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돌아온 <룬의 아이들 : 블러디드>가 기대되는 이유 [도서]

글 입력 2018.11.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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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입덕기

<룬의 아이들>은 막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을 때 만났다. 자주 가던 책방 언니가 추천해줘서 1부 윈터러 1, 2권을 집어 들었고 나는 그 날 책방 문 닫기까지 6권을 빌렸다. 그리고 그 주에 완결을 보고 2부 데모닉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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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윈터러, 우 : 데모닉)


이것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오래 남은 장르소설은, 적어도 나에게는 없다. 해리포터보다도, 반지의 제왕이나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도, 2000년대나 요즘 재밌게 읽은 소설 중에서도 말이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감성적인 분위기? 짜임새 있는 줄거리? 개성 있는 캐릭터? 모두 맞는 말이지만 시기가 가장 큰 것 같다. 세계가 좁고 사람도 적고 가치관은 막 자라기 시작한 때에 <룬의 아이들>은 하나의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위인전이나 세계 명작도 많이 읽었지만 내가 바라는 성장과 동경하는 인물을 보여준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시련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감정을 윈터러로 알았고 세상과의 유리를 극복하는 과정을 데모닉에서 보았다. 금박을 입힌 오래된 책을 펼쳐 조심조심 낡은 종이를 넘기는 기분으로 삶의 한 순간을 그들과 함께 했다.



<룬의 아이들> 소개

룬의 아이들은 1부와 2부, 그리고 최근 나온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장편 판타지 소설이다. 1부의 테마는 겨울, 전사, 독립이라면 2부의 테마는 봄, 예술가,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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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보리스, 우 : 조슈아)


1부의 주인공 어린 소년 보리스는 상실, 배신, 위협에 시달리는 가운데 하나의 정언 명령, “살아남아라!”를 지키기 위해 산다. 여러 의미로 추운 땅에서 태어난 그는 강제로 만나게 된 세상에서 무거운 검, 윈터러를 들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1부의 끝은 곧 눈이 녹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룬아 시리즈를 아예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윈터러를 제대로 말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이 소설의 매력은 뒤에서 좀 더 말할 예정이므로 온전한 감동과 자신만의 감상을 위해선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2부의 주인공 조슈아는 저주스러울 정도의(Demonic) 천재이자 예술가로서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 걸어가는 자신 뒤로 답답할 정도로 느릿하게 따라오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을 대신하는 유리인형이 생겨나고 최초로 자아정체성을 위협받는 사건이 일어난다. 너무 쉬운 세상에서 소년은 어려움을 배워가며 데모닉을 넘어 ‘조슈아’가 되었다.

두 소설은 모두 매력적이지만 1부가 정적인 흑백영화라면 2부는 화려한 뮤지컬이다. 주요 키워드도 상반되고 주 무대도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소년(小年)의 성장기가 보여주는 그 떨림은 동일한 것 같다.

“미숙하고 두려울 지라도 맞서 싸우고 성장한다.
혼자만의 세상을 벗어나 타인을 만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과 봄이 지나고 격동의 여름이 왔다. 소년기를 벗어난 인물들은 또다시  벌어진 사건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해결할 것이다. 국가 간 외교가 흔들리고 각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때로는 연합하고 때로는 싸울 것이다. 어서 반가운 얼굴들을 볼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미 1권에서 네냐플 명물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아직 멀었다. 독자들만 알고 있는 섬들의 비밀이 밝혀질지, 과연 커플 브레이커의 전설은 깨질지도 알고 싶다.


<룬의 아이들>의 입덕 포인트


정갈한 언어로 시리즈의 매력을 말해보려 한다. 수많은 웹소설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다른 소설들과 비교했을 때, 이 소설의 강점이 드러난다. 간단하게 10가지로 정리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캐릭터(인물)

소설에서 캐릭터는 아주 중요하다. 사건이나 배경이 흔해도,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용이 별로여도 캐릭터의 매력 하나만으로 참고 볼 수 있다. <룬의 아이들>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조연들, 보통은 엑스트라 취급하는 마을 주민까지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과관계가 촘촘하기 때문에 인물들도 대충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 그들의 행위에는 그들의 삶이 있고 주인공이라는 매개로 서로 부딪힌다. 친구로, 적으로, 혹은 잠깐의 호의로.

그래서 작품의 세계는 살아있고, 우리는 독자의 아바타인 주인공에게만 빠져들지 않고 세계 그 자체와 함께 하게 된다.


#거미줄 같은 서사

큰 뼈대인 ‘성장’과 작은 줄기 ‘사랑’, ‘우정’, ‘정치’, ‘모험’ 등이 충돌하지 않는다. 장르 소설들의 가장 큰 약점은 괜찮은 소재나 줄거리 하나를 가지고 글을 전개하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구멍이 숭숭 나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줄기를 뼈대에 이식하는데 그 수준이 거의 자가면역인 경우가 참 많았다. (묵념) <룬의 아이들>은 완벽해지려고 하지도 않고 억지로 재밌게 하려는 긴장도 없다. 그 여유가 이야기의 틈새를 만들어주고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빈 곳을 자신의 생각으로 채우고 나의 뜻으로 응원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억지로 끌고 가는, 꽉 막힌 글들을 읽던 사람이라면 굉장히 시원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성장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더 선호하는 줄기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면 재미가 두 배, 재독할 때 다른 줄기로 읽으면 재미가 제곱이다.


#절대악에 대한 해석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절대악이 등장하고, 여기에 절대선인 용사가 추가되면 초창기 판타지 소설이 된다. <룬의 아이들>에도 절대악 비슷한 것이 있다. 다만 인물들이 활동하는 시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륙의 역사에서 강성했던 옛 왕국을 한순간에 몰락시킨 악은 ‘악의 무구’라고 호칭된다. 뛰어난 점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나쁜 악 = 절대악)이 아니라 이 세상과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해석이 재밌는 이유는 배경이 판타지여도 얼마든지 우리 현실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생 월급 200만원으로 살아왔고 4명의 가족을 부양하며 갑질 하는 상사 때문에 힘들게 살아오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우리 세상에 빗대어보자면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의 돈을 쓸 수 있고 때리고 부숴도 법의 제지를 받지 않는 힘이다. 좀 더 좁혀보겠다. 그는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었고 갑질 문화 만연한 회사의 임원이 덜컥 되어버렸다!

선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억눌려서 살아왔던 사람이다. 과연 그는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이 때, 악이 파생된다.


#정치의 긴박함-가치관의 충돌

절대악에서 조금 더 내려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악은 단연 정치뉴스일 것이다.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고 가끔은 욕도 나오게 하는 정치판이지만 이분법으로 선과 악을 나눌 순 없다. 판타지 세상에서야 절대악으로 마왕, 악룡, 혹은 기타 비슷한 포지션의 악당 등을 쉽게 부르지만 그렇게 쉬운 인과가 얼마나 있나?

룬아의 세계에서 공화국, 전제왕권, 공국, 귀족주의, 신성왕국, 연합국 등의 정치 체제가 있고 인물들은 그 국가의 관념을 받아들이기도 혹은 거부하기나 무시하기도 한다. 각자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싸우고 여기서 다시 각자의 선악이 갈린다.


#성장모험기의 즐거움

그 어떤 인물도 완벽하지 않다. 존경받는 인물도, 위대한 영웅도, 고귀한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약점과 과거가 있다. 미숙한 성장기의 소년소녀들은 더 할 것이다. 그들은 질투, 원망, 동경, 신념, 믿음, 사랑, 경쟁심, 불안의 마음을 품고 있다. 주인공 보리스와 조슈아의 시작과 끝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테이터스로 보여주지는 않아도 그들이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며 책임질 때 느낄 수 있다.

이들을 둘러싼 주위 인물들 역시도 얽히는 과정에서 처음의 만남과 달라지는 과정을 보면 즐겁다. 1부만 살짝 말해보면 나우플리온은 자유로워졌고 이솔렛은 솔직해졌다.


#음악적 소양

보리스는 분명 전사 포지션이지만 달의 섬에서 이솔렛을 만나 신성찬트라는 음악을 배운다. 조슈아는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예술에 조예가 깊을 것이다. 특히 공연예술을 사랑하며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 연출, 안무, 노래 등을 담당한다. 2부는 다양한 장면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부분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작품을 참고했는지, 원래부터 이쪽을 잘 알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형식’을 갖추고 진짜처럼 공연을 재현한다. 실제로도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움은 전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스며든다. 찬트는 보리스의 마음을 표현했고 공연은 데모닉의 사건을 진행시켰다.

*

여기까지가 1, 2부를 통해 맛보았고 3부에서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아마도 3부에서는 다음의 4가지 키워드가 추가될 것이다.


#성인이 된 인물들
#본격적인 격동의 시대 + #갈등과 대립, 협력과 대척
#새로운 주인공 이스핀과 기존 주인공 막시민의 케미


19살과 20살의 경계에 선 이들은 2부의 끝에서 2년 동안 휴식을 취했다. 위에서 이미 말했듯 어느 정도 세계관과 인물들이 소개가 된 시점에서 남은 것은 이전보다 더 큰 사건들이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국가 단위, 어쩌면 세계 단위의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3부 1권에서 실제로 암시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 샤를로트, 혹은 이스핀은 2부의 인물 막시민과 함께 3부의 공동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새로운 주둥아리  날카로운 케미를 벌써 보여주었다. 이스핀으로 대표되는 낯선 세상과 막시민이 대표하는 익숙한 세상의 만남은 1부와 2부를 이미 읽은 독자든, 이제 3부와 함께 전작을 접하게 될 독자든 상관없는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3부는 금박 입힌 오래된 책을 여는 느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지라는 연재 플랫폼의 영향인지,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신선함 때문인지 막 잉크를 묻힌 새 책 느낌이 난다.



+보너스

#진짜 음악

<룬의 아이들>은 ‘테일즈 위버’라는 게임으로 재탄생하면서 엄청난 명곡을 탄생시켰는데..

바로 ‘reminiscence’다. 이외에도 게임 OST 상당수가 아련하면서도 듣기 좋은데, 이번에 3부를 기점으로 새로운 에피소드가 열리면서 또 다른 곡들이 나왔다. 일단 ‘reminiscence’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다른 곡들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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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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