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스페인,맑음] #3.스페인행 비행기 안에서

글 입력 2018.10.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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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28. 비 온 뒤 맑음
스페인행 비행기 안에서



17시간의 비행 중 첫 30분은 매우 설레고 그 후 2시간 정도는 편안하나 이후부턴 그 시간이 꽤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루함을 달래줄 요량으로 들고 온 책 한 권, 여권과 필요한 서류 및 환전한 돈을 담은 소중한 가방을 끌어안고 잠을 청해보았으나 긴장한 탓인지 잠은 안 온다. 옆을 보니 한 아이를 데려오신 아주머니가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무언가를 재미있게 보고 계신다. 승객들은 빨리 자라고 비행기 불도 다 꺼졌기에 개인 등을 켜고 우선 가져온 책을 펴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인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 '내게 무해한 사람'. 본래 단편 소설은 즐겨보지 않았던 내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신작이라 평도 별로 없는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스페인 가는 길까지 가져온 것은 오로지 최은영 작가님이 쓴 소설이기 때문이었다.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쇼코의 미소'라는 책 덕분이었다. 분명, 이는 소설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느낀 감정 하나하나가 나의 감정같이 느껴졌고 또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상당한 위로를 받았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넘긴 책장에는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하는 순간 읽기에는 조금 무거운 마음들이 담겨 있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코를 너무 많이 훌쩍이게 되어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좀 밝은 책이나 들고 올 걸 왜 이런 책을 들고 왔을까.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잠시 책을 덮을 수 있는 단편 소설의 이점을 느끼며 이번에는 영화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 목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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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기 전 정말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던 영화 '미드나잇 선'이 눈에 띈다. 역대급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길래 손발이 오그라들 준비를 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근데, 오그라들기는커녕 가슴이 아프다. 희귀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남몰래 사랑했던 남자 주인공을 만나 서로 마음을 깨닫지만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이번엔 코를 훌쩍이는 정도론 안되길래 슬쩍 주변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옆에 앉은 아주머니도 슬픈 장면을 보고 계신지 눈가가 촉촉하셨고 주변은 어둡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비행기에는 유난히 슬픈 영화가 많은 것일까 아님 내가 평소와 달리 별거 아닌 것도 슬프게 느끼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나는 마땅히 울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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