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기의 대결 리스트 VS 파가니니 [공연예술]

정숙하며 들어야 할 것만 같은 클래식 연주의 편견을 깨트리다
글 입력 2018.12.0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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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연주로 받는 감동과 즐거움

<세기의 대결 리스트 VS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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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기의 대결_리스트 VS 파가니니> 공연이 진행되었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무대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두 천재, '리스트'와 '파가니니'의 대결이라는 공연의 콘셉트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전설의 두 연주가, 리스트와 파가니니가 동시대에 만나 한 무대에서 연주회를 가진다면?”이라는 궁금증의 시작이 두 예술가의 대결로 탄생된 것이다. 모두에게 인정받았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와 죽는 순간까지도 부정당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는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이들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선사했는데 그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1838년에 쓴 리스트의 대표적인 작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Grandes Etudes de Paganini)>이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에서 다섯 곡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카프리스>에서 영향을 받아 주제 선율이 되었던 것이다.




다비드 알라다쉬빌리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역을 맡은 다비드 알라다쉬빌은 ‘무대를 위해 태어난 감각적인 비르투오소’라 불리기도 한다. 그는 11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15세에 대통령 장학금을 받고 조지아 트빌리시의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줄리어드 예비학교 초청입학 하며 학사,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직접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를 조직,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 단체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국제적 규모의 자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등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젝트 활동과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스크리아빈과 슈만의 작품으로 구성된 음반을 발매하여 뉴욕타임즈로부터 ‘환희와 놀라운 개성으로 가득 차 있는 연주자’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필립 포가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의 역을 맡은 필립 포가디는 ‘불꽃같은 비르투오시티와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자’로 평 받고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록과 일레트로닉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태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중 7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이올린을 배운지 1년 만에 린츠의 브루크너 콘서바토리 예비학교에 입학하였으며 10세 때 첫 리사이틀을 가졌다. 이후 스즈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11살의 나이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세계무대에 데뷔하였다.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리마 라 무지카 국제콩쿠르 3회 우승하였으며 이례적으로 호주 스트링 소사이어티와 라이파이젠 은행으로부터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Late show>, <LOUIE> 등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추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중 ‘최고의 얼짱’ 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세기의 대결



90분 동안 진행되는 이 공연은 다비드 알라다쉬빌 피아니스트와 필립 포가디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과, 파가니니의 작품을 연주하며 진행된다.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을 시작으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6번 E장조 Op.27>, <설레임 Op.13>, 리스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6개의 대연습곡 중 6번 A단조 S. 141 ‘주제와 변주’>, <메피스토 왈츠 1번>,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f단조 S. 139 ‘열정’>, 파가니니 <칸타빌레 D장조 Op.17 MS. 109>, <파가니니아나>, 리스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6개의 대연습곡 중 3번 G#단조 S.141 ‘라 캄파넬라’> ,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로 마무리가 된다.


‘세기의 대결’이라는 주제로 클래식의 역사에 획을 그은 전설적인 인물 리스트와, 파가니니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피아니스트 다비드 알라다쉬발리와,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포가디.




색다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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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과 셀카 찍는 모습
 


그동안 내가 본 연주회는 오케스트라이거나 단독 연주라 하여도 반주가 반드시 있는 공연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지금껏 보았던 공연과는 다르게 필립 포가디, 다비드 알라다쉬발리가 각각 단독 연주를 펼친 것이다. (필립 포가디 같은 경우는 피아니스트 반주도 있었다) 각각의 화려한 기교와 그들만의 특색을 녹여낸 연주는 감동 그 자체였고 그들의 공연은 경이로울뿐만 아니라 황홀함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연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를 오디오 음향이 아닌, 필립 포가디의 스타일로 녹여낸 연주를 실제로 듣게 된 순간은 정말이지 천국에 있는 것만 같았다. <설레임 Op.13>를 연주할 때는 또 어땠는가? 눈을 감고 귀로 그가 켜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감격스러움에 절로 눈물이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그의 화려한 기교가 곁들인 연주는 듣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비드 알라다쉬발리의 피아노 연주 또한 굉장했다. 그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화려한 기교뿐만 아니라 악보를 못 외운척하며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 관중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 그의 여유로운 무대연출은 다소 정숙하며 들어야 할 것만 같은 클래식 연주의 편견을 깨트렸고, 클래식 연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간 클래식이라 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여겨져 공연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감동과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해 굉장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9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멈추지 않는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 속에 30분가량 연장하여 앙코르연주까지 해주었다. 앙코르연주 마지막 즈음에는 관객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팬서비스까지 해주어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앙코르까지 모든 공연이 끝이 났지만, 공연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질 못하여 공연장에 한참 동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뜨겁고도 감격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사실 나는 이 공연을 보기 전 클래식 연주라는 것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첫 연주곡을 들을 때는 분명 말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이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90분 동안 계속해서 듣고, 보다보면 어느 순간 분명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기에 불안했던 것이다. 나에게 클래식 연주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은 무조건 어렵고 지루하다' 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깰 수 있었다.


혹시 당신도 클래식 연주를 즐겨 들으며, 여러가지 문화생활을 즐겨 보고 싶지만 '나랑은 안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장 그 편견을 날리기 위해 당신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은 공연을 예매하고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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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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