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08. 그리스

We got to be what we feel! (느끼는 대로 행동해!)
글 입력 2018.10.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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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Number)
: 작품에 수록된 개개의 음악적 분류
작품을 구성하는 곡 하나하나







NUMBER 08.
그리스
Gr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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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작사/작곡: 짐 제이콥스(Jim Jacobs)
& 워렌 케이시(Warren Casey)
안무: 페트리샤 버치(Patricia Birch)_브로드웨이(1972)
로나 케이(Ronna Kaye)
연출: 탐 무어(Tom Moore)_브로드웨이(1972)
가이 바릴(Guy Barile)
  




지나온 십대만큼 혼란한 시절이 있을까.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추억이 난무하지만, 터질 것 같은 감정의 도가니 속에서 나조차 나를 모르던 그때의 우리는 매 순간에 충실했다. 다신 오지 않을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하이틴물은 그저 하이틴만을 위한 게 아니다. 우리는 그로부터 잊고 있던 젊음과 열정을 추억하고 또 동감한다.

하이틴로맨스의 대표작인 뮤지컬 <Grease>(그리스)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미국 10대 사이를 주름잡았던 그들의 문화를 무대 위에서 재현한다. 제목의 “Grease”는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기름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렇게 완성한 머리를 특징으로 했던 당시 10대 하위문화의 산물인 “Greaser”을 연상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무리, 티버즈(T-Birds)가 곧 노동자계급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Greasers이기 때문이다.

1971년 시카고에서 초연을 거치고 1년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그리스>의 넘버는 로큰롤(Rock ‘n’ Roll)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댄스파티, 라디오, 디스크자키, 자동차 극장을 비롯해 거침없이 흥이 나는 노래와 안무는 순식간에 관객을 추억 여행으로 이끈다.

작품은 곧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와 올리비아 뉴튼존(Olivia Newton-John)이 주연을 맡아 연기하며 엄청난 히트를 거뒀다. 70년대가 표현한 50년대의 매력이 잘 표현된 영화 <그리스>의 인기는 원 뮤지컬작품의 넘버 일부를 영화 OST로 대체하고, 남자 주인공 무리의 이름을 Burger Palace Boys에서 영화의 T-Birds로 변경시킬 정도로 대단했다.






#1 꿈 같았던 너와의 시간,
Summer Nights”(그 여름밤)
_샌디(Sandy), 대니(Danny), 티버즈(T-Birds), 핑크 레이디즈(Pink Ladies), 다 같이(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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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의 첫날, 주인공 대니 주코(Danny Zuko)샌디 덤브로스키(Sandy Dumbroski)는 각자의 친구들에게 여름 바닷가에서의 설레는 만남을 말해준다. 하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샌디가 순수한 마음으로 수줍게 대니를 설명하는 반면, 대니는 사실을 부풀리며 허풍을 떠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넘버가 끝나고 둘은 마주치지만, 대니는 친구들 앞에서 샌디를 별 것 아닌 상대처럼 무시하며 상처를 준다.

“Summer Nights”의 무대는 중앙을 기점으로 대니가 속한 티버즈와 샌디가 전학 첫날 사귄 무리인 핑크 레이디즈(Pink Ladies)로 나뉜다. 이 두 무리는 나름의 이미지로 각자 강하게 결합해 있는데, 그 자체로 비교를 이루며 특별한 에너지를 형성한다. 티버즈는 하나같이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맞춰 입고 기름 발린 머리를 쓸어 올리며 소위 “남자다움”을 과시한다. 반면, 핑크 레이디즈는 전학생 샌디를 제외하곤 단발의 파마머리, 잘록한 허리를 드러내는 긴 치마 등 제각각 당시 유행 스타일로 꾸민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자극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이성은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다. “Tell me more! Tell me more!”를 외치는 친구들은 한 마디 한 마디에 열정적으로 반응하며 무대를 끝없이 고조시킨다. “Summer Nights”가 갖는 시끌벅적하고 한껏 흥분된 분위기와 경쾌한 느낌, 로큰롤의 거장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연상시키는 변화폭이 크고 거침없는 안무, 그리고 빠른 움직임의 전환이 주는 만화(cartoon)적 이미지는 곧 <그리스> 전체를 아우른다. 넘버에서 드러나는 내용 및 형식적 특징이 해당 문화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솔직하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다른 뮤지컬에 비교해, 대사를 안무 및 표정에 1:1로 대입해 표현하는 것에 더욱 충실하다. 즉, 한 가지의 마음을 한 가지의 방법으로 나타낸다. 유독 과장되고 유난을 떠는 듯 보이는 연기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힘을 더하며 그렇게 무대를 그들 자신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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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SANDY)

Summer days driftin' away
To uh-oh those summer nights

여름날은 지나가 버렸지
오오 그 여름밤들

티버즈(T-BIRDS)

Tell me more, tell me more
Did you get very far? 

더 말해줘, 더 말해줘
어디까지 갔는데?

핑크레이디즈(PINK LADIES)

Tell me more, tell me more
Like, does he have a car?

더 말해줘, 더 말해줘
아니, 걔 차는 있대?





 

#2 상처는 괜찮아,
“There Are Worse Things I Could Do”(더한 것도 할 수 있어)
_리조(Riz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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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레이디즈의 리더인 리조(Rizzo)의 솔로곡이다. 남들이 자신을 뒤에서 욕하는 것 따위 신경 안 쓰는 듯 보이는 리조이지만, 사실 그녀 또한 상처를 받고 있었으며, 이를 괜찮은 척하고 애써 묻으려 했음이 드러난다. 또래보다 남자관계에 있어 조숙한 그녀는 단순해 보이는 그들을 이야기하며 복잡한 심경을 노래한다. 1부에서 “Look at Me, I’m Sandra Dee”를 부르며 자신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샌디를 우스꽝스럽게 비웃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샌디가 핑크레이디즈에 속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리조는 마치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에 속하는 데 갈등을 경험하는 듯 보인다.

남자친구인 티버즈의 케니키(Kenickie)와도 싸우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등 내숭이라곤 전혀 없는 그녀지만, 임신 문제가 닥치자 애써 감춰온 불안정한 정서가 여실히 드러난다. 리조는 해당 넘버를 통해 속마음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작품은 가장 성숙하고 강인해 보이던 그녀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부여함으로써 십대의 성장통을 강조한다.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는 가사에서 약한 모습을 감추려는 리조의 자존심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런 자존심을 품기도, 모르는 척하기도 어려운 그녀에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저 괴로움일 뿐이다. 넘버는 리조와 같은 십대 청소년의 분출할 길 없는 먹먹함을 전달한다. 이때, 샌디는 차가웠던 리조의 벽을 허물며 부분적으로나마 그녀의 마음을 보듬는 역할을 하며, 이것을 계기로 리조는 샌디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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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RIZZO)

I don't steal and I don't lie, but I can feel and I cry
In fact, I'll bet you never knew, but to cry in front of you
that's the worst thing I could do

난 훔치지 않고 거짓말도 안 해. 하지만 나도 느낄 수 있고 또 울기도 해
넌 절대 모르겠지만, 네 앞에서 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최악이야







#3 화끈한 메이크오버 그리고 해소,
“You’re the One That I Want”(내가 찾던 그 사람)
_대니(Danny), 샌디(Sandy), 다 같이(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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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대표곡인 “You’re the One That I Want”는 앞서 언급한 영화판 OST 중 하나다. 이 곡은 큰 인기를 끌며, 이후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에서 오리지널 넘버이자 엘비스 프레슬리의 “All Shook Up” 모방 곡인 “All Choked Up”을 대체하게 되었다. 이로써, 샌디의 변신에 따르는 전개가 음악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사뭇 다르게 연출되었지만, 시대를 풍미한 느낌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리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듣기만 해도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뮤지컬 <그리스>의 음악적 특징은 발표와 동시에 그 독보적인 성공 요인이 되었다. 작품을 처음 구상해 작업에 착수한 짐 제이콥스(Jim Jacobs)는 당시 브로드웨이 가의 흐름을 뒤집을 무언가를 원했고, 그렇게 그가 선택한 1950년대 배경의 로큰롤과 디스코 컨셉은 예상대로 뮤지컬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그가 전면에 세운 색다른 컨셉은 많은 관중에게 향수를 일으키며 유쾌한 경험을 선물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짐 제이콥스 본인이 10대 시절 greaser였으며, 리바이벌을 거치며 변형된 바가 있지만, <그리스>는 그가 직접 피부로 느끼며 열광했던 과거의 순간이 무대로 구현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You’re the One That I Want”는 핑크레이디즈 및 티버즈와 어울리지 못하던 샌디가 완벽한 메이크오버(make-over)를 통해 그야말로 ‘greaser queen’이 되어 등장하는 넘버다. 샌디는 이제껏 일관했던 소극적이고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한순간에 거침없이 대니를 휘어잡는 뇌쇄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혹자는 샌디가 무리와 어울리게 되고 대니와의 갈등까지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한 것이 결국 그녀의 대대적인 메이크오버라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정과 사랑을 쟁취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유행과 또래 관계에 민감한 청소년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과연 이보다 현실적인 해결법이 있을까? 이들은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10대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장을 강요하는 것만큼 강압적인 것은 없다. 친구들이 속한 세계의 일부가 되는 데 성공한 샌디의 용기와 노력에 보다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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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DANNY)

I got chills. They're multiplyin', and I'm losin' control
Cause the power you're supplyin'
It's electrifyin'

아찔해. 소름이 막 돋아. 미쳐버릴 것 같아
지금 네가 내뿜는 그 힘 때문에 말이야
너무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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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리스> 넘버 리스트
(2007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


PART 1

1. Prologue – Instrumental
2. Grease* – Company
3. Summer Nights – Sandy, Danny, T-Birds, Pink Ladies, Company
4. Those Magic Changes – Doody, T-Birds, Ensemble
5. Freddy, My Love – Marty and Pink Ladies
6. Greased Lightnin' – Kenickie, Danny, T-Birds, Boys
7. Rydell Fight Song – Sandy and Patty
8. Mooning – Roger and Jan
9. Look at Me, I'm Sandra Dee – Rizzo
10. We Go Together – Company

PART 2

11. Shakin' at the High School Hop – The Company
12. It's Raining on Prom Night – Sandy and Jan
13. Born to Hand Jive – Vince Fontaine and Company
14. Hopelessly Devoted to You* – Sandy
15. Beauty School Dropout – Teen Angel and Female Angels
16. Sandy* – Danny
17. Rock 'N' Roll Party Queen – Doody and Roger
18. There Are Worse Things I Could Do – Rizzo
19. Look at Me, I'm Sandra Dee (Reprise) – Sandy
20. You're the One That I Want* – Danny, Sandy, Company
21. We Go Together (Reprise) – Full Company


*: 영화 <그리스>(1978)의 OST로서 인기를 끌어, 후에 원작에 삽입된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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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한없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의 뮤지컬이다. 특히 주연 말고도 조연 한 명 한 명을 조명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점이 이를 더한다. 두디(Doddy)의 “Those Magic Changes”, 마티(Marty)의 “Freddy, My Love”, 로저(Roger)의 “Mooning” 등은 캐치(catchy)한 멜로디와 더불어 각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이처럼 재기발랄한 10대의 에너지가 넘치는 로큰롤 뮤지컬 <그리스>는 언제까지나 사랑받을 젊음의 공연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각자의 성장통과 어린 날의 무모함, 작은 것에 집착하고 열중하던 날들을 이번 작품을 통해 꺼내 보며 추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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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공적인
뮤지컬 입문을 위한 가이드
NUMBER

문을 두드리는 용기를 응원합니다
Knock,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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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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