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07. 킹키부츠

Make it up six inches higher! (15센티 높이로 만들어!)
글 입력 2018.10.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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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Number)
: 작품에 수록된 개개의 음악적 분류
작품을 구성하는 곡 하나하나







NUMBER 07.
킹키부츠
Kink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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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작곡: 신디 로퍼(Cyndi Lauper)
연출/안무: 제리 미첼(Jerry Mitchell)
극본: 하비 파이어스테인(Harvey Fierstein)





신사 숙녀, 그리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는 건장한 여장남자가 아찔한 힐을 신고 무대에 섰다. 드랙 퀸(drag queen)이 강렬한 조명을 받는 뮤지컬, <킹키부츠>(Kinky Boots)는 2012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히트작이다. 

제목의 ‘킹키부츠’는 여자처럼 꾸미기를 즐기며 주로 쇼를 위해 화려하게 분장하는 드랙 퀸이 즐겨 신는 신발로, 허벅지까지 오는 긴 길이에 매우 높은 힐, 섹스 어필이 가미된 반짝거리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버건디는 절대 안 되며 반드시 빨간색이어야 한다는 이 부츠는 커다란 ‘K’를 그리며 메인 이미지를 장식한다. 

80년대 팝 아이콘인 신디 로퍼(Cindi Lauper)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그녀는 활동 당시부터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적 역량을 뽐냈는데, 이번엔 주 영역인 팝과 디스코뿐 아니라 발라드를 비롯한 타 장르까지 도전, 빌보드와 토니가 증명하는 브로드웨이 음악가로 성장하였다. 

전체적으로 신나는 톤으로 구성된 넘버를 바탕으로, <헤어스프레이>(Hairspray), <라카지>(La Cage aux Folles)등을 맡았던 제리 미첼(Jerry Mitchell)의 안무와 연출이 더해져 한층 더 쇼(show)적이며 드랙 퀸적인 무대가 완성되었다. 

작품은 영국 노샘프턴(Northampton)에 위치해 3대째 내려오는 신사화 공장, “Price and Sons”를 배경으로 한다. 얼결에 사업을 물려받은 찰리(Charlie)는 우연히 드랙 퀸 스타, 롤라(Lola)를 만나고 ‘킹키 부츠’를 새 상품으로 내걸며 새로운 부상을 계획한다. 






#1 아버지를 벗는다는 것,
“Not My Father’s Son”(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야)
_롤라(Lola), Charlie(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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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남자 롤라는 Price and Sons의 부츠 디자이너로 출근하며 새 환경에 적응하고자 남성용 정장을 입고 나타나지만, 직원들의 불편한 시선에 화장실로 도망치고 만다. 따라 온 찰리와 함께 둘은 각자의 어릴 적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집안 사업으로 구두를 만들어야 하는 찰리와 복싱을 배우며 아버지의 못다 한 꿈을 강요받은 롤라는 어딘지 닮았다. 둘은 함께 “Not My Father’s Son”을 부르며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부담감과 콤플렉스에 억눌린 심정을 공유한다.

넘버는 인물의 고백을 한 마디 한 마디 담으며 차근히 진행된다. 남성의 모습인 롤라는 자신의 실제 이름이 사이먼(Simon)이며, 스스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님”을 아름다운 선율 속에 담담하게 내뱉는다. 그가 전달하는 진솔함의 무게 속에 얼마나 많은 지난날의 고민과 고뇌가 서려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곡이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존중과 애정, 프라이드에 관한 극이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아와 성장 역시 다룬다. 아버지의 죽음과 약혼자와의 이별, 더딘 일 처리에 커지는 불안을 조절하지 못한 찰리는 롤라와 직원들에게 상처를 준다. 혼란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생채기를 내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무대는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찰리와 롤라의 진심 어린 목소리는 각각 2막 끝부분의 “Soul of a Man”과 “Hold Me In Your Heart”에서 최고조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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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LOLA) / 찰리(CHARLIE)

I'm not my father’s son
I'm not the image of what he dreamed of
With the strength of Sparta and the patience of Job
Still couldn't be the one
To echo what he'd done
And mirror what was not in me

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야
난 그가 꿈꾸던 사람이 아니야
스파르타의 힘과 욥의 인내로도
될 수가 없었지
그가 한 것을 따라 할 수 없었어
내 안에 없는 것을 자꾸 비추려 했지







#2 드랙 퀸의 세계로,
“Land of Lola”(롤라의 나라), “Land of Lola(Reprise)”
_롤라(Lola), 엔젤들(Ang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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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Lola”는 작품의 또 다른 대표곡인 “Sex is in the Heel”과 더불어 디스코 장르의 넘버이자, 롤라와 그녀의 댄서 엔젤들(Angels)이 보여주는 화려한 드랙 퀸 쇼이기도 하다. 해당 곡을 통해 관객은 이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발랄한 톤 안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킹키부츠>에서 롤라와 엔젤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당하다. 작품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극의 공기를 형성한다.

찰리와 롤라의 짧은 대화 후 이어지는 “Land of Lola(Reprise)”에서는 마술쇼와 찰리가 공장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는 상황이 교차로 진행된다. 이때 남성 배우들의 드랙 퀸 연기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디스코 비트에 맞게 포즈와 표정을 취하는 모습은 관객이 실제 쇼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드랙 퀸이라는 퀴어 문화를 전면에서 드러내는 것은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와도 긴히 닿아있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즐기며 쇼까지 멋지게 해내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취향은 전혀 숨길 것이 아니며,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당당하게 내보이라는 것만큼 잔인한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공연한 작품에서 호감을 동반해 자주 다뤄지는 것만으로 해당 "환경"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킹키부츠> 극작가 하비 파이어스테인(Harvey Fierstein)과 연출 및 안무가 제리 미첼, 성 소수자를 위한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바 있는 신디 로퍼까지, 이들이 뭉쳐 만든 작품이라면 이에 대한 신중한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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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LOLA) / 엔젤들(ANGELS)

Step into a dream
Where glamour is extreme
Welcome to my fantasy
We give good epiphany
So come and take my hand
And welcome to the land of Lola

꿈속으로 걸어 들어와
황홀함이 극에 달하는 곳으로
내 판타지에 온 것을 환영해
우리는 근사한 깨달음을 주지
그러니 이리 와 내 손을 잡아
롤라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해







#3 컨베이어를 타고 꿈을 꾸면,
“Everybody Say Yeah”(모두들 예라고 외쳐)
_ 찰리(Charlie), 롤라(Lola), 다 같이(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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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세트의 상징이라면 1막의 마지막 넘버 “Everybody Say Yeah”에서 선보이는 컨베이어 벨트 퍼포먼스일 것이다. 작품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하기엔 부족하다.

<킹키부츠>의 무대 연출은 다이나믹하다. 집약적으로 배경을 전개하는 오프닝과 복싱 및 쇼 장면 등에서 드러나듯, 세트가 쉴 새 없이 변하고 활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분리, 합체 및 이동이 자유로운 구도의 변경은 공간 속 다양한 선을 만듦과 동시에 무대 가득 동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빠른 리듬 및 이에 맞춰 신속히 바뀌는 조명이 더해지면서 뮤지컬이기에 줄 수 있는 현장감이 제대로 발휘된다.

단순히 신사화 구두 공장을 물려받고 싶지 않았던 찰리가 킹키부츠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이 가능성을 확인하며 다 같이 축제처럼 부르는 넘버가 바로 “Everybody Say Yeah”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색다른 볼거리는 물론, 작품의 마지막 장면인 “Raise You Up/Just Be”와 더불어 엔젤들과 직원들이 구분 없이 어우러지는 에너지로 가득 찬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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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CHARLIE)

You were always telling me what I need to be
But you never really had enough faith in me, dad you gave up the factory
Well, this time I’m gonna take that chance.
Leap into the vast expanse
This time I’m gonna seize my destiny. My destiny

아버진 늘 제가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했죠
하지만 절 진정으로 믿은 적은 없었어요. 아버진 공장을 포기했죠
이번엔 내가 그 기회를 잡겠어요
거대한 세계에 뛰어들 거예요
이번엔 내가 내 운명을 붙잡을 거예요. 내 운명을







뮤지컬 <킹키부츠>의 인물들은 캐릭터가 뚜렷하다. 사진이나 만화처럼 팝(pop)하고 연출되는 순간이 많다 보니, 이를 위해 자신의 대표성을 한 번에 확실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주어진 캐릭터를 잘 나타내기만 한다면 인물 구성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발 공장의 직원이자 찰리에게 반한 로렌(Lauren)이 극에서 부르는 솔로곡은 “The History of Wrong Guys”뿐이지만, 온갖 심란한 마음을 담아 연기하며 관객에게 자신의 인상을 심는 건 배우의 몫이다. 찰리와 짧은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극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캐릭터를 살리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기억에 충분히 남을 수 있는 인물이다.

캐릭터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이 역시 강한 인상으로 표현된다. 작품 초반부터 롤라에게 모욕적인 태도로 일관한 마초 같은 공장 직원 돈(Don)은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받아들여라”라는 말에 “이게 무슨 뜻이냐”고 답하는 사람이었지만, 롤라의 진심에 힘입어 변화의 순간을 갖는다. 그는 찰리의 불안함에 공장이 흔들릴 때 사람들을 모았으며, 마지막엔 직접 킹키부츠를 신고 깜짝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상의는 양복, 하의는 트렁크 차림으로 새빨간 킹키부츠를 신고 춤을 춘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주위 배우들의 옷차림 속에서 그는 돋보인다. 그런 그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높은 힐에 휘청거리다가, 롤라의 도움으로 딛고 일어나 모두와 어우러지며 마지막 장면이 완성된다. 찰리의 변화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은 물론, 이러한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곧 작품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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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넘버 리스트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

PART 1

1. Price & Son Theme – Ensemble
2. The Most Beautiful Thing –
Mr. Price, Young Charlie, Nicola, Charlie, Young Lola, Company
3. Take What You Got – Harry, Charlie, Ensemble
4. Land of Lola – Lola, Angels
5. Land of Lola (Reprise) – Lola, Angels
6. Charlie's Soliloquy – Charlie
7. Step One – Charlie
8. Sex is in the Heel – Lola, Pat, George, Angels, Lauren, Ensemble
9. The History of Wrong Guys – Lauren
10. Not My Father's Son – Lola, Charlie
11. Everybody Say Yeah – Charlie, Lola, Company

PART 2

12. Entr’acte/Price & Son Theme (Reprise) – Ensemble
13. What a Woman Wants – Lola, Pat, Trish, Maggie, Don, Women
14. In This Corner – Lola, Don, Pat, Trish, Ensemble
15. Charlie's Soliloquy (Reprise) – Charlie
16. The Soul of a Man – Charlie
17. Hold Me in Your Heart – Lola
18. The History of Wrong Guys (Reprise) – Lauren
19. Raise You Up/Just Be – 
Lola, Charlie, Angels, Lauren, Don, Pat, Trish, Nicola,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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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는 제작 당시부터 국내 엔터테인먼트 CJ E&M이 공동으로 참여해 비영어권 국가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무대를 올린 공연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2014부터 올해까지 총 세 번의 시즌을 가졌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세계적으로 매 회차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그 활기를 타고 <킹키부츠>의 메시지가 나날이 힘을 갖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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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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