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쓴 미소는 더 쓴 메시지를 담보한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글 입력 2018.10.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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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쓴 미소는 더 쓴 메시지를 담보한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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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80년, 소시민 김두관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 위해서 억울하게 강도 누명을 쓰게 된 이오구. 이오구는 출소 후 자신이 ‘쪼다’가 아님을 증명받기 위해서 김두관을 찾아가 딱 한 번 만 칼로 배를 찌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얼떨결에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김두관은 고민 끝에 이오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세상에,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저 이모티콘이 너무 생각났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서두에 올리고 만 필자를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처음 저 이모티콘을 본 사람은 "흐미 저 흉측한 것이 뭣이여" 하겠지만, 필자는 이모티콘 시리즈를 보고 한참 웃었다. 허접한 졸라맨에 씌여진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죽창의 절묘한 조화가 웃음 포인트.... 아, 설명하려니 눈물나니까 그만하겠다.


읽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저 이모티콘이고, 그 다음에 생각난건 영화 <황금시대> 중 단편영화인 <시트콤>이었다. 영화는 돈과 권력의 희생자들이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연극 <사랑합니다 고객님>의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는데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칼을 찌를'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장면에서 이런 대사는 아래와 같다.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대충 이런 맥락이었다.

*


"드디어 복수를 할때가 왔구나(그는 칼을 꺼낸다)"

"잠깐만, 우리가 이 사람을 죽이면 정의를 실현하는걸까? 이 사람들도 돈을 받고 철거를 했을거아냐? 대빵을 죽여야지. 이사람들의 대빵이 누구지?"

"어....그래 조폭 대가리가 대빵이겠지"

"그럼 그 조폭 대가리 사람들도 돈을 받았을거 아냐?"

"어.....그 땅을 가진 재벌들이 아닐까? 그럼 재벌들이 대빵이겠지"

"그럼 그 사람들한테 돈을 준건 누구야?"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겠지"

"대통령?"

"대통령을 죽이러가자"

"대통령에게도 대빵이 있을거 아냐?"

"..미국!그래 유엔 사무총장을 죽이면 정의가 실현되는거야"

"유엔 사무총장에게 누가 돈을 줬을거 아냐"

"하나님? 그럼 하나님이 대빵이구나"

"하나님의 대빵은....?"

"아...그건......아!(손뼉을 탁친다)"

"아.........!(알겠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 

지금 다시 보면 다를 수 있지만, 당시 필자가 '하나님의 대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돈이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당연히 권력으로 귀결된다. 필자는 저들의 대화가 아직까지 잊혀지지않는 이유를, 그들이 보이는 '우스꽝스러움'은 그들의 '멍청함'이 아니라 '무력함'에서 기인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들로서는 온 힘을 바친 무력한 꼭두각시 놀이가 그토록 우스꽝스러워보일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는 입맛이 쓴 코미디 속에서 쓰다 못해 고통스러운 현실의 독을 발견하곤 한다. 코미디로 가볍게 흘러들어온 이야기는 소화되어가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필자는 이것이 블랙코미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프리뷰하는 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도 비슷한 이야기다. 연극의 배경이 되는 1980년, 소시민 김두관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기 위해 강도 누명을 쓰게 된 이오구는 감옥에 간다. 상을 받은 김두관은 유명세를 타지만, 같은 시절 만들어진 효도왕, 세금왕, 친절봉사왕 등과 마찬가지로 정권 홍보를 위해 이용될 뿐이다. 이때 감옥에서 출소한 이오구가 김두관을 찾아가 딱 한 번만 배를 찌르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둘의 악연이 이어진다. 두 주인공도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려는 국가 권력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이들은 이 작품은 이용당하는 줄 모르고 이용당하고, 이용당하는 줄 알면서도 이용당한다.


연극의 주제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이미 <처의 감각>과 <손없는 색시>로 신선한 충격을 준 남산예술센터와 익히 이름을 들어온 <상상두목>의 콜라보레이션이니 기대가 몰려온다.


또한 10월 27일(토) 공연 후에는 연극평론가 김미도의 사회로 연출가 최치언과 대화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관심 있거나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분들에게는 꼭 권해드리고 싶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10.25(목) ~ 11.04(일)

시간
평일 7시 반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창작집단 상상두목

제작
남산예술센터, 창작집단 상상두목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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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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