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하는 스누피] 익숙한 낯선 냄새

어릴 적 코끝을 스치던,
글 입력 2018.11.1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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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 때는 집-학교를 반복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걱정이 많으신 어머니께서는 내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달려오길 바라셨고,
부모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6교시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일탈은 있었다.
며칠에 걸친 중간고사가 끝나면
친구들과 엄마 몰래 노래방을 갔는데,
하루는 옆 동네의 노래방 가격이 무지 싸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시내버스를 탔다.

처음 타보는 시내버스, 처음 와보는 동네, 처음 노는 풍경.
설렘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 친구들과 버스에서 내리면,
코끝을 살짝 스치는 쇳내 비슷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신기하게도 그 냄새는 그렇게
어떤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나를 마중 나왔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 공부 학원, 미술학원만 가기도 짧은 하루가 반복됐고,
그 냄새를 느끼는 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마침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소풍으로 놀이공원을 가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도,
낯선 쇳내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학에 와서는 아예 그 냄새의 존재를 잊고 살았는데,
며칠 전 그 쇳내가 안부를 전하듯 코 끝에 스쳐 지나갔다.

그냥 학교 과잠바를 입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다
잠시 밖에 나와 바람을 쐤을 뿐인데,
그 설레는 냄새는 나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내 안부를 전하기도 전에 그 냄새는 사라져버렸고,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냄새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렸을 적 느꼈던 그 설렘을
아직도 갖고 있던 것일까?
그래도 재밌는 일이 있을 거라고,
기다려보라고 잠깐 귀띔 해주었던 것일까?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물어보고 싶다.
언제 또 찾아와줄 것이냐고.

*
*
*

[illust by 예연, 작가 이야기]
일상이 설렘으로 바뀌는 꿈만 같은 순간인 걸까요?



전예연.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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