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말없이" 말을 주고 받다 [공연]

같은 공간에서 하나가 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서로'의 이야기
글 입력 2018.10.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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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공간 서로>에서 진행되는 서로 단막극장의 공연이 진행된다. <말없이>, <소꿉놀이>, <그 하루의 꽃>이라는 세 가지 공연이 시간 차를 두고 진행된다. "우리 서로 각자 서로"라는 타이틀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세 가지의 다른 단막극을 준비했다는 점이 굉장히 참신했다.

영화라는 문화예술 분야를 살펴보면, 영화도 하나의 영화 속에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있으나 다른 주인공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 있다. 그걸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를 접한 게, "새드무비"라는 영화다. 4쌍의 커플이 나오고,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차례대로 진행하는 영화였다. 하나의 슬픔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슬픔이 시작되는 그런 전개에 꽤나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서촌공간 서로.jpg
 


서촌공간 서로라는, 가변성있는 블랙박스 무대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 첫번째는 <말없이>이다. 사고를 당해 중증 장애아가 되어버린 아이를 기르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휠체어를 태우고 마라톤에 참여해보고, 등산도 하기도 하며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와 말없이 소통하는 법을 다룬다.

'아이를 낳고 보니 장애인이었다,', '살다가 장애인이 되었다.' '장애란, 불쌍한 게 아니라 다른 거다.' 등 장애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선도 사람마다 다르고, 장애인이 된다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일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장애인이 아닌 것은 아니며, 장애인이라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것. 그 외에 다른 말은 아직 생각이 부족해 조심스러워 다루지 못할 것 같다. <말없이>에서는 장애를 어떻게 표현하고, 정말 말없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말없이>는 10월 25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11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되는, 관계성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는 <소꿉놀이>이다. 자신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 공연 창작자들이 모여서 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성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살아간다'는 사실을 고민하는 것.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누나 또는 동생. 어느 회사의 직원 등 우리는 많은 타이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느라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잊을 때가 많은데 <소꿉놀이>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 다음,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진행되는 세번째 이야기, <그 하루의 꽃>, 이 작품은 특이한 게 작품 내에서도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동성애자와 그 쌍둥이의 다툼, 이혼을 예정한 부부의 마지막 만남, 비정규직 간병인과 부자 고용인의 논쟁 이 세가지의 에피소드에 공통적으로 "꽃"이라는 소재가 등장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꽃의 의미를 말한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나는 식물은 좋아하지만 꽃은 조금 싫어하는 편이다. 전남자친구와 헤어지던 날, 그 사람이 자기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장미를 꺾어왔다며 7송이인가 6송이인가를 줬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돈을 너무 아끼던 사람이라 변변찮은 선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어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꽃을 사다주는 것도 아니고 남의 학교에 핀 꽃을 그대로 꺾어서 여자친구에게 선물한다는 게 너무 괘씸해서 "어머니나 갖다드려"라고 말하고 그 날로 헤어졌다. 원래 정도 별로 없던 사람이었지만 그 일로 없던 정이 그냥 마이너스가 될 때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궁금하다. 꽃을 누가 그렇게 선물하는 사람이 있지? 꽃 한 송이 사봤자 5천원에서 만 원 정도면 될텐데 자기 이어폰은 10만원이나 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사면서 나에겐 천 원도 아까워서 밥 한 번 사주지 않은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너무 싫다.

선물을 하려면 기본적인 준비과정과, 준비를 하면서 그 선물에 담을 마음이 필요하다. 그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마음도, 제대로 된 준비과정도 거치지 않은, 그저 나에게 호감을 사고 싶다는 그런 섣부른 충동만이 가득했다. <그 하루의 꽃>이라는 연극은 오히려 내가 공연티켓을 사서 그 사람에게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뭐, 어쨌든 문화초대를 받고 관계성에 대해서 다 다르게 말하는 세 가지 공연을 다 보고 싶어 욕심을 냈었지만, <말없이>라는 공연에만 초대를 받았다. 어떤 공연이든 "관계"라는 어렵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기에 어느 공연을 보던 무척 많은 생각을 하고,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2018 서로단막극장
- 우리서로각자서로 -


일자
2018.10.25(목) ~ 11.04(일)
2018.11.08(목) ~ 11.11(일)
2018.11.15(목) ~ 11.18(일)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 5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장소 : 서촌공간 서로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
서촌공간 서로
E-Won Art Factory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60분




문의
서촌공간 서로
02-73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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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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