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영화 앙
글 입력 2018.10.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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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찜해놓은 영화 앙을 봤다. 매사 의욕이 없는 센타로는 학생들의 대화 소리가 시끄럽게만 들린다. 벚꽃 날리는 어느 봄에 달콤한 냄새를 맡고 도쿠에가 찾아온다. 그녀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며 여기서 일해도 되냐고 묻지만 센타로는 거절한다. 도쿠에의 팥을 맛보기 전까지. 단 걸 좋아하지 않는 센타로는 안 좋은 일로 큰돈을 빌려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도라야끼를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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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에의 팥을 보고 같이 일하기로 한다. 도라야끼에 쓰던 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팥이었다. 그래서 빵과 팥이 따로 놀고 아쉬운 맛이 났던 것. 11시에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해뜨기 전부터 팥을 만들기 시작한다. 팥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천천히 저어주고 당과 만나는 시간을 주고 뜸 들이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팥 향을 맡는 도쿠에 할머니의 표정이 너무 좋다. 팥이 여기까지 온 과정을 잘 들어줘야 한다는 도쿠에 할머니는 감정적이다. 어릴 적 국어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나병에 걸려 이루지 못했지만. 우린 자유로우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라고 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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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도쿠에 할머니가 왜 이곳에서 일하고 싶었는지. 도쿠에 할머니는 나병에 걸려 갇혀 살아야 된다는 걸 인정하고 슬픈 눈을 한 것처럼 센타로 눈에서 그런 눈을 봤다고 한다. 센타로도 자신의 삶이 답답하고 무료하다고 느꼈겠지. 단 걸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운영해야 하고, 사모님 조카와 일해야 되며, 자기 뜻대로 가게를 운영할 수 없기도 하니까. 하지만 할머니는 우린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메시지를 통해 매일 담배만 태우던 센타로는 큰 목소리로 "도라야끼 사세요"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밝고 환하게.

영화 중간마다 흔들리는 나무를 보여준다. 바람이 나한테 온 듯했다. 이대로 바람을 느끼고, 꽃을 보고, 친구와 가족을 보며 내 삶을 살아도 될 것 같다. 편안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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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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