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하나뿐인 패트로누스, 해리 포터 [영화]

10년 전과 지금의 해리 포터
글 입력 2018.11.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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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DX로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관람했다. 10번도 더 넘게 보아 대사까지 모두 외울 지경이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흘러나오는 웅장한 주제곡에 또다시 마음이 설레었다.


프리벳 가에서 가로등 불빛을 모으는 덤블도어, 해그리드를 따라 다이애건 앨리에 첫발을 디디는 해리 포터, 마법사 체스를 두는 해리와 론의 모습까지 이미 알고 있는 장면이었지만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 포터를 처음 접했던 12살의 내 모습도 그랬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을 끼고 살면서 내게는 언제쯤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가 날아올까 기대하며 잠들던 나날들. 입학 통지서를 받지는 못했지만, 해리 포터의 주제곡을 들으며 그림 같은 꿈을 꾸던 그때의 밤은 아직 내게 생생하다. 10번도 넘게 본 장면에 마음이 설레고, 수백 번을 들었을 주제곡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어쩌면 해리 포터가 12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공통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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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나는 해리 포터를 알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아이로 살던 해리가 어느 날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받고 마법사가 된 것처럼, 나도 사실은 호그와트 입학 명단에 올라 있는 마법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고 잠들기 전에는 항상 올빼미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건네주는 상상을 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산타 할아버지를 믿었던 것처럼 해리 포터가 어딘가 실제로 있을 거라고 믿었고 내가 호그와트에 다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만큼 순수하게 해리 포터를 좋아했고, 해리 포터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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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해리 포터의 세계관을 전부 철석같이 믿었지만,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보게 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리 완벽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3인방은 다른 동기 없이 순수한 정의감과 용기만으로 트롤과 머리가 3개 달린 개, 실제 칼로 상대를 부수는 마법사 체스판을 뚫고 거침없이 마법사의 돌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덤블도어는, 해리가 볼드모트에게 대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해리를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치 용감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권선징악적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허무한 결론이다.


볼드모트가 세상을 누비며 수많은 마법사를 학살하고 다닌 시대에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가 해리네 가족 하나뿐만은 아닐 텐데,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해리 포터와 함께 커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의문은 한둘씩 늘어갔고,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허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인 ‘살아남은 아이’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 해리 포터의 이야기는 내 안에서 전보다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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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해리포터 테마파크
 


해리 포터 영화의 CG는 낡았고 원작의 스토리는 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해리 포터 카페나 테마파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팡이, 망토, 노트와 같은 굿즈를 구입한다. 호그와트 성과 다이애건 앨리를 재현해놓은 테마 파크에 갔을 때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았던 기억이 있다. 해리 포터에 한해서는 머리보다는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 그저 해리 포터니까 사게 되고, 보게 되고, 듣게 된다.


내게 해리 포터는 낡고 오래됐지만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이 닿을 수 없는 ‘패트로누스’ 같은 작품이다. 인물 설정이나 CG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 영화 한 편이면 해리 포터를 보고 온 마음을 다해 꿈꾸며 설레어 하던 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수많은 어른이 여전히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것 역시, 어릴 적 해리 포터를 통해 꾸었던 순수한 꿈이 아직 마음 한편에 패트로누스처럼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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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상상이나 꿈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감당해야 할 많은 것들에 지치고 바라는 것이 많아 순수한 꿈과 상상만으로 하루하루가 설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언제나 그랬듯 해리 포터를 찾게 될 것 같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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