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특별함에 대한 단상 [기타]

특이와 특별은 한 끗 차이
글 입력 2018.09.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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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천재인 줄 안다."는 소리.


우리 애는 어쩐지 다른 집 애들보다 발음이 또랑또랑한 것 같아. 헉, 지금 엄마가 아파하니까 위로해준다고 꼭 끌어안은 거 맞지? 어라, 아빠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네. 저 나이에 저런 관찰력이라니. 역시 우리 애는 좀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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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5살에 고등 수학 문제를 풀거나 6살에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긴 하겠지만, 대개 우리 애는 남다르다고 말하는 부모님들의 아이들은 비슷비슷한 발달 과정을 겪고 있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남들과 아주 조금 다른 '특이점'을 찾아내어 그 아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애정과 기대를 한껏 품은 눈길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눈이 일으키는 착시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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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이가 고만고만한 모습인 영유아 시절에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의 축복과 기대 속에 자신이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품고 자란다. 그러나 아이들은 점차 자라면서 그 기대에서 엇나가기 시작한다. 학교 시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아오거나, 누군가와 다퉈 학부모 상담을 하게 하거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꿈을 꿔 판검사가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기대를 꺾어 놓거나. 이때 남들과 다른 것은 곧 '특이'한 것이 되어 너는 대체 왜 그러니?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평범 그 어디쯤이라도 갔으면 하고 바라기 시작한다. 특별함을 꿈꿨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특이함을 벗어나 평범함을 꿈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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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행을 갔다가 풀과 나무가 많은 곳을 걷게 되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은근한 풀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차분해졌다. 눈을 지그시 뜨면 온통 초록색이 보였고, 땅바닥을 살피자 작은 꽃들과 버섯들이 보였다. 이 꽃은 이름이 뭘까, 이 버섯은 독버섯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걷다 보니 한쪽에 세잎클로버 한 무더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앗, 세잎클로버다! 네잎클로버는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며 눈으로 그 부근을 훑다가, 그러고 보면 네잎클로버는 변형된 세잎클로버, 즉 특이한 세잎클로번데 참 특별한 취급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와 특별은 한 끗 차이다. 남과 다른 게 어쩔 때는 실패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성공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릴 때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키워지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그렇게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내 한쪽 귀퉁이를 깎고, 튀어나온 면을 다듬고, 같은 형태로 모양을 맞추고 나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단다. 어느 장단에서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특이한 것과 특별한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뜻하고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고 한다. 사실 둘 다 좋은 의미를 가졌다. 남들과 내가 같은지, 다른지를 신경 쓰며 세상의 기준에 이리저리 치이기보다는 내 안의 작지만 또렷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너는 무엇이 하고 싶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자꾸 묻고, 또 묻다 보면 특별하지는 않을지언정, 평범함에 미치지 못할지언정 가장 나 다운 사람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나를 찾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누구보다도 특별할 수 있지 않을까.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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