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흥미로운 상징으로 가득 찬 심리학 개론,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신화

글 입력 2018.11.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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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흥미로운 상징으로 가득 찬 심리학 개론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신화


신화는 성찰을 낳는다. 이는 신화가 마음에 있는 것을 현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정서와 행동은 때로 이성적인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은 때로 터무니없는 이야기와 기묘할정도로의 조화를 보인다. 수많은 이야기가 거울 속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따라한다. 신화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껍질을 벗고 삶의 원리로 변모한다. 여성이 된 곰이든, 사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시련을 마주해야 했던 소녀건, 멸망을 마주해야 했던 절대자였건, 이야기와 인간의 표현과 마주하는 그 순간 심리학과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만약 사람들에게 익숙한 신화 중 하나를 꼽으라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꼽을 것이다. 서양의 수많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현대 평론에서도 이들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불평과 비난의 모모스, 불화의 에리스, 사랑과 열정의 에로스 등 여러 가지 신이 나온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리스 사람들이 감정을 신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감정이란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적인 것으로 취급했다. 장난꾸러기인 에로스는 활시위를 당겨 상대를 무작위로 선택했다. 사랑스러운 에로스의 비호 아래 사랑이란 신의 장난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랑의 열망 속에서 에로스 본인 조차도 자신을 잃는다.


오늘까지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는 것이 대단히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나에게 찾아오는지, 사랑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면서도 사랑을 하고있다. 현대의 우리도 에로스의 활시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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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ro Botticelli, La Primavera, c. 1482, tempera on wood



사실 에로스의 사랑에서 근거를 찾지 않아도, 당장 심리학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프로이트부터가 그의 이론 중 중요한 부분을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가져왔다. 그는 아이가 이성 부모를 손에 넣고 동성 부모에게는 강한 반항심을 품는 비균형적 상황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불렀다. 동성부모를 이길 수 없는 아이는 그를 동일시해 사회적 역할을 습득한다. 이런 현상이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이 그리스 비극의 하나 '오이디푸스'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오이디푸스는 그도 모르게 그는 부왕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그리고 이 원리는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차용되어 정신분석 이론의 중요한 개념중 하나가 되었다.


이와같이 수많은 결합을 가진 두 학문들에 관해 수많은 책이 이미 출판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평단의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신화>는 특별한 주제의 책은 아니었다. 책은 사랑, 초자아와 무의식, 성격, 집단심리, 방어기제, 자존감 등 인간의 정신을 주제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주제는 신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몇가지 주제에서 친숙한 논리를 찾아낼 수 있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문체로 써내려간 책은 읽기 쉽고, 또 흥미롭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책의 내용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스낵처럼 콘텐츠를 소비하는 오늘날 책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서술이 결코 이 책이 단순한 동어반복에 머무른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들과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 점이 있아. 먼저, 책이 신화와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을 연결시키기 보다는, 심리학 지식과 에피소드를 잇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심리학 개론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저술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순서는 다소 혼잡스럽지만, 심리학 개론의 커리큘럼처럼 개론에서 다루는 지식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었다. 책을 충실히 읽었다면, 어디가서 심리학 개론을 들었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을 정로 지식전달에 충실하다. 이런 지식이 충실히 연결되어 있는 점은 흥미로웠으나, 에릭슨의 발달 8단계와 사랑을 선택한 파리스를 엮는다거나, 제우스를 초자아의 상징으로 놓고 콜버그의 도덕발달 이론을 엮는 것은 다소 어색해보였다.


또한 저자는 개인의 심리적 과정보다는 인간의 문화와 연결시키는데 집중했다. 프로이트의 이드-에고-슈퍼에고와 그 사이사이의 연결망들을 신들의 모습으로 둔갑시켜 일관성 있게 논리를 전개했다. 가부장적 신화와 모계 신화의 격돌을 가이아와 남성신들의 대결구도에서 풀어냈는데, 괜스래 오늘날 신들이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페미니즘이 대두되는 오늘날, 가이아는 또다시 제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심리학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할 책이다. 읽기 편안한 문체, 재밌는 에피소드에 끝없이 이어지는 저자의 아이디어, 자연스럽게 맞물려 들어오는 심리학 지식은 누구에게든 쉽게 다가설 것이다. 필자는 특히 심리학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졸았다던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인간보다 요상한 짓을 하고다니는 신들의 이야기는 교수님의 교재 읽기보다 흥미로울테니까 말이다.



*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

인간의 마음속에 감춰진 은밀한 욕망과 심리

지은이_이동연
출판사_평단 
발행일_2018년 10월 01일
정가_16,000원
페이지_ 388쪽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최고의 심리적 산파는 일차적 모성 몰두를 해줄 수 있는 존재뿐이다. 그런데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삶을 즐기는 데 몰두한 나머지 에로스에게 심리적 산파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는 에로스의 아버지 아레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후에 깊은 정신적 고뇌를 통해 심리적 성숙을 이룰 수 있다.


악동 에로스 또한 프시케와 사랑의 홍역을 치르고 나서 성숙해졌다. 양심과 사회성이 결여된 에로스처럼 위험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관계와 생명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자의 온화한 품과 미소를 충분히 느끼면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유아의 사회적 미소가 창조된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내면화되기 어렵고, 그 결과 누구의 진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결하려고만 한다.


_제1장 사랑, 도대체 무엇일까? - 프시케를 만나 깨달은 에로스 중에서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에리스에게도 형제자매가 많았다. 어머니 닉스는 태초의 신이자 밤의 여신이라 불리며 혼자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 불평의 신 모모스, 파괴의 여신 케르, 걱정의 여신 오이지스 등을 낳았다. 그리고 카오스가 산출한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결혼해 죽음의 신 타나토스, 지하 세계의 뱃사공 카론, 잠의 신 힙노스 등을 낳았다.


이렇게 에리스의 형제자매 다수는 에리스 이상의 부조리한 성향을 지닌 신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고 유독 에리스만 콕 집어서 소외당했다. 이런 이중 잣대가 트로이 전쟁을 유발했다. 개인 왕따가 집단 소외로 확장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얼마든지 이중 잣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고립과 개인적 고독은 다른 영역이지만 연결된다. 낙인으로 시작된 고립이나 자의적으로 택한 고독이나 출발은 달라도 마주치는 현실은 같다. 그 현실을 극복해내면 진정한 자기 자신일 수 있다. 에리스는 그렇게 하지 못해 유익한 성향을 사장시킨 채 불화의 존재로만 남았다.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할수록 파괴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쉽다.


_제2장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 세 여신의 다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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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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