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이 된 동물, <사피엔스> [도서]

글 입력 2018.10.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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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을 간략하게 소개할까 한다. 책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어떻게 약 10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역사를 찬찬히 훑는다. 즉, 어떻게 1,700명도 안 되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수많은 종을 멸종시켰고, 오늘날 신의 영역까지 넘보는 동물이 되었는지 분석한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역사를 세 가지 혁명으로 나누어 풀어낸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만 년 전, 사피엔스는 하찮은 동물이었다. 그리고 당시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아 있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사피엔스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게 아니라 그때는 최소 6종의 인간이 지구에 공존했다! 근데 지금은 사피엔스 한 종만 살아남았다. 어떻게 된 걸까?


위 질문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오늘날 다양한 여우의 종류가 지구에 동시에 사는 것처럼 인간도 똑같았다. 왜 이 간단하고 당연한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까? 직선적인 진화 모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지금 내가 이렇게 낯설어하는 이유는 이 비밀을 우리 인류가 스스로 숨겨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만이 유일한 인류라는 생각을 깨는 대목이었다.




똑똑해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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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종족 종류>
 


그럼 우리의 형제자매들은 다 어디 가고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인지혁명 덕분이었다. 인지혁명은 약 7만 년~3만 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사피엔스는 더 똑똑해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를 촉발했는지 잘 모르지만, 더 똑똑해진 그들은 가는 곳마다 다른 인간종들과 동물 종들을 몰아낸다.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했고, 전설, 신화, 종교와 같은 허구도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언어능력,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지니게 되면서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유례없이 커진 힘은 확실하진 않지만 수많은 살상을 냈으리라 예측된다. 사피엔스 외의 모든 인간종은 심각한 인종청소를 당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약 1만 년 전부터 지구엔 사피엔스만 남게 되었다.




많아진 인간


 

사피엔스를 또 한 번 혁명시킨 것은 바로 농업이었다. 기원전 9,500년부터 사피엔스는 수렵 채집인의 삶을 버리고 식물의 작물화, 동물의 가축화를 하며 정착하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삶은 더욱 안정화된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렇다. 수십 종의 먹을거리에서 단 하나의 주식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피엔스의 생존은 더욱 힘들어졌고, 불안정해졌다. 식량 생산이 급증한 건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인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농사가 실패하면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죽어갔다. 농업혁명은 더욱 많은 사람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얼마나 단순하게 인류 역사를 바라봤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인간 종의 진화는 성공한 건 사실이다. 어떤 종의 진화는 개체수가 얼마나 많아졌는지로 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간은 농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에 종속되었고, 집단에 종속되었다. 개개인에게 돌아간 이익은 하나도 없었다.


또한 하라리는 농업혁명의 최대의 피해자로 가축화된 동물들을 지목한다. 산란용 닭, 젖소, 짐을 끄는 동물. 인간은 ‘이들의 자연적 본능과 사회적 유대를 파괴하고 공격성과 성적 특질을 억누르고 행동의 자유를 빼앗아야 했다.’ 사냥해서 죽이는 것이 아니다. 가축을 길들이는 잔인한 예들을 굳이 들지는 않겠다. 다만 오늘날 세계에는 10억 마리의 양,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 이상의 소, 250억 마리 이상의 닭이 존재한다. 이 동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에 의해 끝없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신이 되려는 인간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으로 인해 개체 수가 늘어났고, 신화를 만들어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의 역사는 그나마 좀 익숙한 것들이다. 집단으로 살기 위해 그들은 돈, 법, 국가, 제국, 종교를 발전시켜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과학혁명을 일으켰다. 기원후 1500년부터 약 500년간 놀라울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고, 인간의 힘은 경이적으로 커졌다. 그 과학의 역사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하라리는 말했다.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찮은 동물이었던 사피엔스가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멸종시킬 수도, 지구를 멸망하게 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신의 힘이 인간의 손에 쥐어졌다. 이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유발 하라리가 지금 이 시기에 인간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꼭 한번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쉽고 재밌으면서도 역사와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지닌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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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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