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7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
글 입력 2018.10.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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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7



선정 및 정보 제공 - 출판저널



<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는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를 통해 책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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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예민함이라는 무기

숲 사용 설명서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욕망의 발견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프랑스 학교와 교육철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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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우리의 윤리적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물음표 앞의 문장에서 읽는 사람 모두를 멈춰 서게 하는 이 질문은 실제 2013년 프랑스 고등학교졸업 자격 시험인 철학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항이라고 합니다.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취지가 아닌 한 인간의 세계관을 묻는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는 자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넘어 어느새 시험 날이면 출제된 질문이 전 세계 신문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지요.


언제부터인지 철학 바칼로레아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보며 프랑스에서는 도대체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삶의 연륜이 켜켜이 쌓인 어른도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일까? 철학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온 것일까? 아니면 남다른 교육시스템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준비하도록 가르치는 것일까?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날카로운 사유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유명한 저자 목수정 선생님과 너무나도 매력적인 선생님의 딸 칼리, 그리고 프랑스 학교의 일원들인 학생,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간 프랑스 학교와 교육철학 이야기들이 담긴 책입니다.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프랑스 교육은 그간 외국의 교육시스템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나 연구자들의 논문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외국의 교육 이야기가 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할 만큼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프랑스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특색뿐만 아니라 저는 책 안에서 목수정 선생님이 경험하는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식 경쟁교육시스템에 익숙한 엄마이자,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는 목수정 선생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딸 칼리를 키우며 경험한 문화적 차이의 기록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통해 목수정 선생님이 프랑스 문화에 조금씩 젖어드는 모습은 선생님께서 엄마와 양육자로서, 그리고 프랑스 시민의 일원으로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놓치지 않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 그 안에서 경쟁과 서열 없이 행복하게 공부하며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부모, 사회가 흔들릴 때마다 거리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으며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평등·박애’를 직접 실천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사실 한국에서 학교는 힘들고 괴로운 곳으로 기억될 때가 많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지나친 서열화가 끊임없이 긴장을 만드니까요. 만약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이 행복하다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목수정 선생님은 프랑스 아이의 성장을 전하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이 원하는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냐고.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냐고.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가 우리가 그 질문에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강혜진 생각정원 기획편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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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이라는 무기





 예민한 성격을 가진 저자의 오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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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교동의 한 유명한 중국집에서 독일의 관계 심리학자로 유명한 롤프 젤린에 대해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 나눈 게 기억난다. 외서를 펴내다 보면 저작권 계약을 중개해 주는 에이전시와도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당시 오퍼를 넣었던 롤프 젤린의 책이 계약 승인되어 에이전시 담당자(대표)와 기념하여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자장면과 탕수육 등등을 앞에 놓고 롤프 젤린의 이력과 국내 소개되어 그해 베스트셀러로 판매된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름의 기대감을 품고 ‘우리도 잘 만들어보자’ 결의를 다졌던 게 엊그제 같다.


2년이 꼬박 지났다. 그사이 예민함을 주제로 한 여러 책들이 출간되면서 타이밍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로서는 이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하루라도 빨리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2년을 끌어안고서 상반기, 하반기 출간 일정을 논의할 때마다 잊어먹지 마시라고 대표님의 옆구리를 찌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탄생한 《예민함이라는 무기》.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학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내용 자체가 진솔하고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저자 자신의 오랜 분투와 연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이야기 같아서 더 흥미로웠고, 공감했고, 더 열성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독특한 기질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은 타고난 예리한 감각과 지각을 깎아 둥글게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버리기도 한다.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예민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 혹은 예민한 사람에게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이는 예민함이라는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약점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다. 예민함은 불편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아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섬세하고, 신중하고, 남을 잘 배려하고, 독창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종합적인 안목을 지녔으며,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 이런 좋은 재능들을 왜 우리 사회는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고 억누르려고만 할까. 왜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런 좋은 재능들을 강점으로 만들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일까.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강점으로 잘 활용하려면 자신의 지각, 사고, 에너지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말한다.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타인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경계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계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타인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여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지 디자인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디자이너와의 작업이라 궁합이 좋았다. 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충분히 고심했고 디자인에도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앙의 도형을 ‘보석(재능)’이라 칭했는데, 독자들 중에는 신석기 시대의 ‘주먹도끼(생존도구)’를 연상하는 이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그건 각자의 몫이다.



글 양미애 나무생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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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용 설명서





 숲을 누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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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위해 인간은 되도록 그곳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반대로 숲을 더 가까이해야 할까. 자연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이분법적 틀에 갇힌 나에게 이 책은 숲으로 대표되는 자연을 새롭게 보도록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 페터 볼레벤은 세계적인 숲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에서 30년 넘게 생태적 숲을 조성하고 관리해 온 숲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에 소개된 전작 《나무 수업》,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가 숲 생태계의 거주민인 생물들의 감동적이고 절박한 삶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다루었다면, 이번 신간은 그의 전문 분야인 숲과 인간의 작용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책이다.


이 책에서 볼레벤은 숲을 보존한다는 것이 인간의 숲 출입을 막거나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전제한다. 그는 통념과는 달리 우리가 숲을 너무 적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숲에 대한 올바른 감각과 지식을 가진다면 숲은 훨씬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고 인간이 숲을 더 즐겁게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나오는 자원을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생각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숲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관점이 필요하다. 이 점이 바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도이며 그가 숲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수목장림을 조성하거나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숲 체험, 숲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이 가능한 이유다.


인간(의 작용)을 배제한 숲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무가 울창한 잘 가꾸어진 숲은 제대로 된 생태계가 아니다. 이미 인간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토착 생태계가 인공적으로 바뀌었으며 환경 변화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만 삼림을 조성하는 순간 숲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도박에 휘말린다고 경고한다. 숲이 인간의 작용에 맞서 의외의 대응(저자의 표현으로는 ‘진화’, ‘뒤엉킴’)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숲 대부분은 원래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활엽수 잎을 좋아하는 초식 동물로 인한 숲 황폐화를 막고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나무를 심기 위해 숲 소유주들은 침엽수를 심기 시작했고, 그 공간의 구성원들이 완전히 달라지고 침엽수 단일 조림지가 되고 말았다. 단일 조림지는 환경적 위기나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위험 요소를 지닌다.


저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숲에서 실험하고 있는 수목장림 사업이 특히 흥미롭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숲을 제대로 이해하고 숲을 활용하는 법을 찾아낸 결과다. 저자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가 발길을 제대로만 내딛는다면 숲과 그 구성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숲으로 뛰어들어 자연이 주는 크고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 이 사용 설명서의 목적이다.



글 엄정원 위즈덤하우스 인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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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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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전국 곳곳의 책방 애호가들과 함께 도쿄 책방을 여행하던 때였다. 시부야의 한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일행들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책이기에 책 좀 읽는다 하는 일행들이 감동을 받는가 싶어 다가가 보니, 익살스러운 표정의 고양이로 장식된 책을 제각각 손에 쥐고 있었다. 인도의 한 출판사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은 한정판 핸드메이드 책이라는 설명이었다. 우리가 흔히 맡는 것과는 다른 수제종이의 독특한 냄새와 질감,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그림체와 시선을 사로잡는 선명한 색상, 책 뒷면에 붙은 한정판 도서 특유의 시리얼 넘버. 여러 명의 소수민족 예술가들의 그린 각양각색의 고양이를 한 권으로 묶어낸 이 책 《I Like cats》를 통해 전 세계 애서가들과 아티스트가 사랑하는 출판사 타라북스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무들의 밤》, 《물 속 생물들》 등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타라북스의 책을 찾아보며 책 자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80만 부를 찍었다는 《나무들의 밤》의 기록이 납득되는 한편 인도의 자리한 작은 출판사에서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일본 출판계에서 오랜 세월 책을 만들어온 편집자, 디자이너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의 세 저자 노세 나쓰코, 마쓰오카 고다이, 야하기 다몬은 타라북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들은 타라북스 사람들과 동거동락하고 소수민족 예술가들의 마을을 찾으며 질문했다. 출판 시장이 열악한 인도에서 왜 책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며칠이면 책을 완성할 수 있는 기계 인쇄가 아니라 시간도, 공력도 많이 드는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책을 찍는 이유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수민족 예술가들, 카스트제도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오랜 시간 대화하며 책을 만드는 이유와 책을 더 많이 찍으면 매출도 늘릴 수 있는데 회사를 키우지 않고 9개월에 거쳐 천천히 책을 인쇄하는 이유를.


“우리는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직원이 스무 명 정도라면 일을 하며 그들 개개인과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오십 명으로 늘어난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그게 잘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책(일)의 질, 동료들 간의 관계, 일과 사람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게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게 존재하겠다’는 한마디에 타라북스를 향한 모든 질문의 대답이 담겨 있었다. 타라북스가 만드는 ‘아름다운 책’은 외형적인 형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와 가치관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타라북스에 대해 알면 알수록 책 만드는 일에 대한 새로운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대 책의 의미와 가치, 나아가 일과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을 통해 일과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타라북스의 이야기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글 남해의봄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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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발견





 6전짜리 '소확행'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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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서 신간을 쭉 훑다보면 색 없는 책을 찾기 드물다. 표지만큼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좋은 것도 없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이 책이 마주하고 있는 시간은 일제강점기, 서양인쇄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한 때다. 신연활자본(구활자본)이 보급되었으나, 총독부의 출판 통제로 출판사들이 마련한 자구책은 ‘고소설’ 출판이었다.


이 책은 고소설 출판의 흐름이나 책의도(책, 표지, 그림)의 변천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당시 화공이 ‘무엇’을 위해 그 표지를 그려냈는지, 또 당시 독자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그 표지의 책을 골랐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초의 독자이자 비평가 ‘화공’을 ‘독자’와 연결 짓는다. 지금으로 치면, 디자이너나 편집자쯤 될까. 이 책은 화공과 독자의 ‘무엇’을 ‘욕망’이라 부르며, 책의도에 담긴 ‘욕망’을 읽어나간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가지(생리, 안전, 사회(애정), 존경, 자아실현)로 나누고, 앞의 욕구를 충족하면 뒤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의 화공들은 책의도에 어떠한 욕망을 담았고, 독자들은 어떠한 욕망을 충족하고자 한 걸까.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이 가장 욕망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래도 일제강점기니까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인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책의도에 가장 많이 나타난 욕구는 애정이었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이 인간의 욕망마저 뒤집어 놓았다. 실제로 책의도에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가장 적었다.


김기진은 《대중소설론》에서 책의도에 대해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표지에 호기심과 구매욕이 자극”된다고 말했다. 책을 만들면서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 역시 이것이다. ‘당시 독자들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했던 책의도는 현재 우리에게도 유효한가.’


지금도 그렇지만, 책의 내용과 책의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복장을 한 책의도나, 아예 내용을 알 수 없게 상징으로만 채운 책의도도 있다. 《홍길동전》은 15번이나 간행되었는데, 그때마다 책의도가 바뀌었다. 지금으로 치면 리커버북이라고나 할까.


읽었든 들었든 《춘향전》이나 《홍길동전》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위해 기꺼이 주머니 속에서 6전을 꺼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점에 깔린 형형색색의 책표지에 시선을 뺏긴, 충동구매인걸까. 아니면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가능한 행복’이 아니었을까.


여기 소개된 책과 책의도를 보다보면 어쩐지 나도 당시 그들 사이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름이 낯선 책이 나올 때면 줄거리라도 검색해 읽어보곤 한다. 당시 사람들은 검색 대신 옆 집 독서광 아무개 씨에게 물었겠지. “아무개 씨, 그 책 재밌어 보이던데” 이 책도 소확행이 될 수 있을까. 가격은 조금 작지 않지만(?) 확실한 행복쯤은 된다.



글 정필모 소명출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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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증상 뒤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을 이해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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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드는 의사의 책이었다. 책을 담당하게 되었을 땐 걱정이 앞섰다. 원고의 내용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이 책의 중심 주제인 ‘치유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환자의 입장도 의사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치유라는 주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닐까 했다. 그렇기에 처음 원고를 읽은 때부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전체 과정 속에서, 이 책을 이해하려는 일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일을 구분 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자 버나드 라운 박사의 이력은 특별했다. 하버드대학교 심장학 명예교수인 그는 오늘날 심장박동 이상을 치료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심장 제세동기를 발명해 심장 수술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선구자적 인물이다.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책날개에 다 싣지 못할 만큼 의사로서 평화운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현대의학 기술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의사가 단순히 ‘기술자’로 그쳐서는 안 되고 인간을 생각하는 ‘치유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온몸으로 펼쳐온 사람이었다.


그는 치유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현대의학의 경향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현대의학이 치유의 본질과 신념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언뜻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주장이지만, 저자는 40년 넘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진단하며 직접 경험한 다양한 진단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입증해나간다. 고유의 생활습관, 심리 상태, 인생관 등 여러 복합적인 양상이 환자의 증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촉진, 병력 청취, 환자와의 깊은 대화와 교감 등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이라 간주되는 진단법이 환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랜 기간 배우고 훈련하여 익힌 치유의 기술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이에 더해 생명과학이 어떻게 치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노년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는지, 그리고 환자를 위한 유용한 팁에 해당하는 ‘의사를 대할 때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지식들’까지 현대의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사가 갖춰야 할 자세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현대의학의 중심에 다시 인간을 놓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한 노의사의 철학이 담겨있다. 환자의 육체와 마음, 어느 하나 빠짐없이 사소한 것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여 환자와 증상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증상 뒤에 숨은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전력으로 몰두하는 라운 박사의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통찰을 깨닫는 순간이 왕왕 있었다. 그런 때에는 인간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나름의 고민과 성찰을 해보곤 했다. 나에게 이 책을 만드는 작업은 단순히 의사의 글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다시 바라보고 이해하는 훈련과도 같았다.



글 최형욱 책과함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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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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