸을 때보다 더 닮은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오늘 연습한 부분은 '파인튜너(Fine tuner)'가 포함된 부분인 '테일피스(Tail piece)'와, 그에 연결되는 '턱받침(Chinrest)'이다. 파인튜너는 페그보다 섬세한 조율을 할 때 쓰인다. 나는 튜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파인튜너로 인해 바뀌는 미세한 음의 차이는 잘 모르겠던데. 연주자들이 저 자그마한 튜너를 살살 돌려가며 조율하는 모습을 종종 볼 때마다 신기하다.

턱받침을 그려보려고 이미지를 찾아보다가, 열한가지나 되는 턱받침들이 모여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물론 찾아보면 이것보다 더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열한개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놀랐다. 다른 부품들은 다 바이올린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에 비해 턱받침이나 어깨에 대는 지지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구입해서 추가로 장착하는 것들이다. 기호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게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막상 보니 신기했다. 목재도 있고, 과거에는 없었을 특수 소재로 된 것들도 있다. 검은색, 고동색, 연한 갈색 등등. 이렇게 보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 19 : 바이올린 재도전5/ 턱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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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어제 못다그린 턱받침 모음을 완성했다. 각자 색도, 굴곡도, 질감도 달라서 최대한 개성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역시 아직은 조금 어려운 것 같다.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서 반사되는 느낌이 다른 게 참 재미있었다. 평면에 딤긴 사진에 입체감을 불어넣어주는 게 바로 빛과 그림자다. 그렇다면 입체감 있고 아름다운 생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할까.

턱받침 이름 중에서도 익숙한 것들이 눈에 띈다. 드레스덴, 할리우드, 카우프만, 과르네리 등. 과르네리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현악기 제작자 가문의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는 명기들이 많은 브랜드다. 덕분에 새벽에 뜬금없이 인터넷으로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 아마티에 대해 검색해봤다. 다음번에는 악기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Day 20 : 바이올린 재도전6/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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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바디를 그렸다. 처음 라인을 그렸을 땐 꽤 잘 맞는 것 같았는데, 막상 면을 채우고 음영을 넣으니 어딘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다.
 
이 바이올린의 사진을 올린 사람은 이 악기가 아마티의 작품이라고 했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섬세하고 예쁜 것 같다. 모서리 진 곳마다 새겨진 문양이 특히 예쁘다. 1600년대에서 1700년대는 바이올린 제작의 황금기였다고 한다. 이 때가 현대의 '바이올린'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기이다. 그리고 아마티는 이 황금기의 시작을 알리고 부흥을 이끈 대표주자이다. 아마티와 함께 바이올린 제작의 삼대장으로 불리는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는 니콜로 아마티의 제자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400년 전과 비교를 해보자면, 과학과 기술이 월등히 앞서는 지금이 더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말로는, 그 당시가 소빙하기로 유럽이 상당히 추웠던 덕분에 나무들의 밀도가 더 높고 단단했다고 한다. 특히 좋은 나무는 크로아티아산 단풍나무로, 이 시기의 많은 악기들이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원재료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무리 현대 기술이 발전했어도 당대의 명기들보다 훨씬 잘 만들 거라는 보장이 없다. 문득 고려청자가 생각났다. 현대의 기술로는 그런 아름다운 옥색을 낼 수 없다고 들었다. 현대과학이 모든 것에 앞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대과학이 해답을 찾지 못한 것들이 과거에는 가능했던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우리는 과거로부터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가겠지만, 과거를 돌아볼 땐 자만심 보다는 겸손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Day 21 :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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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7일 바이올린 연습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부분이 아닌 전체 바이올린을 그렸다. 무슨 악기를 보고 그릴까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레이첸의 스트라디바리를 따라그리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악기에, 레이첸은 개인이 선택한 턱받침을 달고 다닌다.
 
크게 그리면 하루 나절을 그려도 모자랄 것 같아 애초부터 작게 시작했다. 정말 작은 크기로 그렸는데도 세시간 반이 훌쩍 넘은 것 같다. 그래도, 부분연습을 하기 전보다 훨씬 균형도 잘 맞고 입체감도 살아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 그림그리기 프로젝트가 나름대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드는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연필을 너무 많이 잡았더니 이제는 조금 쉬고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컴퓨터 그림을 그려볼까 싶기도 하다.



21일차를 지나며


하나에만 집중을 하면 다른 것들에는 소홀해질 수 있지만 대신 그 하나만은 확실하게 더 잘 하게 될 수 있다. 이번주는 그걸 확인한 시간 같았다. 바이올린에 집중했더니 바이올린의 모양새를 넘어, 구조와 뭔리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더해 조금의 역사까지 알게 되었다. 그림 자체도 마찬가지다. 조금더 진하게 강조를 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표현하는 법이나, 세밀하게 묘사하는 실력, 음영을 찾고 그림에 적용하는 것들이 꽤 많이 는 것 같다.

다음주에는 또 다른 그림을 연습하고 있겠지. 성과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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