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르가 스포인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도서]

로맨스는 아닙니다.
글 입력 2018.11.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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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늘해지니 왠지 따뜻한 카페에서 소설이나 한 권 읽고 싶은 늦가을입니다. 아니, 초겨울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얼마 전 아침 기온이 0도를 찍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추운 날엔 역시 가슴 설레는 연애소설을 읽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영화도 정통 멜로, 로맨스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설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추리물, 역사 판타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드릴 <나를 보내지마> 역시 장르가 로맨스는 절대 아닙니다. (로맨스 요소는 물론 있습니다. 로맨스 요소가 없는 소설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나를 보내지마>: 장르가 스포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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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는 화자인 캐시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간병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기증자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31살인 캐시의 회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후 캐시의 어렸을 적, 청소년 시절, 성인이 된 이후 순으로 전개됩니다. 소설은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토미, 루스, 그 외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지냈던 시절, 이후 코티지로 옮겨 생활하던 시절, 간병사가 되어 일하던 시절을 거치며 중간중간 현재의 이야기도 끼어듭니다.


소설은 철저히 캐시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다른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별로 무리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통찰력과 이해력이 뛰어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청춘 성장물 혹은 청소년 순정물인 줄 알았던 <나를 보내지마>였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놀라운 ‘진실’이 천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


설마, 설마 하며 의심하던 순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툭 던져지고 지나가버리는 진실에 깜짝 놀라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나를 보내지마>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장르 자체가 스포인 소설이죠.




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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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는 제가 이 소설로 처음 접하는 작가였습니다.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이 되던 때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고,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간에 대한 심오한 탐구가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큰 특징이죠. 이후 그는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5년 발표한 <나를 보내지마>가 그의 대표작인데요. <나를 보내지마>는 <타임>지의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소설로 전미도서협회 알렉스상, 독일 코리네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이후로도 그는 여러 작품을 써내며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2017년에는 드디어 ‘프란츠 카프카와 제인 오스틴을 섞은 듯한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나를 보내지마>는 제가 작가와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우연히 읽게 된 소설이라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더 큰 충격으로 남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



소설을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팁 아닌 팁을 알려드립니다.



1. ‘Judy Bridgewater’의 ‘Never let me go’ 들어보기

<나를 보내지마>의 부제이기도 한 ‘네버 렛 미 고’는 실제 존재하는 노래의 제목입니다. 노래와 소설이 큰 연관은 없지만 후렴 부분을 한 번 들어보시면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소설에서 ‘네버 렛 미 고’를 부르는 캐시가 좀 더 머릿속에 잘 그려질 것이고, 캐시의 마음을 좀 더 잘이해할 수도 있고, 그리고 나중에 교장 선생님이 이 노래를 부르던 캐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도 있겠죠.





2. 읽기 전에 리뷰를 찾아보지 말 것

사실 이 책은 뒤 표지부터 어마어마한 스포가 딱! 나와있는데요(민음사 출판사의 2009년 버전을 읽었습니다). 저는 책 뒤 표지를 소설을 거의 다 읽었을 때 확인해서 다행히 내용을 알기 전에 스포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웬만하면 책 리뷰나 정보를 보지 않고 책을 완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엄청난 반전(반전이라고 칭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이 천천히 떡밥으로 풀리기 때문이죠. 성장물이라고 하기엔 중간 중간 어색하게 튀어나오는 어울리지 않는 용어, 가끔 느껴지는 기시감에 긴장하다가 예고도 없이 진실이 드러날 때 느껴지는 충격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3. 드라마/영화로도 리메이크 됨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동명의 드라마/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드라마 <나를 보내지마>는 일본 유명 여배우 아야세 하루카가 캐시로 나오는 10부작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책의 부제였던 <네버 렛미고>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2010년에 개봉했습니다. 앤드류 가필드,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만큼 평점도 괜찮은, 소설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저는 사실 드라마와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았습니다.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와 반전을 느낄 수 있었고, 생명에 관한 심오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설, 드라마, 영화 모두 각각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본인이 끌리는 어떤 형식으로 이 스토리를 접해도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성큼 다가온 겨울, 읽기 좋은 책



<나를 보내지마>는 가볍게 읽고 웃어넘길 소설은 아닙니다. 실제로 전혀 ‘재미’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다만 ‘흥미’ 있는 소설이죠. 처음 몇 장은 지루한 간병사 얘기, 왠지 고아인 것 같은 꼬마들의 유치한 얘기만 나와서 솔직히 읽기 싫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일반인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의 싹이 피어나는 순간, 읽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나를 보내지마>는 숨겨진 진실이 궁금해서 하루만에 읽어버리게 되는 소설, 인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정서적 소설,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소설입니다. 날도 추운데 카페에서 좀 있어보이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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